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양적성장 불구 '혁신' 부족
서울, 실리콘밸리 100분의1 수준
정부 주도 투자생태계 한계 지적
신기술 민간서 실증·테스트 거쳐
과감한 규제개선 통해 산업 창출
대- 중기 동반성장 생태계 위해
'협력이익 배분제' 도입 등 필요
서울, 실리콘밸리 100분의1 수준
정부 주도 투자생태계 한계 지적
신기술 민간서 실증·테스트 거쳐
과감한 규제개선 통해 산업 창출
대- 중기 동반성장 생태계 위해
'협력이익 배분제' 도입 등 필요
■혁신성장 2018
혁신벤처로 성장맥박 뛰게하라
우리나라는 2017년 10월 세계은행(WB)이 발표한 '2017년 기업환경평가 결과'에서 세계에서 네 번째로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평가됐다. 지난해(5위)보다 한 단계 상승한 순위로, 주요 20개국(G20)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것. 전통적으로 기업하기 좋은 미국, 독일, 일본 등을 제치고 4년 연속 5위권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하지만,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창업 생태계는 IMF 이후 활력과 역동성이 떨어져 창업벤처·중소기업이 혁신을 무기로 성장하는 데 여러 가지 제약을 안고 있다. 올해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이 세계 55개국 주요 도시별 창업 생태계 가치를 평가한 결과, 실리콘밸리는 264점을 얻은 반면 서울은 100분의 1 수준인 2.4점을 받는 데 그쳐 창업 생태계가 얼마나 취약한 지를 보여줬다.
이렇다 보니 창업기업이 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해 전통기업 중심으로 경제구조가 고착화되고 있고, 세계 215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중 국내 벤처기업은 고작 2개사(쿠팡, 옐로모바일)에 불과한 실정이다. 창업을 통한 자수성가형 부자 비중도 18.5%에 그쳐 미국(32.1%), 일본(63.0%)보다 크게 낮다.
◇역동성 떨어진 창업생태계 '혁신' 불 지펴야= 그동안 정부의 적극적인 창업지원 정책으로 창업은 양적으로 늘었지만 질적 측면에선 혁신성이 부족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특히 석·박사급 고급 인력의 기술혁신형 창업은 주요 선진국의 절반 이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안건준 벤처기업협회장은 "우리나라 창업지원 시스템은 세계적 수준이지만, 창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나 지원 시스템 부재 등 아직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가 있다"며 "정부는 적극적으로 규제를 풀고 제도를 보완해 혁신창업 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진국에 비해 모험자본이 부족하고 투자 생태계가 정부 중심으로 이뤄진 것도 한계로 지적된다. 벤처투자 규모는 늘고 있으나, 정부 주도 대출·보증 중심으로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역동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벤처투자와 정책금융 간 연계성이 부족해 혁신성·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자금을 효율적으로 공급하지 못하고, 엔젤투자나 크라우드 펀딩 등 초기 창업기업의 마중물 역할을 할 모험적 자본도 부족하다.
중기부 관계자는 "민간이 창업자 선별과 투자를 주도하고, 정부는 규제완화 등 기반조성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며 "혁신창업 친화적 환경 조성과 벤처투자 자금의 증대, 창업·투자 선순환 체계 구축 등을 통해 혁신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감한 규제혁파'로 신산업 창출 나서야= 우리나라는 '규제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과도한 규제가 신산업·신기술의 출현과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
이를 인식한 정부도 각종 규제를 개선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현장에서 중소·벤처기업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도는 그리 높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60% 가량이 '정부의 규제개혁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과도한 규제와 인프라 부족은 빠르고 민첩하게 끊임없이 혁신해야 할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의 성장을 막는 거대한 장애물이다.
규제개선에 대한 기업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부는 '신산업 규제혁파와 규제샌드박스 추진방향'을 정해 규제 샌드박스 도입과 네거티브 규제 전환을 통해 새로운 산업에서 신제품과 신서비스가 창출되도록 한다는 각오다. 가령, 시장 테스트가 필요한 ICT융합 신기술·신산업 분야에 규제샌드박스를 도입하기 위한 '정보통신융합법' 개정을 추진하고, 지역산업 육성을 위해 지역특구 내 규제제약 없이 신기술에 대한 실증과 사업화를 지원하는 규제샌드박스를 지역특구에 도입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중앙부처, 지자체는 경제단체 등 민간과 협력해 네거티브 전환대상 과제를 발굴해 올 초 개선안을 마련하는 등 신산업 분야의 규제혁파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그러나 산업계 현장에서는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정부가 정책 방향을 잡더라도 현장으로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 없다는 것.
박철우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먼저 규제할 것이 아니라 민간에서 테스트하고 실증해 본 후 신산업으로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를 선제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기울어진 운동장' 바로 해야=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강화하고, 불공정 거래행위를 바로잡을 수 있는 동반성장 생태계 구축도 시급하다. 이를 위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협력이익 배분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협력이익 배분제는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 간 발생한 이익을 사전에 정해진 배분 규칙에 따라 협력 중소기업과 공유하는 제도다.
대기업의 기술탈취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거래행위 근절도 근절해야 과제다. 현재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의무고발요청권 등을 보다 강화하고, 사전감시와 사후처벌 강화를 통해 불공정 거래 자체를 없애기 위한 체계 구축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게 중소기업계의 입장이다.
홍종학 중기부 장관은 "대기업의 기술탈취나 불공정 행위를 뿌리 뽑아 중소기업이 노력한 성과가 매출과 소득증대로 이어져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더불어 발전하는 상생협력 환경을 조성하겠다"며 "중기부는 벤처기업의 수호천사이자 세일즈맨이 돼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극복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이준기·박종진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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