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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경 칼럼] 그 많던 11조원은 어디로 갔을까

권대경 경제금융증권부 차장 

입력: 2018-01-14 18:00
[2018년 01월 15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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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경 칼럼] 그 많던 11조원은 어디로 갔을까
권대경 경제금융증권부 차장
최근 정부가 손에 받아든 고용시장 성적표는 낙제점이다. 특히 청년층(15~29세) 성적표는 낙제 중에서도 낙제 수준이다. 지난해 청년층 실업률은 2000년 이후 최고치인 9.9%로 치솟았고, 청년층 실업자 수는 43만5000명으로 역대 가장 많다. 비경제활동인구 중 구직단념자는 50만명대 돌파가 눈앞이고, '쉬었음' 인구는 173만명으로 전년대비 6.5% 증가했다. 뭐 하나 나아진 지표가 없다.

일자리 창출을 첫 번째 국정과제로 내세워 출범한 정부가 문재인 정부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업무 1호 지시로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선택했고,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며 강력한 의지를 내보였다. 지난해 7월 공무원 1만여명을 추가 채용했고, 11조원에 이르는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안도 국회 문턱을 통과했다. 공공이 마중물 역할을 해 민간으로 퍼지면 전체 일자리가 늘어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추진한 정책들이다.

그런데 고용시장은 아직 한겨울이다. 물론 정책 효과가 시장에 나타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린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변명으로 들린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11월까지 추경예산 9조6000억원 중 9조1000억원을 집행했다고 밝혔다. 집행률은 95.0%다. 9조6000억원은 전체 11조1000억원 가운데 농지특결손보전 8000억원과 국채상환 7000억원을 제외한 금액으로 대부분 일자리 창출이 쓰임의 용도다. 8월부터 집행하기 시작해 11월까지 4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무려 9조1000억원의 돈이 풀린 셈이다. 그렇다면 최소 10월 이후부터는 효과가 어느 정도 나타나는 게 순리다. 정부의 이번 정책이 노동시장 개혁과 같은 장기 과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보다 단기 대책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공무원 채용 확대가 대표적이다.

결국 12월 고용동향에서는 정책 효과의 냄새라도 나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12월 고용동향은 오히려 더 나빠졌다. 취업자 수 증가폭은 25만3000명으로 석 달 연속 20만명 대에 그친 것이다. 30만 명 선이 정부 목표치다. 무엇보다 3개월 이상 20만명대는 무려 11년 전인 2007년 8월부터 2010년 3월까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한창이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가히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로 되돌아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면 올해는 나아질까. 이에 대한 전문가 대부분의 대답은 '노(No)'다. 우선 최저임금이 지난해보다 16.4% 오른 시간당 7350원이 됐다. 이달 들어 아파트 경비원이나 건물 청소원을 비롯해 아르바이트생 등 시급을 적용받는 일자리 현장은 해고와 대체인력 투입 등으로 아우성이 넘쳐난다. 올해 기업 경영 환경은 더 어려울 전망이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25%로 올라 기업들이 투자 감소와 채용 축소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원화 강세로 수출기업의 채산성은 악화되고 있고, 이례적인 가상화폐 열풍에 청년층을 중심으로 취업을 포기하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회 이상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관련해 이찬우 기재부 차관보는 "2007년 6월에 최저임금 인상을 결정하고 다음 해 시행됐는데 연초 3개월 동안 고용지표가 조정됐고 숙박·음식 등은 결과적으로 다 회복됐다"고 말했다. 이 차관보의 전망대로 됐으면 하는 소망이 간절하지만 현실은 반대로 갈 것 같아 우려스럽다. 적폐청산도 중요하지만 당장 일자리가 없는 청년 입장에서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큰 적폐가 취업의 높은 장벽일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도 유독 한국에서만 불고 있는 비정상적인 가상화폐 열풍의 이면에 거리를 헤매는 청년들의 낙담이 녹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정부는 과거 사례에 기댄 '3개월 조정시기' 인식을 버리고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고용시장에 온기를 불어넣는 더 강한 처방전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 벼랑 끝에 선 고용시장은 3개월을 기다릴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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