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세미콘' 전시회서 한국의 현실 적나라하게 드러내
9인치 이상 대형 평판DP 31분기 만에 중국에 1위 내줘
메모리 반도체도 미 견제·중 성장·일 부활에 위협 받아
핵심소재·장비 해외 의존도 높아 '사상누각' 잇단 지적
9인치 이상 대형 평판DP 31분기 만에 중국에 1위 내줘
메모리 반도체도 미 견제·중 성장·일 부활에 위협 받아
핵심소재·장비 해외 의존도 높아 '사상누각' 잇단 지적
■혁신성장 2018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키워라(상)
작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산업 전시회 '세미콘 웨스트'(SEMICON West)가 열렸다. 이 전시회에 참가한 우리나라 국적의 반도체 부품·소재 업체는 전체 546개 참가업체 중 단 한 개사에 불과했다. 매년 이 행사에 참가하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반도체는 수출 강국이지만 그 부품·소재 경쟁력은 매우 부족하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9인치 이상 대형 평판 디스플레이 패널의 경우 LG디스플레이가 31분기 만에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고, 메모리반도체도 미국 등의 견제와 중국의 성장, 일본의 부활 등으로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현지 반도체업체 비트마이크로의 제소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9개 업체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는지 조사 중이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 BOE는 출하량 기준으로 지난 3분기 9인치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LCD·OLED 등) 시장에서 21.7%의 점유율을 기록해 LG디스플레이를 제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완성품 추격보다 핵심 부품·소재와 관련 생산 장비 분야의 원천기술 경쟁력 부재를 더 큰 문제로 꼽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와 장비의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지금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강국 입지가 뿌리가 없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업체 가운데 1조원 이상의 연 매출을 거두고 있는 곳은 삼성 계열 비상장사인 세메스와 당시 삼성항공(현 한화테크윈)에서 분사한 에스에프에이 등 소수의 삼성 관계사 정도다. 이는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매출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 관계로 인해 다른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로 제품을 수출하기 쉽지 않고, 또 적극적인 연구개발(R&D)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완성품 제조 대기업들이 주요 기술특허를 거의 확보했고, 또 생산하는 부품이나 장비의 경우 해외 다른 제조사에 공급하면 기술이나 영업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대기업의 압박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세메스의 전체 매출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3분기 기준으로 2.44%에 불과하다.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기준으로 내수가 1조4210억원, 수출이 1117억원으로 수출이 내수의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국내 기업 가운데 세계 반도체 장비 톱 10에 들어간 기업은 한 군데도 없다. 지난 2011년 기준 세계 반도체 톱 10에 속한 기업은 미국 어플라이머티리얼즈와 네덜란드의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미국 4개, 일본 4개, 유럽 2개사다. 최근까지 톱 10은 바뀐 게 없다.
특히 핵심 부품의 경우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장비 국산화율은 50% 수준에 이르지만, 노광기 등 주요 핵심 소재·부품 ·장비는 거의 해외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디스플레이 역시 마찬가지로 관련 부품·장비 국산화율은 70%대에 이르고 있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노광기나 증착기 등 핵심 전 공정 장비와 핵심 부품은 일본 토키, 울박(Ulvac) 등이 시장을 장악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단기간 빠르게 성장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다 보니 소재·부품 산업의 성장을 기다려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1990년대 5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던 일본의 반도체 장비 산업은 반도체 제조사들의 부진으로 서서히 침체하면서 30% 수준으로 점유율이 떨어졌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R&D 비율을 10%대로 끌어올리면서 다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중국 역시 자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사용 시 보조금과 관세 혜택 등을 주는 등 완성품과 뿌리산업을 동시 육성하고 있다. 기술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다.
