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 세포치료제 개발 기대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바이오 기술로 꼽히는 '유전자가위'를 활용한 치료에서 면역반응을 피하는 방법을 찾아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김진수 유전체 교정 연구단 단장(사진) 연구팀이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의 효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을 밝혀냈다고 23일 밝혔다.
크리스퍼 유전자가위는 원하는 부위의 DNA를 정교하게 자르고 교정할 수 있는 도구로, 선천적 난치성 질환을 치료하는 유전자 치료법 개발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연구진은 유전자가위를 세포에 주입할 때 '가이드 RNA'(gRNA)의 말단 인산 그룹이 면역반응을 유발하고 세포 독성을 일으켜 유전자 변이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gRNA는 교정할 염기서열을 인식하는 역할을 하는데, 이를 절단효소와 복합체 형태로 만들어 세포에 주입하면 면역반응이 일어나 유전자 변이 효율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팀은 복합체 형태의 유전자가위가 세포에 주입되면 'DDX58' 면역 유도 수용체가 gRNA 말단의 인산 그룹을 외부물질로 인식해 즉각 면역체계를 발동시키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연구진은 gRNA 말단의 인산 그룹을 제거해 면역반응을 피하는 방식을 고안했고, 이를 유전자 교정 효율이 낮다고 알려진 T면역세포에 주입해 면역반응이 나타나지 않음을 확인했다.연구진은 더 나아가 인산 그룹을 제거한 유전자가위를 T면역세포 내 CCR5 유전자에 적용해 95%의 변이 효율을 달성했다. CCR5 유전자는 후천성면역결핍증(에이즈) 원인 바이러스인 HIV의 수용체로 알려져 있다. 에이즈 환자의 T면역세포에서 CCR5 유전자를 제거하면 면역세포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HIV 감염에 저항성을 부여할 수 있어 새로운 세포 치료법으로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진은 "간단하면서도 저렴한 사전 공정으로 면역반응을 유발하지 않는 효율 높은 gRNA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며 "에이즈 세포 치료제 등 유전자가위를 사용한 다양한 치료법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 분야 국제학술지 '지놈 리서치'(Genome Research) 온라인판에 발표됐다.
남도영기자 namdo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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