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디지털산책] 역차별 문제, `진흥`만이 해법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1/20180118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역차별 문제, `진흥`만이 해법이다")
최근 국회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글로벌 ICT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들이 역차별을 받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른바 '뉴노멀법'이 논의되고 있다. 그런데 '뉴노멀법'은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에 대해서도 통신사업자에 준하는 규제를 적용하는 내용으로 기존의 정보통신망법, 전기통신사업법, 방송통신발전기본법 등의 개정을 시도하고 있어 큰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역차별 문제가 매우 심각하기에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고 국내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해결책 도출이 시급하다는 데는 별 이견이 없다. 그러나 역차별 문제에 대한 최선의 해결책이 규제인가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만약 정치적, 정파적인 입장 때문에 역차별 문제 해소를 핑계로 필요 없는 규제를 만들어서 국내 인터넷 사업자에게까지 규제를 강화한다면 역차별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 사실상 글로벌 ICT 기업에게 적용할 수 없는 규제가 신설된다면 이러한 규제는 국내 인터넷 생태계의 혁신과 진화를 가로막게 될 것이고 따라서 운동장은 망가지고 그 운동장을 이용하는 이용자의 후생도 저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경쟁상황 평가를 통신사업자와 같은 기간통신사업자뿐만 아니라 부가통신사업자인 인터넷서비스사업자로 확대하여 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는 것은 무리인 것으로 판단된다. 인터넷서비스의 경우 서비스의 비정형성, 무료 서비스, 동태적 기술혁신, 소비자의 낮은 전환 비용, 군집 시장이라는 인터넷의 특성 때문에 기존의 상품 시장 내지 서비스 시장과는 다르며 사전적인 시장획정이 매우 어렵다. 그렇기에 규제기관이 기업결합 내지 불공정 행위 여부의 판단을 위해 인터넷서비스 시장의 획정을 현실적으로 해야 할 경우에도 매우 신중한 접근이 요구되고 있다. 즉 경쟁상황 평가와 지배적 사업자 지정 등의 사전규제 도입을 위해서는 분석할 시장을 먼저 획정하고 그 시장에서 수직적 지배력 전이, 수평적 지배력 전이, 단일 시장 지배력 등을 분석한 후 필요한 경우 규제조치를 부과해야 하지만 인터넷서비스 시장에서는 이러한 과정이 사실상 어렵다. 따라서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규제를 도입하더라도 사후규제 위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며 사전규제의 경우 해외의 사례를 참고하여 국제 공조가 가능한 실효성이 있는 규제 위주로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타당하다고 볼 수 있다.
역차별 문제를 규제로 해결할 수 없다면 규제보다는 오히려 국내 인터넷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진흥정책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미국이나 중국의 글로벌 ICT 기업들이 전 세계 시장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국내 시장도 상당히 잠식한 상황에서 국내시장을 방어하고 세계시장에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국가대표 ICT 기업들을 지원하는 것만이 우리나라가 디지털 식민지로 전락하지 않고 경제주권과 정보주권을 확보하는 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병자호란 때 청나라의 대군을 피해 숨어든 남한산성에서 주화파와 척화파의 의견이 갈리는 사이 임금은 번민하다가 결국은 삼전도에서 항복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수많은 백성들이 목숨을 잃고 수십만이 청나라로 끌려갔다. 남한산성에서는 충분한 군사가 없어서 삼전도의 굴욕을 당했지만 임진왜란 당시 명량해전에서는 그나마 남은 배와 군사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있어서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오늘날 글로벌 ICT 기업들의 공세 속에서 역차별 문제를 해결하고 정보주권을 수호하는 길은 국내 ICT 기업을 억압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규제의 도입이 아니라 국내 ICT 기업을 지원하는 진흥정책의 시행이어야 한다. 부디 뉴노멀이 우리나라 ICT 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앱노멀(abnormal)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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