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시론] 가상화폐, 누른다고 될 일 아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1/2018012502102351607001[1].jpg "[시론] 가상화폐, 누른다고 될 일 아니다")
지금 전세계 가상화폐거래의 3대 화폐비중을 보면 달러가 51%, 엔화가 25%, 원화가 15%다. 1월21일 기준 세계 가상화폐거래소 거래대금 1, 2위가 모두 한국 가상화폐거래소다. 한국의 양대 거래소의 하루 거래대금은 86억달러, 9조2000억원으로 코스피시장의 거래대금 6조2000억원을 넘어선다.
비트코인 가격이 한국에서는 다른 국가에 비해 19~20%가 더 높다. 해외시장에서 비트코인을 사다가 한국에서 팔면 재정거래도 가능할 정도로 한국시장이 뜨겁다. 이유는 스마트폰과 대화방이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한국에서 20대들이 대거 뛰어든 때문이다.
세계 거래량의 80~90%를 차지했던 중국이 가상화폐의 공개를 통한 자금조달(ICO)를 금지하고 거래소를 폐쇄한 영향도 한국에 영향을 미쳤다. 한국정부도 투기를 막기 위한 거래소폐쇄도 검토한다고 발표했다가 선거철을 앞둔 데다 20~30대들의 강한 반대여론에 주춤거리고 있다.
20대들이 세상을 바꾸고 세상을 변화시킨다.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등 세상을 바꾼 혁신자들도 20대들이었을 때 작품을 만들었다. 지금 전세계 비트코인 채굴과 유통 그리고 시장조정의 중심에는 중국의 비트메인사 CEO86년생인 북경대 출신의 우지한(?忌寒)이 있다. 비트메인은 가상화폐의 기축통화라고 불리는 비트코인 채굴의 30%를 장악하고 있다. 시가총액 1014억달러로 세계 2위의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은 러시아출신의 94년생 캐나다 워털루대학 중퇴생 부터린이 만들었다.
중국과 캐나다의 20대들은 가상화폐를 만들어 세상을 변화시키는 데 한국의 20대들은 이들이 만든 가상화폐의 투기판에 몰려들어 거품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다. 한국의 200만명이 넘는 20대들이 가상화폐의 투기 대열에 몰려들었다고 하는데 이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정부와 사회가 나서 이를 잘 계도하고 사고나지 않게 소프트랜딩 시켜야 한다.
4차산업혁이 만들어낼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가 넘쳐난다. 그러나 우리는 기술에만 너무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산업혁명의 역사를 돌아보면 진정한 산업혁명은 기술만이 아니라 금융과 에너지에서 혁명이 같이 일어났다.
풀 먹는 말이 석탄 먹는 말로 바뀌고, 석탄 먹는 말이 석유 먹는 말로 바뀌고, 석유 먹는 말이 전기 먹는 말로 바뀐 것이 산업혁명이고 거래의 결제수단이 조개가 은으로, 은이 황금으로, 황금이 지폐로 바뀐 것이 지난 3차례의 산업혁명이었다. 세계의 패권이 중국에서 영국으로, 그리고 영국에서 유럽으로, 유럽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것도 산업혁명의 결과다.
4차산업혁명의 시대가 온다면 기술뿐만 아니라 에너지와 금융의 변화를 가져오고 이것이 세계의 패권까지 바꾸는 일이 벌어질 판이다. 4차산업혁명의 기술은 이미 세상에 널리 알려졌고 각국이 기술개발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런데 관심은 에너지와 금융이다. 전기 먹는 말 다음에 세상을 바꿀 말은 "태양을 먹는 말"이 될지, 미국의 지폐가 지배하는 세상 다음의 화폐는 가상화폐가 될지 모른다.
한국의 가상화폐 대책, 단순한 투기억제책이 아니라 더 큰 시각으로 보고 큰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3차 혁명시대에는 삼성전자 같은 시가총액 가진 회사를 하나 만드는데 40~50년이 걸리지만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4~5년에도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상화폐 투기를 계기로 가상화폐만이 아니라 가상화폐의 핵심기술인 블록체인의 무궁무진한 실물경제에서 확장성을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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