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당시 시스템 그대로 방치
진화된 보안 취약점 고려 안해
위기 땐 발사 등 사고 위험 높아
영국 외교 ·안보 싱크탱크 지적
진화된 보안 취약점 고려 안해
위기 땐 발사 등 사고 위험 높아
영국 외교 ·안보 싱크탱크 지적
외교·안보 분야의 세계적 싱크탱크인 채텀하우스(영국왕립국제문제연구소)는 최근 '핵무기 시스템의 사이버 보안 : 위협, 취약성 및 결과' 보고서를 통해 핵전쟁 위기를 경고했다.
채텀하우스는 유엔군축연구소(UNIDIR) 등 여러 기관과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아 핵무기 시스템 내부의 지휘통제센터, 미사일 플랫폼 등의 데이터 처리 기술과 통신인프라 등을 점검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핵무기 시스템은 컴퓨터가 막 상용화된 당시 개발돼 잠재적이고 악의적인 사이버 보안 취약점에 대해서는 거의 고려되지 않은 상태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NPT(핵확산금지조약) 체제에서 세계적으로 핵무기 보유국으로 공식 인정되는 국가는 미국, 영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5개국이다. 이외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이란, 북한 등이 비공식 핵무기 보유국이다.
인적·시스템적 오류와 설계 취약성 등으로 인해 세계 각국의 핵무기 시스템이 보안에 취약해 해커가 침투할 수 있는 수많은 경로가 존재한다는 것이 채텀하우스의 분석이다. 현재의 핵무기 시스템을 방치하면 해커의 데이터 조작 등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핵무기가 우발적으로 발사되는 등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
채텀하우스는 "해커가 악성코드를 핵무기 시스템에 유포하면 공격받은 정부는 잘못된 정보를 기반으로 핵무기 발사 등 치명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로 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는 경보가 작업점검 중 실수로 발령되며 현장이 혼란을 빚은 사례가 있다. 유사한 사태가 벌어질 경우 가져올 위험을 체감할 수 있다. 이 사태가 터지자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부 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우발적 핵전쟁 위험은 가설이 아니다. 우발적 사고들은 과거에 있었고 인류는 실수를 다시 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채텀하우스는 "핵무기 시스템의 사이버 보안 취약은 최악의 사이버 공격으로 이어지고 군사 능력에 대한 신뢰와 직결되는 문제"라며 "각국 정부가 이 문제를 재점검할 수 있도록 학계와 시민 사회에서 이 문제를 공론화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편 미 국방부는 조만간 트럼프 대통령에게 '2018 핵 태세 검토보고서'를 보고하며 핵무기 확대 및 저강도 핵무기 개발을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미국 정부 기조와 역행하는 것으로 세계 각국 정부의 핵무기 개발 도미노를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은 15일(현지시간) 페루·칠레를 향하는 전세기 안에서 동승한 취재진에 핵전쟁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나는 정말로 염려하고 있다. 우리는 최종한계에 서 있다. 한 가지 작은 사건으로 핵전쟁이 촉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탁기자 kt87@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