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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혁신성장, `갑을 프레임`부터 벗어라

 

입력: 2018-02-13 18:00
[2018년 02월 14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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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이 12일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기술자료를 원천적으로 요구할 수 없도록 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기술탈취 근절대책을 발표하는 등 정부가 공정경제·공정경쟁 관련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3일 대리점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대리점 갑질을 제보하면 포상금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밝혔고, 같은 날 중소벤처기업부는 가맹본사와 가맹점이 상생 노력을 할 경우 이를 지원하는 프랜차이즈 지원사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공정경쟁을 헤치는 활동은 엄격하게 처벌하고, 아직 협업이 익숙하지 않는 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상생과 협업을 체질화하도록 돕겠다는 의도다.

특히 기술에 대해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는 문화는 공정경제와 혁신경제를 아우르는 중요한 열쇠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혁신성장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 이러한 기술가치 평가절하와 기술탈취가 중요한 요인이 됐다. 대기업들은 중소기업을 파트너로 인정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고, 수직적 갑을관계 속에서 그들에게 일감을 주는 게 몸에 익었다. 수직적 가치사슬 하에 묶여 있으면서 대기업이 주는 일감으로 먹고 사는 협력사가 개발한 기술에 대해 별도의 대가를 지급할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기술과 산업의 무한융합이 일어나면서 경계를 넘어선 다른 분야 기업과 수평적 협업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대에는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기업 규모의 크고 작음은 문제가 되지 않고, 어떤 기업이 원천기술과 킬러 서비스를 갖고 있느냐가 핵심이 됐다.

이런 시대에 기업들은 상대가 벤처기업이든 스타트업이든 가리지 않고, 단순한 제휴이든 기술거래든 인수합병(M&A)이든 간에 가능한 모든 협업수단을 찾아 공조 전선을 넓혀야 한다.

기업들의 문화도 과거의 경쟁적 속도경영에서 협업적 지속가능 경영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바뀌어야 한다. 복잡한 기술과 상황 변화의 시대에 어느 기업도 스스로의 힘만으로 성장하고 혁신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외부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나눠 갖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조직을 만드는 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

정부가 갑질 제보에 대해 포상금을 주고, 협업을 잘 하는 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것은 초보적인 정책수단이지만 기업문화를 바꾸는 작은 마중물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런 수단과 더불어 기술탈취와 불공정 거래에 대해 강하게 제재하는 등 가능한 모든 정책을 동원해야 할 것이다.

물론 실질적인 변화는 산업현장에서 일어나야 한다. 협업과 동반성장의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그들이 협업을 통한 성공 스토리를 만들어내길 기대한다.

물론 모두가 어깨동무를 할 필요는 없다. 제약, 바이오, 정보기술(IT) 등 기술변화 속도가 빠른 산업은 기술거래와 M&A, 스타 스타트업의 탄생이 시시각각 이뤄진다. 그런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기업들은 거래와 협업의 사이에서 최적의 협상 기술을 익혀야만 한다.

정부는 정책을 통해, 기업은 산업현장에서 문화와 마인드 변화를 통해, 협업성장의 틀을 만들고 실천하는 데 속도를 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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