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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급물살 타는 남북 대화…조급증 경계해야

 

입력: 2018-01-08 18:00
[2018년 01월 09일자 23면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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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린다. 25개월 만의 남북 당국회담이다. 회담 주변 여건은 매우 우호적이다. 우선 남북 간 대화재개 의지가 강하다. 북한에 대해 까칠하기만 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긍정 반응을 보냈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과 통화할 의향이 있느냐는 물음에 "물론이다. 틀림없이 나는 그렇게 할 것이다"고 했다. 중국과 일본도 6자회담 수석대표를 잇달아 한국에 보내는 등 대화 분위기가 한층 무르익고 있다. 김 위원장의 신년사 이후 북측 선전용 매체들은 '민족 공조'를 연일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임을 명심해야 한다. 남북 대화는 결코 남북 간의 대화로 그치지 않는다. 이번 회담은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우선 논의하는 자리지만 궁극적으로 남북 관계 개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완화, 북핵 문제 해법 등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남북 회담은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동북아 4강의 이해관계와 직결돼 있는 만큼 고도로 복잡한 '다차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어느 한 쪽에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진행된다면 모처럼 맞은 남북 해빙모드가 한순간에 얼어붙을 지 모른다.

회담에서 풀어야 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한국은 한반도 평화의 보장을 원하고 있지만 북측은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 완화, 그리고 궁극적으로 핵 보유 인정을 바라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중국은 현 한반도 구도의 지속을 희망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 개성공단 재가동,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 투자 등으로 논의 의제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의제들은 한층 강력해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상충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자만과 조급증을 경계해야 한다. 2년 여 만에, 그것도 평창동계올림픽 개최를 눈앞에 두고 열리는 회담이라 해서 지나친 기대감을 가져선 안된다. 청와대 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줄곧 제기해 온 '한반도 운전자론'이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며 잔뜩 고무돼 있다. 분명 운전자론이 긴 잠복기를 거쳐 남북회담이란 성과로 연결되긴 했다. 하지만 서두른다면 오히려 북한의 의도에 휘말릴 수도 있다. 북한은 사실 여부를 떠나 '핵 무력 완성'을 선언한 상태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한국과 대화하는 척 하면서 국제사회로부터 핵 보유 인정 등을 얻어내려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크다. 남한을 지렛대로 삼아 강력해진 국제사회의 봉쇄를 완화하려 할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돌아간다면 운전자론은커녕 그들에게 또 다른 시간을 벌어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때문에 청와대는 운전자론의 단기 성과에 고무돼 조급하거나 자만하지 말아야 한다.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이슈를 위해 많은 것을 양보할 경우 동북아 구도에 돌이킬 수 없는 오점을 남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 대해 한미동맹 기조를 훼손하지 않고 북한을 평화협상의 테이블에 끌어들인다는 원칙을 굳건하게 지켜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이번 '평창 평화'는 한미 정상이 평창동계올림픽 기간 뒤로 합동군사훈련을 연기하기로 하면서 마련된 '잠정 휴전'이다. 결과에 실망한 북한은 언제라도 다시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이용한 무력시위에 나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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