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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대기업의 기술 유용·탈취,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탈취 피해땐 검·경에 '고소·고발' … 법·제도 '사각지대' 여전
행정처분 또는 분쟁조정 절차 신청도 가능
관련 조직·조사인력 태부족 상담 쉽지않아
조정·처벌도 창구분산… 신고 저조도 한계 

권대경 기자 kwon213@dt.co.kr | 입력: 2018-01-14 18:00
[2018년 01월 15일자 18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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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봅시다] 대기업의 기술 유용·탈취,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알아봅시다] 대기업의 기술 유용·탈취,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 대기업 A사는 수급사업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납품할 제품의 제조방법·도면 등의 기술자료 제출을 조건으로 걸었습니다. 그러나 A사는 납품업체로 신청한 B사의 제품을 눈여겨 봤다 정작 B사와는 하도급 계약은 체결하지 않고 B사와 유사한 제품을 만들어 시장에 선보였습니다. 이로 인해 B사는 경영상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고 결국 문을 닫게 됩니다.

정부가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유용 및 탈취에 대해 강도높은 제재를 천명 하면서 지금까지 알면서도 당하고 또 모르고 당한 사례들이 속속 알려지고 있습니다. '을'이 오랜 기간 투자와 연구 끝에 자체 개발한 기술을 '갑'이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해 사실상 강제로 빼앗는 일에서부터, 기술 개발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하청업체의 특허에 숟가락을 얹는 식의 공동 특허 출원까지 드러나면서 비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사실 업계에서는 대기업의 기술 빼앗기는 공공연한 관행으로 오랫동안 암묵적으로 이뤄져 왔다고 입을 모읍니다.

정작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그런 일을 당하면 억울하기 그지없습니다. 특히 하소연할 데도 마땅치 않은 데다 경쟁 당국이나 수사기관에 문제제기를 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아예 시장에서 완전히 떠날 각오를 하지 않는 이상 용기를 내 억울함을 드러내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분위기는 조금씩 바뀌고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를 중심으로 기술유용과 탈취 근절 대책이 하나씩 발표되면서 감시·감독의 망이 촘촘해 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9월 당정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위한 기술유용행위 근절대책'을 내놨습니다. 기술력을 갖춘 강소기업을 보호·육성하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서는 몰염치한 신기술 가로채기와 같은 불공정한 꼼수부터 없애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당시 대책의 요지는 사건의 신고 처리에서 직권조사로 법 집행 체계를 전환하고, 편법적·우회적 불공정 행위를 금지하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공정위는 기술유용사건 전담 조직을 구성하고, 5개 분과별로 각 5인으로 구성된 기술심사자문위원회를 꾸렸습니다. 전담 조직과 전문위원의 체계적 활동으로 법 집행의 강도를 강화하기 위한 것입니다. 여기에 대기업이 취득한 기술자료를 제3자에게 유출하는 행위에 대한 금지 규정이 없어 법 집행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라 유출 자체를 금지하는 하도급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까지 법 개정이 마무리되지 않아 현장에 적용되지 않고 있지만, 과거 기술 유출 뒤 유용 여부를 경쟁당국이 입증해야 했던 상황에서 유출 자체만으로도 법 집행이 가능하게 되면서 기술 유용·탈취 사건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공정위는 기대하고 있습니다.

기술유용 조사시효도 기존 3년에서 7년으로 대폭 늘렸습니다. 납품 후 수년에 걸친 사후 관리 과정에서의 기술 유용이나 은밀하게 이뤄져 뒤늦게 드러난 사건들은 제재되지 않는 불합리한 상황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제재와 감시 장치도 강화해 나가고 있습니다. 2011년 3월 하도급법에 기술유용·탈취 손해배상제도를 도입한 데 이어 2014년 1월에는 공정화 지침에 기술유용·탈취 회사를 원칙적 고발대상에 포함했습니다.

2016년 7월에는 정액과징금제도를 정비했고, 지난 9일에는 기술개발에 기여하지 않고 공동 특허를 요구할 경우를 위법 행위로 규정하는 기술자료 심사지침을 개정했습니다. 심사 지침에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소스코드(Source code)'와 관련 정보를 그리고 의약 분야에서 임상시험 계획서와 임상시험 방법을 기술자료로 분류했습니다. 해당 자료를 하청업체에 요구하면 법 위반이 되는 것입니다.

나아가 정부는 매년 기술 유출 집중 감시업종을 선정해 서면 실태조사를 진행하고 직권조사 대상을 선별할 계획입니다. 올해 기계·자동차 업계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전기전자·화학, 2020년에는 소프트웨어 등을 집중 감시할 예정입니다. 성경제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기계·자동차부터 소프트웨어와 의약품까지 기술탈취 우려가 큰 업종을 먼저 조사한 뒤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피해를 입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법' 위반을 근거로 사법당국(경찰·검찰)에 기술유용·탈취 회사를 고소·고발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 행정 처분 차원에서는 공정위의 각 지방 사무소에 사건을 접수하면 되고, 분쟁 조정의 절차를 받고 싶다면 중소벤처기업부 산하 중소기업 기술분쟁조정·중재위원회나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산업기술분쟁조정위원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법과 제도에 사각지대가 많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입니다. 대기업에 맞서 용기를 내더라도 관련 부처의 전담조직과 조사인력이 태부족해 상담을 받기 쉽지 않고, 조정이나 처벌을 희망해도 창구가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습니다. 여기에 신고가 저조하고 신고인의 조력을 얻기 어려운 것도 한계로 꼽힙니다. 실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공정위에 접수된 기술유용 신고 건수는 26건에 불과합니다. 물론 정부는 공정위와 중소벤처기업부 그리고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현장의 억울함을 풀고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여러모로 부족한 점이 많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세종=권대경기자 kwon213@dt.co.kr
도움말=공정거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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