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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칼럼] `평창 프리패스` 더는 안된다

박미영 정치부 차장 

입력: 2018-02-25 18:00
[2018년 02월 26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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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영 칼럼] `평창 프리패스` 더는 안된다
박미영 정치부 차장
살다 보면 뜻하지 않는 손님이 찾아올 때가 있다. 밤손님이나 빚쟁이 같은 '불청객'은 아니더라도 존재만으로도 불편한 이들의 방문은 평온한 일상을 뒤흔들어 놓는다. 오는 이가 일방적으로 방문을 통보하거나, 가족 구성원들은 물론 이웃조차 꺼려 하는 상대일 경우는 더 난감하다.

평창동계올림픽이라는 잔치 준비에 한창 들떠 있던 지난 1월, 북녘에서 '하객'을 보내겠다는 통보가 날아 들었다.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이를 디딤돌로 북미 대화까지 이끌어내겠다는 우리 정부에게는 '희소식'임에 틀림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적'이라고도 했다. 그러나 가족 일원 누군가에게는 '난감한' 소식이었고, 이웃 일부에게는 '위험한' 시그널로 다가오기도 했을 터다.

북녘 손님들 방문에 국내외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북측 고위급 대표단 면면과 방남 방식부터가 문제가 됐다. 국제사회가 결의한 대북제재에 저촉되는 사안이 많아서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이들을 맞기 위해 육로, 바닷길, 하늘길까지 열어줬다.

김여정은 미국의 독자제재, 최휘 노동당 부위원장은 유엔 대북제재 결의 2356호 대상자다. 김여정은 한국땅을 밟은 최초의 북 '로열패밀리'로 기록됐고, 최휘 부위원장의 방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의 최초 면제사례가 됐다.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기원하는 국제사회의 '배려' 아래 이들은 여권 한 장 필요 없는 '평창 프리패스'를 받은 셈이다. 우리 정부는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어 홀가분하게 북녘 손님을 받았고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선물까지 받아 안았다.

대북제재 예외는 여기까지가 마지막이었으면 좋았을 법 했다.

한국의 대북제재 이탈을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그대로인데도, 우리 정부는 평창 프리패스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천안함 폭침의 배후로 지목된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이 북 고위급대표단장을 맡아 25일 한국땅을 밟았다. 김영철은 안보리는 물론 한미 양국의 독자제재 대상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의 김영철 방남 수락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개막식 참석차 한국을 방문했던 김여정과 다를 바 없다"며 신사적(?)인 태도를 취하는 듯했다. 그러나 하루 만에 트럼프 행정부는 역대 최강급 제재 패키지를 발표해 평창 프리패스에 대해 사실상 마지막 경고를 보냈다.

국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천안함 유족들의 반발은 말할 것도 없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김영철 방남을 반대하는 글 수십 건이 올라왔다.

이웃은 물론 식구들까지 반대하는 손님의 방문을 청와대는 사전에 거부하지 못했을까, 반대할 생각조차 없었을까. 통일부는 "천안함 폭침 주범인지 확인할 수 없다"고 했고, 청와대는 북측의 대표단 명단 통보 직후 "문 대통령과 김영철이 만날 것"이라면서 의전 방식을 고민했다. 이것만 봐도 북측이 누가 보내도 다 받을 셈이었지 싶은데, 한술 더 떠 김영철과 남북정상회담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 마저 읽힌다.

기왕 맞이하기로 한 손님이니 북한을 비핵화를 위한 논의의 장으로 나오도록 설득하고 '평창구상'에 힘이 실리도록 해야 한다. 그러나 평창 프리패스는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가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만큼 패럴림픽에도 고위급 대표단 파견이 예상된다. 군사 당국자회담도 머지않아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오게 될 북녘 손님에게 더 이상 평창 프리패스를 줘선 곤란하다.

어느새 봄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직도 북과 남에는 겨울 찬바람 보다 더 매서운 현실과 국제사회의 룰이 존재한다는 점을 명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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