5년간 중기 7.8% 기술탈취 피해
정부 차원의 보호장치 마련 시급
정부 차원의 보호장치 마련 시급
주목! 이 법안
<13> 중소기업 기술보호법 개정안
#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장비를 개발한 S사는 지난 2011년부터 대기업인 H사와 독점계약을 맺고 제품을 공급했다. 특히 S사는 H사의 요청으로 핵심 설계도면과 상세 부품목록 등을 제공했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납품이 지연돼 S사는 계약 잔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계약이 해지되는 피해를 당했다. 더욱이 불공정 계약으로 인해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장비는 H사로 넘어갔다. 이후 H사는 독자적으로 제품을 개발했다며 태양광 스크린 프린터 장비를 자신의 계열사에 납품하고 있다.
# 웹사이트 개발 하도급을 맡은 A사는 원사업자인 B사의 요구로 관련 소스코드를 제공했다. 그러나 거래가 단절된 이후 B사가 웹사이트의 유지보수 명목으로 다른 협력사인 C사에 A사의 소스코드를 무단으로 제공해 A사의 기술이 유출되는 피해를 봤다.
중소기업에 있어 기술은 생명과 같다. 핵심기술을 대기업 등 다른 기업에 빼앗긴 중소기업이 살아남기는 매우 어렵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의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 중소기업 8219개 기업 중 7.8%인 644개 기업이 기술탈취를 겪었다. 피해금액이 1조원이 넘는다. 기술유출 1건당 피해규모는 19억원(2016년 기준)에 달한다. 대기업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하지 않는 중소기업까지 고려하면 그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기술탈취는 경제 생태계의 근간을 흔드는 갑질 중의 갑질이다. 엄연히 불법이지만 대기업이 납품계약을 무기로 삼아 기술제공을 강요하는 일은 아직도 비일비재하다. 피해를 본 중소기업을 구제할 수 있는 법적 보호장치도 허술하다. 중소기업 스스로 기술유출 혹은 기술침해 사실을 입증해야 할 뿐 아니라 소송비용도 감당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실제 기술유출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논산계룡금산·사진)이 대표발의한 '중소기업기술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는 기술유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의 법적 대응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 차원에서 중소기업의 기술 보호와 기술침해에 대응할 수 있는 자문변호인단을 꾸리도록 법적 근거를 만든 것이다. 꾸준하게 법적 지원을 요청해온 중소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 법안이다.
구체적으로 법안에는 중소벤처기업부에 중소기업기술의 보호, 피해구제, 분쟁 등에 관해 중소기업에 무상으로 법률자문을 하는 '중소기업기술보호자문변호인단'을 구성하도록 했다. 김 의원은 중소기업이 더욱 든든하게 법적 지원을 받을 수 있게 이 법안과 함께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도 발의했다. 대부분의 기술유출과 기술탈취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계약이 빌미가 돼 발생한 점에 주목한 법안이다. 이 개정안에는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에 기술협력 변호인단을 구성해 기술협력과 기술자료 교류 등에서 발생하는 기업 간 분쟁 등을 원만히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규정을 담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기술자료를 요구할 경우, 기술협력변호인단 소속 변호인의 입회하에 협의를 진행하게 해서 대기업의 과도하고 부당한 요구를 통제할 수 있도록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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