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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층 높이서 최대시속 140㎞로… 금빛질주 윤성빈 `스켈레톤`의 과학

 

남도영 기자 namdo0@dt.co.kr | 입력: 2018-02-14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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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층 높이서 최대시속 140㎞로… 금빛질주 윤성빈 `스켈레톤`의 과학
지난 13일 강원도 평창군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남자 스켈레톤 연습경기에서 윤성빈 선수가 질주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40층 높이서 최대시속 140㎞로… 금빛질주 윤성빈 `스켈레톤`의 과학
스켈레톤은 혁신적인 썰매 디자인, 공기저항을 줄이는 헬멧, 마찰력을 늘리는 스파이크로 가속력을 끌어올렸다.



'아이언맨' 윤성빈 선수가 금빛 질주를 기대하고 있는 스켈레톤. 15일 오전 진행한 1~2차 주행에 나선 윤성빈 선수는 세계 랭킹 1위라는 명성에 걸맞게 여유 있게 첫 날 선두에 올랐다. 1~2차 시기 합계 1분40초35로 코스 신기록을 기록하며 2위와 0.74 앞서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는 100미터 달리기로 치면 7미터를 앞선 셈으로, 16일 진행하는 3~4차 주행에서 큰 실수만 안 하면 금메달이 확정적이라는 평가다. 한국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썰매 종목에서 금메달을 딸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켈레톤은 위험성 때문에 올림픽에서 들락날락하기를 반복했을 정도로 슬라이딩 종목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종목으로 꼽힌다. 혁신적인 썰매 디자인과 공기저항을 줄이는 헬멧, 마찰력을 늘리는 스파이크 등 장비의 과학은 선수를 보호하고 경기력을 높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아파트 40층 높이에서 최대 시속 140㎞로 활주=스켈레톤은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겨울에 짐을 운반하기 위해서 썰매를 이용하던 '터보건'에서 유래했다. 썰매를 잡는 손잡이가 사람의 갈비뼈를 닮아 스켈레톤(해골)이라는 뜻의 이름이 붙었다. 1884년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첫 경기가 열린 뒤 정식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1928년 제2회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 정식종목으로 채택됐지만, 위험하다는 이유로 3회 대회부터 다시 제외됐다. 그러다 2002년 제19회 미국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에 다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다.

남자 1인승과 여자 1인승 2종목으로 구성된 스켈레톤은 중량 제한이 있다. 썰매 무게와 선수 중량을 합한 최대 중량이 남자는 115㎏, 여자 92㎏을 넘을 수 없다. 썰매는 남자 43㎏, 여자는 35㎏을 초과할 수 없다. 최대 중량을 초과할 경우에는 썰매 무게를 남자는 33㎏, 여자는 29㎏ 이내로 줄일 수 있다. 최대 중량보다 적을 경우 썰매에 납을 부착해 중량을 높일 수 있다.

썰매는 길이가 80㎝에서 120㎝이고, 폭에는 제한이 없다. 스켈레톤은 남녀 각각 하루에 두 번씩 이틀 동안 총 네 번을 달리고, 이들 기록을 모두 합산해 순위를 결정한다.

스켈레톤은 봅슬레이와 같은 트랙을 사용한다. 평창 슬라이딩센터 트랙 길이는 1376.38m다. 평창 트랙의 출발점과 결승점의 높이 차이는 117m로 평균경사도는 9.48%, 각도로는 5.5도다. 아파트 1개 층 높이를 3m로 보면, 아파트 40층 높이에서 1234m 떨어진 1층으로 내려오는 셈이다. 한편 경사도는 퍼센트(%)와 각도 2가지로 표현하는데, 퍼센트는 높이를 수평거리로 나눈 값에 100을 곱한다. 높이와 수평거리가 같은 45도 경사도는 퍼센트로 환산하면 100%다.

평창올림픽 곡선 구간은 반지름이 20m 이상이다. 주행 시 곡선을 돌 때의 압력은 중력의 4~5배에 달하며, 최대 시속은 140㎞에 이른다. 곡선과 직선, 원형 오메가(Ω) 등 16개에 이르는 곡선 트랙을 가속하며 활주하는 것이 중요하다.

선수들은 16개 곡선 구간 중 9번 곡선을 가장 어려운 구간으로 꼽는다. 이곳은 회전 각도가 10도 안팎으로 비교적 완만하다 보니 썰매 속도가 시속 100㎞ 가까이 떨어진다. 여기서 속도를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속도를 높이면 벽에 부딪히기 쉽다. 그렇다고 무난하게 통과하기 위해서 속도를 줄이면 가속력이 떨어져 평균 속도가 줄어드는 문제가 생긴다.

