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상 성균관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
![[시론] 제약산업에 인공지능이 작동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801/2018011602102351607001[1].jpg "[시론] 제약산업에 인공지능이 작동한다")
제약산업은 반도체, 스마트폰 등과는 달리 전체 시장을 몇 개의 글로벌 기업이 과점할 수 없다. 이보다는 10개에서 20개 정도 되는 글로벌 거대 제약사들이 심장약, 유방암 치료제, 고지혈증, 자가면역질환, 혈액암 등 몇몇 질병에 대한 약을 남보다 먼저 개발하여 전체 제약 시장의 일부만 나누어 갖는 구조이다. 따라서 글로벌 제약사 또는 글로벌 제약사가 되고자 하는 기업들은 신약개발이 필수적이고 경쟁자보다 빠른 시간 내에 신약개발에 성공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재 신약개발에는 평균 12년이 걸리고 개발비용은 $3억5천9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신약개발 과정도 지난해서 5000~1만개의 후보 물질을 대상으로 문헌을 탐색해 이전에 독성이 발견돼 개발이 중단된 사례 여부와 특허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평균적으로 후보물질 중 오직 5개 정도가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임상시험에 들어가고, 이 중 평균 1개만 임상시험을 통과하여 신약 판매 허가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구개발비를 매출액의 15%에서 20%까지(이 비중은 하이테크 기업인 IT 기업이나 자동차 기업보다도 5배 이상이 됨)를 투자하는 이유는 이와 같이 신약개발이 길고 비용이 많이 드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인공지능이 신약개발에 투입되어 비용과 기간을 단축하고 있다. 미국의 신약개발 AI 스타트업인 아톰와이즈의 경우 2014년 인공지능을 사용해 백만개의 분자를 하루만에 스크리닝을 끝내고, 과거에 에볼라 용으로 의도하지 않았던 8000개의 약품들을 에볼라 질병에 1개씩 적용해 보는 인공지능 시뮬레이션을 통해 결국 성공적인 1개의 에볼라 치료제를 발굴했다. 버그사는 독자 개발한 AI 신약 개발 플랫폼을 이용해 14조 개에 달하는 암 관련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새로운 항암제를 개발한 바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벤처기업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뇌수막염 진단 제품과 성감염증을 진단하는 동시다중 시약 개발에 성공했다고 알려진다. 이는 기존에는 7년 이상의 경력을 보유한 석박사 연구원들이 1년 이상 걸려 제품을 개발했으나 인공지능을 이용해 단 4일 만에 개발에 성공했다,
이와 같은 신약개발 성공의 배경에는 알파고처럼 사람이 하는 일을 사람보다 엄청나게 빨리 수행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능력 덕분이다. 신약개발의 첫 단계는 후보물질에 대한 문서를 읽고 이해하는 것인데, 한 명의 연구자가 한해에 200~300건의 신약 개발 관련 문헌 자료를 읽을 수 있는 반면, 인공지능 알고리즘은 같은 기간 동안 의학 데이터베이스 자료인 메드라인(Medline)에서 2500만건의 논문초록과 100만건 이상의 논문, 400만명의 환자들의 임상자료를 소화하고 정기적인 업데이트까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다. 인공지능의 또 다른 장점인 학습 능력 또한 신약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즉, 인공지능에 화합물구조의 작용기전과 특성을 학습시키면 화합물의 예측되는 모든 특성과 생체기능이 도출되고 수용체와 후보물질 사이의 결합력을 예측할 수 있어 최적의 화합물 합성에도 효율적이다.
제약부문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크게 뒤져 있다. 인공지능 또한 아직 세계 최고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 소프트웨어 특히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 대한 연구자들의 뜨거운 관심과 노력, 세계 최강의 보건의료 공공 데이터 등을 결합한다면 반도체와 스마트폰이 그러했듯이 선진국을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제약바이오기업과 IT기업에 대한 주식시장에서의 뜨거운 국민적 관심에 보답하려면 따라 잡아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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