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남용으로 민간사찰 의혹 제기
영장 청구 의무화로 투명성 확보
영장 청구 의무화로 투명성 확보
■주목! 이 법안
(9) '통신자료 제공 영장 의무화법'
"한 달 전인가 내 수행 비서에 대한 통신조회를 군·검·경 등 다섯 군데서 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2017년 10월 9일)
"국가정보원과 서울남부지검이 당 대표(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 비서실 당직자에 대해 지난해 6월11일과 11월24일 각각 통신자료를 확인해 간 것으로 확인됐다"(김성수 당시 민주당 대변인, 2016년 3월 10일)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국정원과 검·경찰 등 수사·정보기관의 통신자료조회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정파를 막론, 사법기관을 향해 정치사찰 의혹을 제기해왔다. 무분별한 통신자료조회는 국민의 사생할 침해 가능성이 있는 만큼 '오·남용을 막을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은권 자유한국당 의원(사진)이 지난달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이런 인식에서 만들어졌다. 이른바 '통신자료 제공에 대한 영장주의 도입'이 개정안의 골자다.
현행법상 수사기관은 수사 대상자가 통화한 날짜, 시간, 휴대폰 발신 위치, 상대방 전화번호 등 '통신사실확인' 자료에 한해서만 법원의 허가를 받아 통신사업자로부터 정보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수사 대상자가 아닌 통화 상대방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전화번호와 위치가 확인된 '통신확인'이 이뤄지게 되는데, 이는 별도의 영장이 필요 없는 자료다. 수사기관이 범죄 혐의 의심자에 대한 정보를 요청할 때, 주변 인물들 모두에 대한 위치 추적과 통화 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민간인 통신사찰 문제의 발단이 되고 있다.
개정안은 이런 통신확인자료까지도 법원의 영장 청구 의무 범주에 넣자고 주장한다. 개정안은 정보·수사기관 등이 통신자료의 열람이나 제출을 통신사에게 요청할 때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해당 기관이 30일 이내에 통신자료를 받았다는 사실을 통신이용자에게 알려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의원실은 "국정원이나 수사기관은 범죄 혐의가 있는 사람에 대한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위치 추적, 통화 내역 조회 등을 위해 모든 주변 인물들의 정보를 함께 걷어가고 있다"면서 "만약 혐의가 확실하면 영장을 발부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임의로 '통신사찰'을 할 수 있어서 통신확인자료에 대한 영장 도입은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검찰과 경찰 등은 '통신사로부터 받은 개인 정보를 일정 기간이 지난 후 폐기조치한다'면서 사생활 침해 가능성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사법당국의 이러한 '폐기조치'만으로는 국민의 사생활 침해 가능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재정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9월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3년 이후 KICS에 저장된 수사대상자 개인정보 현황'에 따르면 같은 해 8월 기준 범죄정보관리시스템(KICS)에 저장된 수사대상자의 개인정보는 9180여만건이다. 이 중 수사대상이 아닌 피해자(3654만7552건)와 참고인(1379만5692건)의 개인정보가 절반을 넘는다.
문혜원기자 hmoo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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