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 "개막식때 '한핏줄이구나'하는 기쁨 느껴" 김여정 "개막식 다 마음에 들어"
김여정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장 되는 주역 돼 후세에 남는 자취 세우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김정은 북한 노동장 위원장의 평양 방문 요청에 대해 "금강산과 개성만 가보고 평양은 못가봤는데 오늘 대화로 평양과 백두산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특사 자격으로 방문한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은 "빠른 시일내 평양에서 뵈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청와대에서 오찬을 갖고 이 같은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은 10.4 정상회담 당시를 거론하며 "당시 내가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총괄 책임을 맡고 있었는데, 합의문에 백두산 관광을 넣었는데 실현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여정 특사는 "대통령께서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많은 문제에 대해 의사를 교환하면 어제가 옛날인것 처럼 빠르게 북남관계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께서 통일의 새 장을 여는 주역이 되셔서 후세에 길이 남는 자취를 세우길 바란다"고도 했다.
이날 오찬의 건배사는 '남북 평화와 공동번영을 위하여'였다.
건배 후 김영남 상임위원장은 "우리를 따뜻하고 친절하게 환대해줘 동포의 정을 느낀다"며 "불과 40여일 전만해도 이렇게 격동적이고 감동적인 분위기가 되리라고 누구도 생각을 못했는데, 개막식때 남북이 함께 하는걸 보면서 '역시 한핏줄이구나'하는 기쁨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가 남북관계 개선에 획기적 전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 특사도 "(남한이)이렇게 가까운 거린데, 오기 힘드니 안타깝다. 한달하고도 조금지났는데, 과거 몇년에 비해 북남 관계가 빨리 진행되지 않았나"며 "양측 수뇌부의 의지가 있다면 분단 세월이 아쉽고 아깝지만 빨리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거듭 드러냈다.
이날 오찬은 평창 올림픽 개막식, 건강, 날씨, 먹거리 등이 다양하게 이야깃거리로 오르며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진행됐다는게 청와대 관계자의 전언이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1928년생이고 2월 4일에 태어났다"고 하자, 문 대통령은 "우리 어머니가 1927년생이다. 김 상임위원장께서 아흔을 넘기셨는데 뒤늦게나마 생신을 축하드린다"고 했다. 또 "건강관리 비법이 무엇이냐, 오래 건강하게 사시라"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대해 김 상임위원장은 "조국이 통일되는 그날까지 건재했으면 한다"며 웃었다.
문 대통령은 "저는 등산과 트래킹을 좋아하는데, 젊었을때 개마고원에서 한두달 지내는게 꿈이었다"며 "그게 이뤄질 날이 금방올 듯 하더니 다시 까마득하게 멀여졌다. 이렇게 오신걸 보면 말도 문화도 같으니 마음만 먹으면 쉽게 이뤄질 수 있을 것 같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이 김 특사에게 "평창올림픽 개막식을 본 소감이 어떠냐"고 문자, 김 특사는 "다 마음에 든다. 특히 단일팀 등장때가 좋았다"고 했다.
김 상임위원장도 개막식과 관련, "단일팀이 입장할때 정말 감격스러웠다"고 했고, 문 대통령도 "김 특사와 개막식 행사장에 들어와 악수했는데 단일팀 입장때 나도 모르게 자연스레 다시 축하 악수를 했다"고 말했다.
오찬 막바지에 천안 호두과자가 후식으로 나오자, 문 대통령이 "이게 천안 특산명물이다. 지방에서 올라오다 천안역에서 사왔다"고 말했고 김 상임위원장은 "건강식품이고 조선민족 특유의 맛이 있다"고 했다.
임종석 비서실장은 "남북한 언어는 억양이나 단어가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알아들을 수 있는데, 오징어와 낙지는 남북한이 정반대더라"고 했다. 그러자 김 특사는 "우리와 다른데, 그것부터 통일을 해야겠다"며 농을 건네기도 했다.
박미영기자 mypark@dt.co.kr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북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오른쪽)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접견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고위급 대표단 오찬에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가운데),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왼쪽)을 비롯한 북한 고위급대표단이 대화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