업계는 최근 반도체의 경우 400㎜ 웨이퍼 시대 개막과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진입, 디스플레이의 경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마이크로LED 등 기술 패러다임 전환기에 아직 국내 소재·부품·장비 등 후방 산업 육성의 기회는 남아 있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시장에 선제 대응하는 범정부 차원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후방 산업 육성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정일·김은기자 comja77@dt.co.kr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키워라(상)
작년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산업 전시회 '세미콘 웨스트'(SEMICON West)가 열렸다. 이 전시회에 참가한 우리나라 국적의 반도체 부품·소재 업체는 전체 546개 참가업체 중 단 한 개사에 불과했다. 매년 이 행사에 참가하는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반도체는 수출 강국이지만 그 부품·소재 경쟁력은 매우 부족하다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한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에 비상등이 켜졌다. 9인치 이상 대형 평판 디스플레이 패널의 경우 LG디스플레이가 31분기 만에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줬고, 메모리반도체도 미국 등의 견제와 중국의 성장, 일본의 부활 등으로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현지 반도체업체 비트마이크로의 제소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9개 업체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는지 조사 중이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 BOE는 출하량 기준으로 지난 3분기 9인치 이상 대형 디스플레이 패널(LCD·OLED 등) 시장에서 21.7%의 점유율을 기록해 LG디스플레이를 제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중국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완성품 추격보다 핵심 부품·소재와 관련 생산 장비 분야의 원천기술 경쟁력 부재를 더 큰 문제로 꼽고 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에 필요한 핵심 소재와 장비의 해외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지금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강국 입지가 뿌리가 없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업체 가운데 1조원 이상의 연 매출을 거두고 있는 곳은 삼성 계열 비상장사인 세메스와 당시 삼성항공(현 한화테크윈)에서 분사한 에스에프에이 등 소수의 삼성 관계사 정도다. 이는 국내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매출 대부분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쟁 관계로 인해 다른 반도체·디스플레이 제조사로 제품을 수출하기 쉽지 않고, 또 적극적인 연구개발(R&D)에 나서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완성품 제조 대기업들이 주요 기술특허를 거의 확보했고, 또 생산하는 부품이나 장비의 경우 해외 다른 제조사에 공급하면 기술이나 영업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대기업의 압박 때문이다.
예를 들어 세메스의 전체 매출에서 R&D가 차지하는 비율은 작년 3분기 기준으로 2.44%에 불과하다.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기준으로 내수가 1조4210억원, 수출이 1117억원으로 수출이 내수의 10분의1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국내 기업 가운데 세계 반도체 장비 톱 10에 들어간 기업은 한 군데도 없다. 지난 2011년 기준 세계 반도체 톱 10에 속한 기업은 미국 어플라이머티리얼즈와 네덜란드의 ASML, 일본 도쿄일렉트론 등 미국 4개, 일본 4개, 유럽 2개사다. 최근까지 톱 10은 바뀐 게 없다.
특히 핵심 부품의 경우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소재·장비 국산화율은 50% 수준에 이르지만, 노광기 등 주요 핵심 소재·부품 ·장비는 거의 해외 업체들이 독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디스플레이 역시 마찬가지로 관련 부품·장비 국산화율은 70%대에 이르고 있지만, 부가가치가 높은 노광기나 증착기 등 핵심 전 공정 장비와 핵심 부품은 일본 토키, 울박(Ulvac) 등이 시장을 장악했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이 단기간 빠르게 성장해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다 보니 소재·부품 산업의 성장을 기다려줄 여유가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비해 1990년대 50%에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던 일본의 반도체 장비 산업은 반도체 제조사들의 부진으로 서서히 침체하면서 30% 수준으로 점유율이 떨어졌다. 하지만 수년 전부터 R&D 비율을 10%대로 끌어올리면서 다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중국 역시 자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부품·장비 사용 시 보조금과 관세 혜택 등을 주는 등 완성품과 뿌리산업을 동시 육성하고 있다. 기술력 확보를 위한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다.
업계는 최근 반도체의 경우 400㎜ 웨이퍼 시대 개막과 10나노 이하 미세공정 진입, 디스플레이의 경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마이크로LED 등 기술 패러다임 전환기에 아직 국내 소재·부품·장비 등 후방 산업 육성의 기회는 남아 있다고 강조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시장에 선제 대응하는 범정부 차원의 반도체·디스플레이 후방 산업 육성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정일·김은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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