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무산 땐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 커
명문장수기업 확인·지정 절차 밟아
20년 이상 경영때 공제한도 1000억
명문장수기업 확인·지정 절차 밟아
20년 이상 경영때 공제한도 1000억
(11) 명문장수기업 가업승계 지원법
100년, 200년의 역사를 지닌 해외 기업들의 역사는 항상 우리 기업들의 역사와 비교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200년 이상 된 장수기업은 일본이 3113개, 독일 1563개, 프랑스 331개 등이었다. 반면 한국에서 100년 이상 된 기업은 7개에 불과했다.
'기업'이라는 개념이 정착된 시기가 서구에 비해 늦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100년, 200년 기업을 유지할 수 있는 지원책이 해외 주요 국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대표적인 경우가 2000년대 초반 전 세계 손톱깎이 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했던 쓰리세븐이다. 쓰리세븐은 지난 2008년 창업주 김형주 회장이 타계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유족들은 상속세 150억원을 내야 했지만 돈을 마련하지 못해 회사를 중외그룹에 매각했다. 이후 유족들이 회사를 찾아오기는 했지만 바이오 분야 자회사는 찾아오지 못했다.
현재 중소·중견기업 상속인이 가업을 승계할 경우 10년 이상 가업을 영위하면 200억원, 20년 이상이면 300억원, 30년 이상이면 500억원까지 상속세가 공제된다.
한국에 비해 해외 선진국들은 파격적이라 할 만큼 가업을 승계할 경우 상속세 부담을 낮추고 있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13개국은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고 있다.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포르투갈, 스웨덴, 싱가포르, 홍콩, 중국, 러시아 등이다. 해외 주요국들이 상속세를 부과하지 않거나 크게 낮춰놓은 이유는 세금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전체 세수에서 상속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1% 안팎에 불과하고 상속이 무산돼 폐업을 하게 될 경우 일자리 감소 등 악영향이 더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도 중소·중견기업을 중심으로 상속세 공제한도를 크게 높여 가업승계를 원활하게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는 있지만 '부의 무상 이전'에 부정적인 '국민 정서'에 가로막혀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20대 국회에서도 상속세 공제한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추경호 한국당 의원(사진)이 발의한 개정안은 명문장수기업으로 확인을 받은 기업의 경우 피상속인이 20년 이상 계속 경영할 경우 공제한도를 3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법안이 발의된 직후인 지난 2017년 5월 기준으로 명문장수기업은 6개사에 불과해 세수 공백이 크진 않지만 '부의 대물림'이라는 부정적 시각 때문에 법안 처리가 늦어지고 있다.
추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 등은 지난 2016년 11월 3일 국회 기획재정위 조세소위에 회부돼 같은 달 7일 소위에 상정된 이후 지금까지 16차례 심사가 이뤄졌지만 진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추 의원안 이외에도 가업상속 공제한도를 확대하는 내용의 정부안,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안,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안 등이 함께 심사 중이어서 20대 국회 임기 만료 이전에 개정안들이 처리될 지 주목된다.
이호승기자 yos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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