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기업 투자회사 취업 형태로
한국 반도체인재 편법영입 기승
중국인 직원 한국취업 기술유출도
민관협 인재육성 지원책 '급선무'
"연구개발 비용도 늘려야" 지적
한국 반도체인재 편법영입 기승
중국인 직원 한국취업 기술유출도
민관협 인재육성 지원책 '급선무'
"연구개발 비용도 늘려야" 지적
■혁신성장 2018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키워라(하)
[디지털타임스 김은 기자] 가뜩이나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등 후방 산업계에 인력 유출 비상이 걸렸다. 국내 조선 업계의 우수 인재들이 빠져나가 중국의 조선산업이 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듯,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계 인재들이 중국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브레인 유출도 문제지만, 사람과 함께 기술도 유출돼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정부를 비롯해 삼성, SK, LG 등 대기업은 인재를 육성하고, 핵심 기술 유출을 방지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대책만 내놓고 있다. 후방산업이 무너지면 전방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도 무너진다는 생각으로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이 '반도체 굴기(우뚝 섬)'를 선언한 이후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기업에서 CEO(최고경영자)나 임원으로 재직했던 인재들이 중국으로 넘어간 데 이어 최근에는 중국 업체들이 국내 연봉의 최대 9배까지 올려주겠다는 제안까지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관련 업계에 파다하게 퍼졌다.
중국 기업들이 국내 동종업종 재취업 금지 규정을 피하기 위해 그룹 내 투자 회사나 자회사로 취업시키는 형식으로 국내 관련 인력을 빼가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당국은 얼마만큼의 국내 인재들이 중국으로 넘어갔는지 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난 1년 새 중국이 반도체 공장에 투자한 금액만 75조원에 달하고, 반도체 산업육성을 위해 20조원 규모의 펀드까지 조성했다.
국내 디스플레이 인재의 중국 유출은 이미 오래된 얘기다. 중국 BOE는 2003년 현대전자의 LCD사업부가 독립한 하이디스를 인수했다. 하이디스 인수 뒤 핵심 기술과 인재만 빼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현재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엔 적지 않은 한국인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중국 BOE에만 약 150명, 차이나스타(CSOT)에도 수십 명의 근로자가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는 심지어 중국인 직원들이 한국 관련 기업에 취업해 기술을 빼가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한 중국인 직원은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정기술을 보유한 국내 중소업체 A사에 입사해 국책과제로 개발한 기술을 퇴사 전 이메일과 이동식저장장치(USB) 등을 이용해 유출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연구직으로 근무하던 또 다른 중국인 직원은 최근 군사용 기술을 빼내 중국에 넘기려다 당국에 적발됐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핵심 기술의 경우, 인재 한 명만 넘어가도 기술 전체가 넘어갈 수 있기 때문에 심각성을 키우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력 유출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방법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이젠 인력 유출로 발생할 더 큰 산업 변화를 미리 준비하는 게 최선책이라고 말한다.
아울러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 주도권과 미래 산업을 이끌 인력 양성 체계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반도체 인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대기업에만 쏠려있고, 소재·부품·장비 등 후방 중소기업에서 기술 개발을 맡을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에서 배출하는 이공계 인력만으로는 인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 또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해도 처음부터 실무를 다시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2~3년 시간이 걸린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애로점이다.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은 갈수록 줄고 있다. 예를 들어 디스플레이 관련 R&D 예산은 지난 2013년 276억원에서 2014년 245억원, 2015년 195억원, 2016년 93억원으로 줄었다. 중소업체 관계자는 "해를 거듭할수록 정부 지원은 줄어들고, 해외로 나가는 사람을 붙잡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후방산업 기술인력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은기자 silverkim@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