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 푸드테라피협회 대표
![[디지털산책] 한겨울 건강식 `된장`의 재발견](http://contents.dt.co.kr/images/201801/20180126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한겨울 건강식 `된장`의 재발견")
된장하면 외할머니를 비롯한 집안 여성들이 마당에서 콩을 쑤고 메주를 빚어 겨우내 뭉근하게 떠서 항아리에 보관하던 어릴적 기억이 먼저 떠오르는데 어린 손녀가 퀴퀴한 메주내가 싫다고 칭얼대기라도 하면 할머니는 행여 그 철부지 소리로 인해 일 년 장농사에 탈이 날까 노심하며 어렵사리 얻은 된장 맛을 정성껏 밥상에 올리셨다. 그런 외할머니의 손길이 나이 들며 새록새록 더 그리운 까닭은 된장 맛에 담긴 오묘한 성질에서 문득문득 인생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된장은 흔히 삶의 정도를 걷는 사람에게 내재된 5가지의 성질을 품고 있다고 한다. 즉 다른 맛과 섞여도 된장 특유의 맛을 내는 단심(丹心), 오랫동안 상하지 않는 항심(恒心), 비리고 기름진 냄새를 제거하는 불심(佛心), 매운 맛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선심(善心), 모든 음식과 조화를 이루는 화심(和心)을 모두 담고 있다고 한다.
웰빙시대에 된장이 담고 있는 효능이나 영양적 가치는 과학적으로도 널리 입증되고 있다. 위암 유방암 대장암 등 거의 모든 암세포를 억제하는 항암효과가 뛰어날 뿐더러 장수식품으로 최근 국내 거주하는 100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이 하루 한 끼 이상 꼬박꼬박 먹는 음식으로도 된장찌개가 꼽혔다. 식물성 콩단백으로 구성된 된장에서 특히 주목할 영양소는 아미노산 결합체로 이는 현대인의 고질적인 스트레스와 술, 음식 등으로 인해 간에 축적된 독소를 희석시키는 해독기능을 한다. 또한 된장 속에 풍부한 필수지방산인 리놀레산은 콜레스테롤의 축적을 막아 혈관에 탄력을 주는 효과가 있어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된장 속에 풍부한 레시틴은 복잡한 뇌신경세포들의 결합을 튼튼히 연결해주는 효과가 있어 건망증 예방에도 도움이 되며 노인들의 치매예방에 효과적이다. 된장찌개는 다이어트 식단에서도 기본 메뉴로 실제 쥐를 대상으로 실험한 결과에서도 된장을 섭취한 쥐들의 경우 비만 발생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건강에 유익한 된장을 남녀노소 누구나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된장국이나 된장찌개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때 된장의 항암효과는 가열해도 유지된다고는 하지만 영양소 차원에서는 단시간 내 가열해 먹는 것이 더 좋다.
된장의 깊이가 흠뻑 우러난 된장국이나 된장찌개는 밥 한그릇 말아서 젓갈이나 배추김치를 올려 먹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 없을 만큼 그 자체 완벽한 음식인 것이다. 패스트푸드 맛에 친숙한 우리네 젊은 세대들에게도 된장찌개는 밥상의 단골메뉴로 간단한 레시피를 가지고도 손마다 맛이 제각기인 그런 음식도 드물 것이다. 다른 음식과 조화를 이루는 된장의 성질 덕분에 첨가하는 식재료에 따라 맛이 달라 삼백육십오일을 먹어도 싫증나지 않는 음식 역시 된장찌개인 것이다.
된장의 깔끔한 뒷맛을 원한다면 된장찌개를 끓일 때 마늘은 빼고 고추 정도로 간을 맞춰 끓이도록 한다. 찌개의 칼칼한 맛을 선호한다면 고춧가루를 조금 넣어도 좋다. 새우나 굴 등 해물이나 돼지고기 소고기 등이 들어가면 잡내를 잡기 위해 마늘이 들어가야 구수한 맛이 돈다. 명절에 갈비찜 요리를 한후 남은 갈비뼈를 끓는 물이 담긴 뚝배기에 넣고 된장을 풀어 다진 마늘과 대파 등을 넣고 푹 끓이면 갈비탕과 된장찌개의 중간맛 같은 진국을 느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된장찌개는 해물, 고기 등이 섞이지 않은 두부와 호박 정도 가미된 된장찌개로 쌀뜨물을 사용하면 더 구수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이때 맛의 관건은 된장으로 반드시 집에서 만든 첨가료가 안섞인 묵은 된장이여야 제 맛이 난다. 요즘은 편하게 인스턴트 된장들을 이용하는 가정도 많지만 어쩌다 먹는 된장찌개가 아닌 가족의 건강을 위해 일년 내내 밥상에 올릴거라면 새로운 한 해를 열며 정갈한 마음으로 된장 담그는 일로 가족의 건강을 맞이해도 좋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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