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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망 중립성 논란서 놓치고 있는 것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입력: 2018-01-09 18:00
[2018년 01월 10일자 22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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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산책] 망 중립성 논란서 놓치고 있는 것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망 중립성 원칙'(Network Neutrality)이란 "통신망 사업자는 모든 콘텐츠를 동등하고 차별 없이 다뤄야 한다는 원칙"을 말한다. 하지만, 통신망 사업자라면 자사 통신망의 원활한 흐름에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일반 인터넷사업자에 대하여는 통신망의 이용대가를 차등 적용해 트래픽을 관리하기를 원한다. 반대로 인터넷망의 존재를 전제로 사업하는 인터넷사업자들은 망 중립성 원칙이 절대적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반 네티즌들은 대체로 인터넷을 '열린 의사소통 공간'으로 이해하므로 망에 대한 어떠한 차별도 행해져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다. 결국 인터넷망은 국가의 정책결정을 통해 그 성격을 명확히 규정짓는 일이 중요하다. 즉, 인터넷을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자산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통신사업자가 구축한 것이므로 그 사유재산권을 인정할 것인지가 관건이 된다.

망 중립성 원칙 논란은 이미 10년 넘게 행해져 온 오래된 이슈이고 이 논의가 가장 활발했던 미국에서도 2015년에야 법제화되면서 일단락된 바 있다. 그런데, 2년도 안 지난 2017년 12월 미 연방통신위원회(FCC)가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하는 충격적 결정을 내려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이 영향은 곧 세계 각국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 분명하므로 올해 최고의 이슈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왜 갑자기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하였을까? 지난 해 집권하여 오바마 행정부의 업적을 차례차례 뒤집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가 망 중립성 정책마저 손대려 하자 구글, 페이스북, 넷플릭스 등 콘텐츠 및 플랫폼 사업자들이 미국 전역에서 반대시위를 벌였지만 연방통신위원회 표결에서 5명의 FCC 위원 중 공화당 추천인사 3명이 찬성함으로써 폐기안이 통과되고 말았다. 종전에는 망 중립성 원칙에 의해 광대역 인터넷 액세스를 전기나 수도와 같은 '공공서비스'로 분류해 인터넷상 주고받는 데이터의 내용이나 양에 따라 데이터속도나 망 이용료를 차별할 수 없었지만, 새 법안은 인터넷액세스를 일반 정보서비스로 변경했기 때문에, 통신사업자가 합법적으로 인터넷 트래픽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거나 특정 앱과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다. 그동안 망 중립성 원칙은 스타트업 기업들의 혁신과 투자 생태계 조성에 크게 기여함으로써 다른 나라들의 모범이 됐는데, 이번 폐기 조치로 말미암아 그러한 혁신과 투자의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는 업계와 시민단체들의 강력한 비난을 받고 있다.

사실 인터넷 트래픽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왔고 이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므로 이렇게 증가하는 데이터의 트래픽을 감당하려면 이에 걸맞은 네트워크로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 하지만, 통신망사업자들은 현재 수익체제로는 이를 위한 비용부담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망 중립성 원칙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통신망사업자가 아니라 단말기기사업자, 플랫폼사업자, 콘텐츠사업자들이다. 이는 현재 자산가치가 가장 큰 기업들은 통신망사업자가 아니라 미국의 애플, 구글, 페이스북 등과 한국의 네이버, 다음카카오 등과 같은 대규모사업자라는 점만 봐도 명백하다. 이런 점에서 IT산업 성장의 기반은 네트워크임에도 정작 통신망사업자들은 불이익을 보고 있는 측면이 있다.

생각건대, 현재까지의 망 중립성 원칙 논란은 주로 경제적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어 행해져 왔고, 이렇게 되면 문제는 결국 통신망사업자와 일반 인터넷사업자 간의 이해관계로 국한되기 때문에 이들 중 어느 쪽 입장이 옳은지를 판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망 중립성 문제는 경제적 이슈임에는 틀림없지만 동시에 소비자보호 문제를 포함한 사회문제적 성격이 크다. 트럼프정권의 이번 망 중립성 폐기정책은 자유로운 인터넷에 대한 포기, 표현의 자유에 대한 강력한 위협으로 비판받고 있다. 유럽을 포함한 국제동향은 오히려 망 중립성 원칙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인터넷 트래픽이 사이버범죄를 구성하는 불법콘텐츠 때문이 아닌 한, 망 중립성 원칙은 최대한 지켜져야 하는 헌법원칙으로 간주돼야 하며, 따라서 정책당국자들의 섣부른 판단으로 결정할 것이 아니라 법조계, 언론, 시민단체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그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측면들을 고려해 충분히 논의함으로써 가장 합리적인 정책방향을 결정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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