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2018
ICT 역차별 이대로 안된다
[디지털타임스 김수연 기자] 2017년은 국내 게임산업계에 '내우외환'의 해였다. 안에선 낡은 규제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밖에선 중국의 사드(THAAD·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조치인 '한한령(한류 제한령)'에 시달렸다. 다행히 사드 갈등 해빙 분위기가 조성돼 막혔던 중국 수출길이 풀릴 조짐이긴 하나, 규제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여전히 산업을 옥죄고 있다.
한국이 2000년대 초중반 PC 온라인게임의 흥행과 함께 '게임 강국'으로 부상한 이후 10여년이 지난 지금, 모바일게임이 국내 게임산업을 주도하는 가운데 세계 시장에선 PC·모바일·콘솔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 국경 없는 경쟁이 전개 중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한국 게임 업체들이 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온라인게임 개발력이라는 강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국내 온라인게임 산업은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온라인게임으로 성장했던 다수 국내 업체는 신작 온라인게임 제작에 나서지 않고 있고, 기존 게임의 서비스권마저 타사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 아예 게임 이외의 업종으로 눈 돌리는 업체들도 있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서 작년엔 처음으로 온라인게임이 매출 면에서 모바일게임에 추월당한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7 대한민국 게임백서'를 보면 작년 국내 온라인게임, 모바일게임 매출은 각각 4조7207억원, 4조8800억원으로 예상된다.
온라인게임은 시장에 안착하면 게임업체에 안정적인 캐시카우이자 투자 재원이 되는 만큼, 산업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선 더는 온라인게임 산업이 위축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게 업계 목소리다.
이를 위해 셧다운제, 결제 한도 등 낡은 규제부터 손봐야 한다고 업계는 강조한다. 특히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작년 게임산업계 간담회에서 언급한 '규제의 패러다임 전환'이 올해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도 장관은 당시 "정부 주도의 일방적 규제 정책을 벗어나 업계의 자율과 책임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2011년 11월부터 시행한 셧다운제는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접속을 강제로 차단하는 규제다. 이 규제 시행 이후 2014년까지 1조1600억원의 게임 내수 시장이 위축됐다는 게 한국경제연구원의 분석이다. 최근엔 규제 도입 취지이던 청소년의 게임 과몰입 방지·수면권 보장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결제 한도는 청소년 이용 가능 게임은 월 7만원, 성인등급 게임은 월 50만원으로 온라인게임의 결제 한도를 제한하는 것이다.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이를 게임물 등급 부여 기준으로 준용 중이다. 성인 이용자에 한해 결제 한도를 없애자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특히 업계는 근본적으론 게임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지 않으면 산업을 옥죄는 또 다른 규제가 계속 생겨날 것이란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콘텐츠의 가치가 커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핵심 콘텐츠 산업인 게임산업의 진흥책이 필요한 때이지만, 국회에선 확률형 아이템 규제 법안을 발의하는 등 오히려 규제를 늘리려 한다"며 "이는 게임을 사회악으로 보는 인식에 기인하며 이런 인식이 산업의 후퇴를 초래한다"고 말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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