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빈 스켈레톤 금메달 명소로 급부상
2018m 세계 19번째 썰매 전용 경기장
대림산업, 자동화방식 '지그' 사전제작
숏크리트 등 첨단 공법… 12개월 완공
미·중 특허 획득 "국제표준 기술 기대"
2018m 세계 19번째 썰매 전용 경기장
대림산업, 자동화방식 '지그' 사전제작
숏크리트 등 첨단 공법… 12개월 완공
미·중 특허 획득 "국제표준 기술 기대"
■평창 동계올림픽
"경기를 실제로 와서 보니 다르네요. 함성과 스켈레톤 소리가 뒤섞여 경기가 흥미진진하네요." 지난 17일 평창올림픽 슬라이딩센터에서 여자부 스켈레톤 경기를 지켜본 최순학씨는 만족스러운 듯 이처럼 말했다.
미국에서 평창올림픽 현장을 찾은 이튼씨는 "경기장에 있다 보니 썰매 끄는 소리가 생생하게 들렸다"며 TV 화면으로 보는 느낌과 완전히 다르다고 다소 흥분된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인 유지씨 역시 춥기는 했지만 실제 경기가 박진감 넘쳐 재밌게 지켜봤다고 소회를 밝혔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명소로 슬라이딩센터가 떠오르고 있다. 설 당일인 지난 16일 윤성빈 선수가 썰매 종목 사상 아시아 선수 최초로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딴 이후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시설 전체적으로도 선수들과 관계자들에게 높은 점수를 받으며 한국 건설 공법의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이 건설 공법의 수출까지도 기대된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19일 오전 다시 찾은 평창 슬라이딩센터는 차분하지만 분주했다. 또 한번 썰매 종목에서 메달 사냥에 나서는 한국 국가대표팀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관계자들은 오후 5시부터 관람객을 맞기 위해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 출발점부터 결승점까지 117m나 차이가 나는 트랙의 위용이 TV에서 보는 것보다 더 압도적이었다.
평창 슬라이딩센터는 세계에서 19번째로 지어진 썰매 전용 경기장이다.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을 기념해 총 길이 2018m로 설계됐다. 시공사인 대림산업은 토목공사 경험을 살려 기존 슬라이딩센터에 적용했다. 이 중 주목받은 공법은 얼음 트랙의 뼈대가 되는 수백 개의 지그(냉동 파이프를 걸 수 있는 선로구조물)를 사전 제작한 것이다. 슬라이딩센터를 보유한 국가들은 현장에서 파이프를 조립하고 콘크리트를 얹어 만드는 수작업 방식을 채택한 것과 달랐다.
대림산업은 슬라이딩센터 건설에 자동화 방식을 적용해 외부 공장에서 모두 만들어 와 현장에서 조립만 했다. 한 달 만에 하자 없이 수백 개의 지그를 완성하면서 공사 기간을 기존 30개월에서 18개월이나 12개월까지 단축했다. 썰매 종목의 트랙을 건설하는 데 최소 20개월이 걸리는 데 이보다도 8개월이나 단축했다. 직전에 열린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슬라이딩센터도 준공에는 20개월이 소요됐다.
이밖에 냉동 파이프를 길게 연결할 때는 배관 용접에 쓰이는 자동 용접기를 사용했다. 커다란 빨래집게처럼 생긴 자동 용접기에 파이프 양 끝을 물리면 1600∼6000도의 고온으로 이음매를 용접하는 방식이다. 기존 건설 인력이 수작업으로 할 때보다 용접 시간을 10분의 1수준으로 단축했고 파이프 이음매 사이로 냉매가 새어나가는 위험도 방지했다.
또 대림산업은 상하좌우 각도가 제각각인 42개 곡선 주로의 콘크리트 타설에는 특허를 받은 숏크리트 공법을 적용했다. 숏크리트는 분무기로 물을 뿌리듯 압축 공기를 분사해 붙이는 콘크리다. 이 회사는 기존 숏크리트보다 강도가 50% 이상 높은 고강도 재료를 사용했고 숏크리트의 특성상 20∼30초 사이에 빨리 굳어버리지 않도록 혼화제를 사용해 곡선 주로를 살렸다.
이처럼 슬라이딩센터 건설에 첨단 공법을 적용하면서 이 기술의 해외 수출까지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이번 올림픽에서 센터의 우수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수출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대림산업은 이 공법을 미국과 중국에서 인정받아 국제 특허를 획득했으며 특히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둔 중국은 대림산업으로부터 트랙 공법 자문을 요청한 상태다.
대림산업 관계자는 "슬라이딩 센터를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지어본 까닭에 기술과 정보가 부족했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하나씩 완성해나갔다"며 "국제봅슬레이연맹이 인정한 것처럼 이 기술은 앞으로 건설될 슬라이딩센터 기술의 국제 표준으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평창=박상길·황병서 기자 sweats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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