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서 유럽 최대 스타트업 축제 '슬러시' 열려
미래 CEO 청년들이 생태계 문화 주도 새로운 활력
민간·공공 역할분담… 창업 단계부터 글로벌 지향
한국은 정부주도 기업육성에 초점 지속성장 한계
창업 5~7년차 '데스밸리 극복' 맞춤형 지원 절실
한국형 혁신 대책 통해 '제2의 벤처창업 붐' 조성
미래 CEO 청년들이 생태계 문화 주도 새로운 활력
민간·공공 역할분담… 창업 단계부터 글로벌 지향
한국은 정부주도 기업육성에 초점 지속성장 한계
창업 5~7년차 '데스밸리 극복' 맞춤형 지원 절실
한국형 혁신 대책 통해 '제2의 벤처창업 붐' 조성
■ 혁신성장 2018
창업부터 IPO까지… 혁신성장 생태계 시급
매년 11월 말부터 12월 초 북유럽의 강소국인 핀란드 헬싱키는 미래의 CEO인 청년들로 북적인다. 핀란드를 넘어 유럽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 페스티벌로 발전한 '슬러시(Slush)'에 참가하기 위해 전 세계 기업인과 투자자, 스타트업 관계자들이 모여들기 때문이다. 1박 2일에 걸쳐 진행되는 슬러시는 그야말로 스타트업을 위한 축제의 장이다.
이 행사는 2012년 핀란드 스타트업 생태계를 대표하는 비영리 단체인 '알토이에스(Aaltoes)' 출신 청년들이 직접 기획해 진행하면서 출발했다. 지금은 매년 50개국 이상에서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할 정도로 세계적인 행사로 자리 잡았다. 최근에는 헬싱키대, 알토대 등 핀란드 고등 교육기관을 중심으로 한 공공 영역의 지원과 민간 청년 주도의 자발적인 노력에 힘입어 위상을 더욱 높여가면서 핀란드 스타트업 생태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 '스타트업 창업'으로 승부건 강소국 핀란드= 핀란드는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스타트업을 성장시키는 전략으로 경제성장에 불을 지피고 있다.
2010년 접어들 때만 해도 핀란드의 경제는 마치 북극에서 불어오는 매서운 한파와 같은 현실에 직면했다. 핀란드 GDP의 20%를 차지하는 간판기업인 노키아가 2011년 스마트폰 중심의 모바일 시장에 발 빠르게 대처하지 못해 휴대전화 사업을 접으면서 대량해고 사태와 수출 감소 등에 직면하면서 핀란드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입고 휘청거렸다. 그 결과 2012년 핀란드는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기록했고, 순식간에 북유럽 국가에서 가장 취약한 경제구조를 띤 나라로 평가절하됐다.
핀란드 정부와 국민은 침체의 늪에 빠진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는 탈출구를 찾기 시작했고, 그 해답을 유망 스타트업 창업과 발굴 및 육성에서 발견했다. 여기에 민간과 공공 부문이 협력해 스타트업 발굴에 많은 역량을 투입했고, 이들에게 각종 인프라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춰 스케일업(성장·Scale-up)을 도왔다.
창업자들이 체계적으로 창업계획을 수립하고, 초기 투자자금을 원활히 지원받아 팀원 간 유기적인 커뮤니케이션과 조직문화를 구축하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했다. 특히 인구가 550만명에 불과한 협소한 자국 시장에 머물지 않고, 창업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생태계 조성에 정부와 민간이 역할 분담과 협업에 적극 나섰다. 여전히 정부 주도의 창업벤처 생태계가 작동하는 우리나라와 다른 점이다.
송락경 KAIST 기술경영학과 교수는 "핀란드의 스타트업은 공공과 민간의 역할 배분과 협력을 기반으로 지역대학 등 고등 교육기관이 리더십을 갖고 20∼30대 청년들이 스타트업 생태계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이어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각종 정책 및 지원에 힘입어 창업 초기 단계부터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면서 그들의 '노르딕 가치'인 평등과 사회적 책임경영이라는 기업가 정신을 강조하는 창업 문화도 한데 어우러져 혁신적인 창업생태계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 자생력 키워주는 창업벤처 생태계 '절실'= 이에 반해 우리나라 창업 환경은 2000년 이후 벤처 붐이 꺼지면서 서서히 활력을 잃어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동안 우리의 창업벤처 정책은 생태계 전반에 걸쳐 자생력을 키워주기보다는 기업 육성 자체에만 초점을 둬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도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더욱이 과도한 규제와 정부 지원 및 공급 중심의 정책 양산 등으로 혁신기업의 탄생과 성장을 가로막았다. 최근 대전 대덕특구 창업·벤처기업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간담회에서 창업벤처 생태계의 과감한 변화를 요구하는 기업인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김수언 한선에스티 대표는 "창업 이후 연구개발에 성공했지만, 사업화할 자금이 필요해 벤처캐피털의 문을 두드렸지만 매출이 없어 투자할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기술력을 보고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거나 투자받을 수 있는 투자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호소했다.
