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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룡 칼럼] 반도체 초호황에도 웃지 못하는 그들

김승룡 산업부장 

입력: 2018-02-04 18:00
[2018년 02월 05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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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룡 칼럼] 반도체 초호황에도 웃지 못하는 그들
김승룡 산업부장
메모리반도체 '슈퍼 사이클'(초호황)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총 영업이익 53조원 중에 35조원을 반도체로 벌어들였다. SK하이닉스도 사상 최대인 13조7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냈다. 두 회사의 반도체 사업 영업이익률은 각각 47%, 46%에 달했다. 100원 어치 팔아 무려 46원 이상을 남기는, 제조업에서는 전례 없는 이익률 대기록을 썼다. 두 회사가 작년에 반도체로 벌어들인 매출만 100조원을 넘고, 영업이익은 50조원을 넘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인텔을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1위 자리에 올랐다. 두 기업은 역대 최대 실적에 성과급 잔치를 벌였다.

그러나 반도체 대기업이 사상 최고 이익으로 축포를 쏘고 있을 때, 이들에게 반도체 생산장비, 부품·소재를 납품하는 국내 중소·중견 기업 임직원들은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반도체 초호황에도 후방산업의 중소기업은 여전히 내일이 걱정이다. 성과급은커녕 당장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데다 해외 경쟁사들과 차별화하기 위한 연구·개발(R&D) 분야엔 '언감생심' 제대로 투자하기조차 힘든 상황이다. 반도체 설계(팹리스) 전문 중소 기업들도 반도체 호황은 남의 일이고, 작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기업이 상당수다. 반도체 후방산업 생태계 자체가 피폐해 있다.

과연 10년, 20년 후에도 삼성전자 등 한국 반도체 대기업이 최근 같은 초호황을 누릴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부쩍 많아졌다. 이미 '반도체 굴기(우뚝 섬)' 깃발 아래 중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이 내년부터 본격적 메모리반도체 양산에 들어간다. 중국 정부와 기업들은 오는 2026년까지 반도체 생산설비 투자에 200조원을 넘게 투자할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기업들은 국내 반도체 기업 임직원들에 거액을 제시하며 물밑 스카우트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미 상당수 반도체 인력이 중국으로 넘어갔고, 정년 퇴임한 기술자들도 줄줄이 중국으로 건너가고 있다. 국내 반도체 산업계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단순 메모리반도체로는 지금처럼 우리나라가 반도체 강국 입지를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확신한다. 중국이 메모리반도체 대량 양산에 가격을 무기로 얼마든지 시장을 잡아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반도체 장비와 부품·소재의 해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산업 구조상 전방산업의 대기업이 중국에 밀리면 후방산업은 아예 존립조차 어렵다. 매년 일어나는 대 일본 부품소재 무역적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관련 장비, 부품·소재 수입량이 크기 때문이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이미 올해 중국 반도체 장비 제조사들의 총 매출은 110억 달러로 작년보다 61.5% 늘어날 전망이다. 중국은 2016년만 해도 세계 반도체 장비 매출 3위 국가였지만, 올해는 2위로 치고올라와 한국(133억 달러)을 턱밑까지 추격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 PC는 중국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고, 디스플레이도 생산량에서 올해 한국을 따돌리고 1위 자리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10년 뒤면 이같은 상황이 반도체에서도 벌어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따라서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살 길은 후방산업인 장비, 부품·소재, 팹리스 반도체 산업을 적극 육성해 중국 등 해외 반도체 생산국가에 적극 수출하는 방법이 최선이다.

그러나 정부는 겉으로 비치는 소수 반도체 대기업들의 호황, 이들이 잘 하고 있기 때문에 예전처럼 반도체 후방 산업에 크게 지원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거세다. 매우 편협한 시각이고, 안일한 생각이다. 미래를 내다보지 못하는 정부의 안목이 부끄럽다. 정부의 올해 반도체·디스플레이 R&D 지원 예상은 700억원 수준이다. 10년, 20년 뒤 우리나라가 먹고 살 길은 반도체·디스플레이 부품·소재, 장비 등 후방산업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이에 대한 중장기 육성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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