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규제에 토종업체 주도권 뺏겨
해외업체 세금 등 각종 의무 제외
기울어진 운동장 격차 더 벌어져
뉴노멀법·인터넷 댓글 실명제 등
현장 어려움 모르는 법안 줄이어
"정부 차원 인터넷 생태계 혁신을"
해외업체 세금 등 각종 의무 제외
기울어진 운동장 격차 더 벌어져
뉴노멀법·인터넷 댓글 실명제 등
현장 어려움 모르는 법안 줄이어
"정부 차원 인터넷 생태계 혁신을"
■ 혁신성장 2018
역차별 해소해야 인터넷 생태계 활력
[디지털타임스 진현진 기자]국내 인터넷 산업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동영상 시장 등에서 주도권을 넘기면서 성장 한계에 봉착했다. 이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규제 개선이 선행돼야 하지만, 국회에선 해외 기업과의 격차를 심화하는 규제 법안만 줄줄이 발의되고 있다. 정부는 국내외 기업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겠다며 팔을 걷었지만,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시장에서 이제 막 역차별을 들여다보기 시작하는 것이어서 대응시기를 놓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규제보단 진흥에 초점을 맞춰 성장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10대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구글 유튜브'에 검색하고, 카카오톡 대신 '페이스북 메신저'를 주로 사용한다고 알려졌다. 실제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조사 업체 와이즈앱의 지난해 9월 조사에 따르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앱은 구글의 유튜브였다. 유튜브는 안드로이드 이용자의 한 달 총 사용시간 중 11.5%를 차지했으며 2015년 같은 기간 6.7%보다 두 배 가까이 급상승했다.
해외 인터넷 기업들의 서비스가 국내에서 훨훨 날고 있는 반면 국내 인터넷 사업자들은 안방에서 규제에 발목을 묶이고 있다. 공정해야 할 경쟁의 룰이 국내 기업에만 적용되는 역차별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네이버, 카카오뿐 아니라 국내 스타트업도 혁신적인 서비스를 마음껏 내놓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세금 등 각종 비용을 회피하고 국내법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해외기업과 그렇지 않은 국내 기업 간 경쟁에서 국내 기업의 경쟁력은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지방선거를 앞두고 인터넷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며 포털을 압박하는 법안이 나오고 있어 국내 기업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인터넷 기업과 같은 부가통신사업자에게 이동통신사와 같은 기간통신사업자의 사회적 책임을 지우겠다는 '뉴노멀법'이 대표적이다. 뉴노멀법은 △경쟁상황평가 △방송통신발전기금 부과 △상시 모니터링 의무 △불법정보 차단 △역외적용 등이 골자다. 뉴노멀법을 발의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역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국내에 지사가 없는 해외 기업의 국내 대리인 지정을 의무화하고, 이용자 보호 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해 병합심사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인터넷 댓글 실명제, 공정위의 인터넷 쇼핑 조사 권한 강화 등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정부는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역차별을 해소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최근 방송통신위원회는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를 출범시켰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터넷 산업 규제 완화를 위한 중장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협의회는 국내외 인터넷 사업자의 역차별 논란을 해소하고 인터넷 생태계의 발전·이용자 보호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사회적 공론화 기구다. 국내외 인터넷 기업과 학계, 협회 40여곳이 머리를 맞대 인터넷 생태계의 정상화를 논의하기 위해 구성됐다. 하지만 참여하는 인원이 많은 데다 역차별 외에도 망 중립성 등 논의하는 주제가 방대해 제대로 된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23일 열린 협의회 첫 회의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역차별 해소에 대해서 해외 기업은 조금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여 이른 시일 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는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부처 간 업무조정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과기정통부는 주요 인터넷 기업과 스타트업 대표들이 참석한 킥오프 자리를 지난달 마련하고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이 규제로 인한 어려움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하지만 방통위와 논의 주제가 겹쳐 기업들은 이중으로 논의에 참여해야 하는 상황이다. 빠르게 변하는 인터넷 시장에서 '탁상공론'만 지속하다 대응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이효성 방통위원장은 "연말까지 이에 대한 논의를 지속하는데, 중간중간 (협의회가) 배우는 과정이 있을 것"이라며 "방통위 영역과 관련된 논의를 하고, 다른 부처와 실무에서 상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학계에서는 산업을 위축시키고 역차별을 심화하는 규제보다 산업 진흥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해결책이 규제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필요없는 규제를 만들어서 국내 인터넷 사업자에게 까지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며 인터넷 생태계의 혁신과 진화를 가로막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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