박상규 한빛상사 대표는 "보증과 대출 등 융자 중심에서 직접 투자를 통해 스타트업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창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과 창업 5∼7년차에 접어든 이른바 '죽음의 계곡(데스밸리)'을 극복하기 위한 성장 단계별 맞춤형 지원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문종태 호전에이블 대표는 "이제는 기술력만 갖고 창업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기술이 산업에 적용될 수 있어야 창업할 때 리스크를 최대한 줄일 수 있고, 가족의 만류 등 창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꿔 기회추구형 창업이 많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연 엔지니어스톡 이사는 "데스밸리를 극복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 창업한 지 5∼7년이 지나 사라지는 기업이 많다"면서 "초기 창업자를 위한 지원 프로그램 못지 않게 데스밸리를 이겨낼 수 있는 맞춤형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한국형 혁신창업 생태계 구축 '진행중'= 최근에는 주요 선진국들이 4차 산업혁명을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 삼아 이른바 '기회추구형' 스타트업을 육성하는 등 창업벤처 생태계에 혁신을 불어넣어 신기술과 신산업을 선도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새 정부 들어 중소벤처기업부 출범과 함께 창업벤처 생태계를 혁신하기 위한 움직임이 탄력을 받고 있다. 정부 지원을 통한 창업·벤처기업의 양적 육성에서 벗어나 민간 주도로 기업의 지속 가능한 혁신성장을 지원하는 새로운 창업벤처 생태계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요구에 따라 정부는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방안'과 '민간 중심의 벤처생태계 혁신 대책'을 내놨다. 지난해 11월 관계부처 합동으로 만든 '혁신창업 생태계 조성 방안'은 우수 인력이 창업에 적극 뛰어들고, 벤처투자를 통해 성장하는 '혁신창업 국가' 실현을 위한 정책 방향을 담았다. 이 정책에는 산학연 핵심 기술인력의 창업을 유도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을 지원, '제2의 벤처창업 붐'을 조성하기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과 제도 개선 방안 등이 담겼다. 사내벤처 및 분사창업기업 활성화와 대학·출연연의 창업 친화적 환경 조성, 창업기업의 부담금 및 세금 경감, 혁신창업 공간 확충 등이 대표적인 정책이다. 또한 창업→실패→재도전, 투자→회수→재투자로 원활하게 이어지는 창업·투자 선순환 생태계 구축 등 혁신창업과 벤처 활성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지난 1월 말 발표된 '민간 중심의 벤처생태계 혁신 대책'은 그간 정부 주도의 정책을 민간에 상당 부분 넘겨 벤처확인, 벤처투자, 모태펀드 등 벤처 기반 제도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관 주도로 해 온 벤처기업 확인 권한을 민간에 넘겨 혁신성과 성장성이 높은 벤처기업이 집중 지원을 받도록 '벤처확인제도' 전면 개편에 나선다. 이를 위해 벤처 전문가로 구성된 '민간 벤처확인위원회'를 운영할 예정이다. 또 벤처확인 유형을 기술혁신성과 성장성에 중점을 둬 보증·대출 유형은 폐지하고, 신기술성장 유형을 신설해 기술 융복합 벤처기업의 선별을 강화했다.
벤처투자 생태계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 벤처투자 규제 폐지, 펀드 운용의 자율성·수익성을 강화해 민간 자금의 유입을 늘려 자생력 있는 벤처투자시장을 만든다. 이를 통해 지난해 2조4000억원에 달했던 신규 벤처투자 규모를 2022년까지 4조4000억원으로 약 80% 키운다. 나아가 GDP 대비 벤처투자 비중을 2016년 0.13%에서 2022년까지 0.23%로 끌어 올려 '벤처투자 강국 그룹'에 속하도록 할 계획이다.
민간이 투자분야와 조건을 자유롭게 제안하는 '민간제안 펀드' 도입과 창업 초기부터 성장단계까지 지원할 수 있는 6000억원 규모의 혁신창업펀드 조성, 1000억원 규모의 소셜임팩트 펀드 결성 등 올해 중으로 1조원 규모의 정책목적 펀드를 결성하는 등 벤처투자시장을 민간 투자자 중심으로 바꿔가고 있다.
벤처기업협회 관계자는 "혁신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려면 민간의 자생력을 키우고, 창업·벤처기업의 글로벌화를 유도하는 데 초점을 맞춰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중기부가 리더십을 갖고 모든 부처와 적극 협력해 현장에서 창업벤처 생태계가 원활히 작동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도록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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