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낭독기 사용시 다음 링크들을 이용하면 더 빠르게 탐색할 수 있습니다.
 
즐겨찾기 문화일보 PDF

[포럼] 위기의 방위산업, 출구전략 필요하다

이성남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자문연구원 

입력: 2018-01-10 18:00
[2018년 01월 11일자 22면 기사]

원본사이즈   확대축소   인쇄하기메일보내기         트위터로전송 페이스북으로전송 구글로전송
[포럼] 위기의 방위산업, 출구전략 필요하다
이성남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자문연구원
몇 년 전부터 방위사업 관계자들은 하루도 편할 날이 없다. 방산비리는 국가의 존망과 관련된 것으로 간주해 아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하지만 방위사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모두 방산비리로 매도하고 관계자들을 죄인처럼 취급하는 것은 지나친 것이다.

무기소요, 개발, 사업, 계약, 정책 업무를 수행했던 과거 20년을 돌이켜 보면 지난 두 정부에서 유난히 많이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부 업체가 부정행위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업체는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불철주야로 노력하고 있다. 비판도 필요하지만 우리나라의 열악한 방위산업 환경도 이해해 줘야 한다.

방사청 발행 2016년 방위사업 통계연보를 보면 최근 3년간('12~'14년) 방산업체 평균 영업이익률은 3.8%로 일반 제조업 4.8%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는 계약금액 1000억원 규모의 무기개발 사업을 3년 동안 한다고 가정하면 수십, 수백 명을 투입해 3년에 38억원, 1년에 12억6000만원, 즉 1개월에 약 1억원 이익을 낸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무기 납품이 하루만 늦어도 1억원(지체상금률 계약금액의 1/1000)의 지체상금을 내야 하므로 만일 38일만 지연되면 3년간 벌어들인 영업이익 모두 벌금으로 내야한다. 게다가 조금만 잘못하면 압수수색, 감사를 하고 비리로 매도하는 환경 하에서 누가 이런 위험부담 큰 방위산업을 육성하려고 하겠는가? 요즘 같으면 차라리 그만두고 입지 좋은 곳에 큰 음식점 내라고 권장하고 싶을 정도다. 위기의 방위산업 극복을 위해 아래와 같은 정부의 출구전략이 필요하다.

첫째, 방산비리를 엄하게 다스리기 위해 형량을 높이는 대신 더 이상 방위사업 이슈를 정치적 도구로 악용해서는 안 된다. 통영함 비리로 구속됐던 전직 해군총장은 무죄로 풀려났고, 대 전차유도 무기개발 비리 당사자로 조사받았던 방산업체 연구원들은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애통하게도 그 중 한 명은 판결되기 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런 비극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

둘째, 정부의 방산비리 대책은 대부분 제재뿐인데 제재만으로는 비리를 제거할 수 없다. 방산업체 입장에서 비리를 예방하는 제도개혁을 해야지 정부 입장에서 모두 방산업체 탓으로 돌리고 비리만 척결하겠다는 정책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비리를 모두 방산업체 탓으로 돌리고 제재만 하면 비리가 잠복해 있을 뿐 결코 없어지지 않는다. 특히 모든 비리의 근원이 되는 사업대가(Cost)에 관련된 정책(예산편성, 계약, 사업변경, 원가정산 등)은 정부와 방산업체가 충분히 협의해서 만들어야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은 방산업체에 부담을 주는 결과만 초래한다.

셋째, 무기체계 연구개발(R&D) 특성을 이해하고 실패 시 무조건 비난해서는 안 된다. 첨단 무기일수록 많은 기술투자가 필요하고 실패확률도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패하면 과도한 지체상금을 부과하고, 마치 엄청난 비리가 있는 것처럼 비난하면 누가 이 일을 하겠는가? R&D 지체상금률을 대폭 줄이고, 유명무실한 국가 정책사업 선정지침, 기성제도를 적극 적용하고 성공실패 제도의 범위도 확대해야 한다.

넷째, 방위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방산업체가 회생할 수 있도록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는 지난 연말 사면도 단행했고 제주 해군기지 구상권도 취소했다. 비리업체는 엄벌에 처하되 성실하게 무기를 개발 하다가 기술부족 등으로 납품을 지연해 수십, 수백억원의 지체상금을 부과 받은 업체의 제재를 풀어주는 통 큰 조치(지체상금 면제, 입찰제한 해제 등)도 해 줄 필요가 있다.

다섯째, 방위사업청을 방위사업청답게 만들어줘야 한다. 우선 저하된 직원의 사기를 높여주고, 2006년 창설 정신인 전문성, 효율성, 투명성, 경쟁력 제고를 위한 조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열심히 일하다 문제가 돼 처벌받느니 일을 회피해 책임지지 않으려는 복지부동 환경을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 비리가 있다면 당연히 수사나 감사를 해야 되겠지만 지금처럼 사정기관이 방위사업청에 상주하면서 간섭과 통제, 감시하는 조직으로 직원들의 자율성과 융통성을 옥죄게 해서는 안 된다.

현재 추진 중인 미국 공군 훈련기 사업에 우리가 개발한 T-50 고등훈련기가 수출될 경우 그 금액은 약 17조원 정도 되지만, 수명이 완료될 때까지의 후속지원 비용을 고려하면 수 백조원이 된다. 이처럼 방위산업은 경제적으로 엄청난 효과를 가져온다. 위기의 방위산업이 과거의 굴레에서 벗어나 힘차게 재도약할 수 있도록 정부의 통 큰 정책과 국민의 아낌없는 성원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DT Main
선풀달기 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