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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 수출에 몰아치는 `삼각파도`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입력: 2018-02-08 18:00
[2018년 02월 09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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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한국 수출에 몰아치는 `삼각파도`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2017년 5월 10일에 출범한 새정부는 높은 지지율 속에서 9개월째 접어들고 있다. 하지만 새정부의 개혁의지에도 불구하고 우리경제 사정은 여러모로 만만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사에서 "나라 안팎으로 경제가 어렵습니다. 민생도 어렵습니다. 무엇보다 먼저 일자리를 챙기겠습니다"라고 밝혔지만, 2018년 연초 경제지표에 나타나는 경제 전망은 2017년 취임 때 보다 더 어려워 보인다.

일례로, 전체 사업체 수의 99.99% 그리고 고용의 8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의 대표 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경기 전망을 보면, 지난 연말부터 전산업, 제조업 및 소기업의 경기전망에서 매우 나쁨이 급증하고, 매우 좋음이 급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중개무역을 하는 싱가포르와 홍콩을 제외하면 한국의 대외의존 비율이 가장 높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다. 주지하다시피 대외의존 비율이 높은 국가의 경제성과는 기업의 대외경쟁력 수준으로 결정된다. 문제는 대외경쟁력을 결정짓는 중요한 세 가지 요인들-환율, 통상마찰, 제도적 가격-이 기업의 통제권 밖에 있으면서 수출기업들에게 큰 충격을 줄 수 있는 3각 파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환율을 보자. 한국의 주요 수출상품은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데, 자동차의 경우 품질은 유사하지만 일본보다 국가 브랜드가 낮은 탓에 일본 제품 보다 10% 이상 가격이 낮아야만 대외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시점인 2017년 1월 원-달러와 엔-달러 환율은 각각 1185.1원, 115.1엔이었지만, 2018년 1월에 원-달러와 엔-달러 환율은 각각 1085.78원, 112.957엔이다. 1년만에 달러 대비 원화와 엔화 가치는 각각 8.381%, 1.867% 상승함으로써, 한국의 원화가 일본 엔화 가치보다 6.51%나 더 급격히 상승한 것이다. 이는 일본과 경쟁관계에 있는 한국제품의 가격경쟁력이 6.51%만큼 하락했음을 의미한다.

둘째, 통상마찰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경제 회복을 주장하며 만들어 내는 통상마찰로 인해 한국의 대미 수출 상품 물량이 큰 폭으로 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전개 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수출되는 세탁기와 냉장고는 긴급수입제한 조치로 최저 20% 이상의 관세를 부담할 상황이라, 삼성전자와 LG 전자는 미국 현지 생산시설 건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로 인해 궁극적으로 국내 일자리는 그 만큼 줄어들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가로 진행되는 한미 FTA의 재협상의 핵심사항이 자동차 수출이므로, 한국의 국내 자동차 생산 또한 축소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셋째, 정부가 제도적으로 최저임금을 정하면 기업은 이를 따를 수밖에 없다. 최저임금이 인상되니, 전반적인 임금 인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임금이 높으면 소득이 증가해 좋아보이지만, 생산성 향상이 수반되지 않는 임금인상은 이미 많은 국내외 사례에서 보았듯이 경쟁력 하락으로 일자리를 잃게 하는 재앙을 만든다.

실례로, 단체 교섭력이 강한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사업장의 근로자 임금이 상승하고, 정부 주도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협력사의 부품 가격 인상도 피할 수 없다 보니, 자동차의 국내 생산원가도 당연히 상승하게 됐다. 이미 일본 자동차 업계보다 임금 상승률이 높은데다가, 엔화 보다 빠른 원화 가치 상승으로 인해 6.51% 가격 경쟁력을 잃은 상황에서, 최저임금 및 통상 임금상승으로 현대.기아 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일본 자동차와 10%의 가격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 더 어렵게 됐다.

자동차 산업은 한국 경제의 핵심축이다. 한국 제조업의 고용자 10명 중 4~5명이 자동차 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 수출이 감소하면 이는 곧바로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의 생산 감소와 일자리 감소, 이어 근로자 소득감소로 나타난다. 하지만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의 침체는 비단 자동차, 및 그 관련 산업뿐 아니라 국내경제 전반에 걸쳐 일자리 감소, 성장 감소에 이어 세금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만들 것이다.

한국경제에 닥쳐오고 있는 3각 파도의 우울한 그림자로 인해 소득주도 성장이 큰 충격을 받지 않도록, 정책당국은 사전적으로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전세계의 축제로서 자랑스럽지만, 나라다운 나라의 기본은 강한 경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3각파도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묘책, 그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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