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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 부족·시설 노후화에도 투자 어려워"…위태로운 의료 시스템이 만든 신생아중환자실의 비극

 

남도영 기자 namdo0@dt.co.kr | 입력: 2018-01-12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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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 해 말 서울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잇달아 사망한 신생아 4명의 사인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감염에 의한 패혈증으로 추정된다는 수사결과를 내놨다. 사망원인이 병원 내 세균 감염으로 확인된 만큼 병원과 의료진은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특정 병원이나 의료진만의 문제가 아닌 신생아중환자실을 둘러싼 의료시스템 전반의 개선이 필요한 사안라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신생아 부검 결과를 이같이 밝히며 "주사제가 오염됐거나, 주사제를 취급하는 과정에서 세균 오염이 일어나 감염을 유발했을 가능성이 고려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국과수의 부검과 질병관리본부의 검사 결과, 숨진 신생아의 혈액에서 검출된 항생제 내성을 가진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앞서 신생아에게 투여한 주사제에서도 나왔다는 점을 들어 주사제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아직 확실한 감염경로가 밝혀지지 않았으나 용기에 들어있는 지질영양제 자체가 오염됐거나, 용기를 개봉해 주사로 연결하는 과정에 오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질영양제 자체가 오염됐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 검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질병관리본부는 지난달 발표에서 "신생아중환자실에서 투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오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와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경찰은 주사 취급과정에서 감염관리 의무위반 등 혐의가 있는 간호사 2명과 이들에 대한 지도·감독 의무위반 등 혐의가 있는 수간호사·전공의·주치의 3명 등 총 5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제3기(2018∼2020년) 상급종합병원 지정 평가 결과 발표에서 이번 사건으로 지정이 보류된 이대목동병원은 결국 상급종합병원 지위를 결국 잃게 될 것으로 보인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이 최종 취소되면 공식적으로 종합병원으로 강등된다. 복지부는 경찰 조사가 끝나고 의료진이 과실 혐의로 검찰에 송치되면 규정에 따라 상급종합병원평가협의회 논의해 상급종합병원 취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이대목동병원 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과 질병관리본부의 중간 조사 결과 발표를 존중한다"며 "수사 결과가 최종 발표될 때까지 경찰을 비롯한 정부 당국의 조사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의료계에선 이번 사건이 비단 이대목동병원 뿐만 아니라 부족한 인력과 노후화된 장비로 인해 위태롭게 이어지고 있는 의료 시스템 전반의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의사회에 따르면 정부는 2008년부터 '신생아집중치료지역센터 지원사업'을 시작해 인큐베이터 등 장비와 병상 수를 단기간에 늘렸지만, 업무를 담당할 인력 확충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업무가 과중 되고 의료의 질이 저하되는 등의 문제점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대목동병원에서는 전공의 5명이 신생아중환자실과 소아병동, 소아응급실 등 세 곳에서 당직근무를 해왔지만, 지난해 12월부터는 인력이 줄어들면서 전공의 2∼3명만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에서 공개한 신생아중환자실의 실상을 살펴보면 국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신생아중환자실의 경우에는 병원에서의 투자 우선순위에서도 밀려 제대로 시설을 보존하거나 개선하지 못하고 있다. 스텝 1명이 365일 24시간 대기하는 등 업무 강도가 과중할 뿐만 아니라 늘 전공의·간호사 인력 부족에 시달리다 보니 일손이 모자라 감염 관리 프로세스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또 신생아중환자실에 사용하는 치료법이나 의약품 등이 원가를 보전하지 못하거나 아예 수가가 책정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 투자 할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란 지적도 나온다.

한 대학병원에서 신생아중환자실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는 "감염 관리는 항상 귀찮고 어렵고 시간이 걸리고 인력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돈이 드는 문제"라며 "투자한 만큼 병원이 손해를 계속 보는 구조에서 감염 관리를 강조해 봤자 효과가 작다"고 설명했다. 또 "단지 의료진을 처벌하고 해당 병원을 폐쇄해서는 이러한 상황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고, 오히려 병원과 의사가 신생아중환자실을 꺼리는 현상을 빚을 것"이라며 "병원은 사명감이나 당위만으로는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국가에서 시스템을 개선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남도영기자 namdo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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