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콘텐츠 큐레이션 시대`가 온다

임원기 싸이월드 미디어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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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8-02-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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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콘텐츠 큐레이션 시대`가 온다
임원기 싸이월드 미디어본부장
지난 2012년 설립된 중국의 미디어 스타트업 '진르토우티아오(今日頭條·토우티아오)'는 시가총액이 무려 110억 달러(약 12조원)에 달하는 데카콘(가치가 100억 달러 이상인 신생기업)이다. 창업한 지 채 6년이 되지 않았고 적자인 상황에도 이 매체가 이렇게 높은 가치를 받는 이유는 2억명에 달하는 월간 사용자(MAU) 등 사용자 지표 측면에서 다른 미디어와 차원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이 매체 경쟁력은 콘텐츠 큐레이션(맞춤형 추천)과 뉴스 등 다양한 콘텐츠를 사용자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중국에 진르토우티아오가 있다면 유럽엔 '업데이(UPDAY)'가 있다. 독일의 '악셀슈프링거'가 2016년 시작한 모바일 전용 뉴스 큐레이션 서비스 업데이는 2년도 안 돼 월 2000만명에 가까운 사용자가 방문하는 서비스로 급성장했다.

미디어 콘텐츠 분야에서 큐레이션 업체들의 부상은 아주 최근의 현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미 넷플릭스가 사용자 취향을 고려한 영화 추천 서비스로 미디어계의 강자로 떠올랐고 쿼츠, 블렌들 등 큐레이션을 표방한 서비스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콘텐츠 큐레이션이 경천동지할 완전히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최근 5~6년 사이 유독 각광 받는 이유는 미디어 환경의 급변과 맞물려 있다. 스마트폰이 콘텐츠 허브가 되면서 콘텐츠끼리 치열하게 경쟁을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즉 A 영화사가 만든 영화가 B 영화사의 영화와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뉴스·영화·게임·소셜미디어·웹툰·소설·동영상·음악 등 다양한 콘텐츠가 영역을 가리지 않고 스마트폰이라는 단일한 단말기에서 사용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 싸우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의 하루는 24시간으로 제한돼 있고 이들은 수많은 콘텐츠 중 한 번에 하나씩만 볼 수 있다. 너무나 많은 정보와 오락물이 넘쳐나는 때에 콘텐츠 홍수로 인한 피로를 느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에 따라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매체들은 최소한의 시간으로 최고의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최적의 콘텐츠를 추천하는 큐레이션을 무기로 들고 나온 것이다.

큐레이션은 AI(인공지능)을 활용한 취향 분석이 기본이다. 사용자가 자주 보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비슷한 사용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좋아할 만한 것들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데이터베이스(DB)는 물론 취향을 반영하는 알고리즘 기술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야구 웹툰를 좋아하는 이에게 매번 같은 장르만 추천해주면 식상해 할 수 있다. 이른바 큐레이션의 함정이다. 많은 미디어들이 전문가 추천으로 추천의 한계 보강하고 있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뚜렷하게 취향으로 파악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가 소비하면 좋을 법한 것들을 추천해주는 식이다. 업데이가 '당신이 좋아할 뉴스'와 '당신이 반드시 봐야 할 뉴스'를 구별해서 표시해주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글로벌 시장의 이런 움직임과 달리 한국에서는 큐레이션 서비스가 '대박'을 치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영화·웹툰·영상과 같은 연성 콘텐츠 분야에서는 큐레이션이 인기를 끄는 일들이 간간이 있지만 딱딱한 뉴스는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특히 포털이 지배하고 있는 독특한 콘텐츠 소비 시장 구조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한국 시장만 이런 독특한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확신하기도 힘들다.

최근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간한 '2017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모바일에서 사용자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시간과 비율 모두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또 뉴스와 같은 경성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 역시 조금씩 늘었지만 전체 증가세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다른 콘텐츠와 스마트폰 자리 뺏기 싸움이 치열하다는 의미다. 관련해 자연스럽게 경성 콘텐츠 시장에도 큐레이션 바람이 거셀 것이란 전망이 늘고 있다. 한국에서도 콘텐츠 큐레이션의 새로운 경쟁이 시작될 시기가 무르익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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