◇유리섬유 본체에 강철 날 달고 '그루브'로 방향 조절=스켈레톤 썰매는 선수가 엎드리는 안장인 본체 판은 유리섬유로 제작한다. 썰매 날은 강철로 제작하며, 지름이 1.65㎝인 둥근 파이프 모양이다. 스켈레톤 썰매 날은 같은 썰매 종목인 봅슬레이와 루지와는 차이가 있다. 계단 손잡이처럼 둥근 모양인데, 지름 1.6㎝의 원통형 파이프 모양이다.

하지만 스켈레톤 뒤쪽 날 바닥은 방향을 조종할 수 있도록 두 줄로 된 홈이 파여 있다. 이것을 '그루브'라고 하는데, 스켈레톤 썰매의 방향 조절장치다. 이 홈이 얼음에 박히면서 좌우 방향 중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 방향을 조절할 수 있다. 선수가 엎드린 상태에서 허벅지에 힘을 줘 썰매를 누르면 이 그루브가 얼음에 살짝 파고들면서 얼음과 마찰이 생기고, 이 마찰력에 의해 썰매 방향이 바뀌는 것이다.

앞쪽 날은 둥글고 날카로운 부분이 없기 때문에 진행 방향을 바꾸거나 선수가 실수하더라도 앞쪽에서 급격한 방향 전환이나 급브레이크가 걸릴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만큼 부상 위험이 낮아진다. 뒤쪽 절반은 두 줄로 홈이 파여 있지만, 앞쪽 절반은 파이프 모양의 원통형이어서 얼음과 닿는 면적이 많아 마찰력이 많이 발생해 속도도 그만큼 느려진다. 모서리 날을 사용하는 루지보다 최고 속도에서 시속 10㎞ 이상 느린 이유이기도 하다.

스켈레톤은 출발할 때 썰매를 밀며 출발한다. 이때의 출발 속도가 전체 속도에 크게 영향을 미쳐 출발이 무엇보다 중요한 종목이다. 직선으로 된 출발 트랙 30~40m를 폭발적인 힘으로 출발하며 일정 속도에 이르면 머리를 앞으로 하고 다리를 뒤쪽으로 하며 몸을 썰매에 싣는다. 내리막길에 다다르면 시속 120~140㎞에 이른다.

◇엔지니어 직접 설계한 썰매로 세계 1위에 올라=단순한 썰매가 미끄러지는 스켈레톤에서 과학기술이 할 일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 실제로 많은 사람이 그렇게 생각했다. 1980년대 영국 스켈레톤 대표팀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러다 1994년에 항공우주재료엔지니어 크리스탄 브롬리가 스켈레톤 썰매 개발에 참여했다. 모터크로스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그는 썰매 디자인에 공학 원리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4년 만에 영국 대표팀은 세계 최고 팀으로 바뀌었다. 브롬리가 개발한 새 썰매를 선수들이 거부하자 그는 직접 썰매를 타며 시험에 나섰다. 그런데 브롬리가 너무 잘 타서 선수로 선발됐다. 영국에서 우승한 브롬리는 곧 유럽과 세계 챔피언으로 등장했다. 브롬리의 등장으로 스켈레톤 선수들은 기존 썰매 대신 첨단 기술을 적용한 새 썰매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스켈레톤 선수들은 팔을 옆으로 하고 앞으로 누워 활주한다. 별도 조종 장치가 없기에 선수들이 썰매를 몸으로 움직이며 조종한다. 브롬리는 항력을 5% 줄일 수 있다면 수백분의 1초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빨리 달릴수록 항력도 더 커져 속도를 유지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썰매 몸체와 썰매 날을 연결하는 부위는 공기역학적으로 설계한다. 특히 썰매 날이 트랙을 달리면서 벽과 충돌하는 동안 썰매에 가해지는 충격을 견딜 수 있게 강철프레임을 넣어 강하게 만든다. 이 강철프레임은 충격을 받은 뒤 곧 원래 위치로 돌아갈 수 있을 정도로 유연하기도 하다. 또 선수들이 몸을 싣는 썰매 본체의 안장은 썰매에 전해오는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유연한 재질로 만든다. 최근에는 주로 유리섬유를 이용한다. 썰매 모서리에 있는 범퍼 4개가 썰매와 선수를 벽과의 충격으로부터 보호한다.

헬멧은 보통 공기 저항을 최소화라기 위해 공기역학적으로 매우 매끈하게 만든다. 머리를 보호해야 매우 튼튼해야 하지만 충격이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매우 가벼워야 한다. 또 얼음이 닿지 않도록 헬멧이 얼굴과 턱을 충분하게 가려야 한다. 고글(바이저)은 시력을 보호하고 트랙 조건에 따라 조절할 수 있다.

신발에는 스파이크가 달려 있다. 작은 바늘처럼 생긴 뾰족한 돌기가 300개 이상 달려 출발할 때 시 선수들이 마찰력을 최대로 하며 썰매에 힘을 최대로 가할 수 있게 한다. 그만큼 가속력도 최대가 된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도움말=한국과학창의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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