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작년 앱마켓 3조 이상 벌고도
한국 국세청엔 광고 매출만 신고
구글플레이 수익은 싱가포르법인으로
조세회피·망사용료 등 역차별 논란
"대한민국 디지털경제 식민지화
콘텐츠 경쟁력은 점점 떨어질것"
한국 국세청엔 광고 매출만 신고
구글플레이 수익은 싱가포르법인으로
조세회피·망사용료 등 역차별 논란
"대한민국 디지털경제 식민지화
콘텐츠 경쟁력은 점점 떨어질것"
■혁신성장 2018
ICT 역차별 이대로 안된다
[디지털타임스 진현진 기자]'기울어진 운동장.' 지난해 국내 인터넷 시장에서 화두가 된 말이다. 수년간 국내 ICT 기업이 각종 규제로 몸살을 앓는 동안 상대적으로 느슨한 규제하에 있던 해외 기업이 덩치가 커지자, 국내 인터넷·스타트업들이 현 상황을 바로잡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국내 기업의 불만이 네이버와 구글 사이의 공개 설전으로 번지기도 했다.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이자 전 의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구글이 세금도 안 내고 고용도 발생하지 않으며 서버 트래픽 비용도 내지 않는다"고 발언했고, 이에 대해 구글은 "세금을 납부한다"고 반박했다.
네이버는 이 같은 구글의 주장에 △세금 △트래픽 비용 등을 명확히 공개하라고 날을 세웠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구글은 운영체제(74%), 앱마켓(58%)은 물론, 동영상 등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이 지속 적으로 강화되고 있지만, 구글은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는 답변만 반복해 왔다"며 "한국에서의 매출과 수익은 공개하지 않고, 세금은 정당하게 내고 있다는 구글의 주장도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 구글은 국내에서 광고와 앱장터인 구글플레이에서 주로 수익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에 신고되는 구글코리아의 매출은 구글플레이는 제외된 광고 등의 매출뿐이다. 이마저도 구글은 2014년 약 1500억원, 2015년 1900억원, 2017년 약 27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고 신고했다. 특히 구글은 구글 플레이에서 지난해 1~11월 최소 3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산되며 이 중 수수료 30%에 해당하는 1조원 이상을 앉아서 벌어들이고 있다. 하지만 구글 플레이에서 결제한 금액은 구글 싱가포르법인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국내 세금 당국에서는 파악할 수 없어 '조세회피'와 '역차별' 논란은 거세졌다.
망 사용료도 마찬가지다. 네이버는 2016년 734억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했다고 밝히고 구글은 얼마나 내는지 공개하라며 압박했지만 아직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구글, 페이스북의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트래픽은 폭증하지만 이에 따른 비용은 거의 내지 않고 있는 데다가, 국내에서 세금조차 제대로 내고 있지 않아 해외 사업자들만 배가 부르고 있다는 게 업계의 비판이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가 의장으로 있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도 성명서를 내고 "오로지 국내 기업에만 법률적 의무와 규제를 적용하는 게 현실"이라며 "역차별문제는 스타트업을 비롯한 모든 국내 기업들을 불공정한 경쟁 환경으로 내몰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기업들이 마땅히 부담해야 할 세금 등 각종 비용을 회피하고 국내법과 관계없이 자유롭게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경쟁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비판이다. 김 의장 역시 "대한민국은 외국 기업들의 디지털경제 식민지가 돼 가고 있다"며 "5, 10년 뒤엔 해외 서비스들이 국내 시장을 전부 차지해 이용자만 남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정부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를 주축으로 올해 역차별 해소를 위한 사회적 공론화 기구 '인터넷 상생협의체'를 꾸리기로 했다. 하지만 해외기업에 제대로 세금을 매기고 기울어진 운동장을 '평평하게' 만들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실제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개한 2016년 실적 보고서상의 전체 매출은 약 903억달러(약 98조원)였고, 미국 외에 유일하게 매출을 공개하는 지역인 영국은 77억8700만달러(약 8조4606억원)로 나타났다. 하지만 구글이 영국에서 신고한 영국 법인의 2016년 매출은 10억파운드(약 1조 5000억원)다. 이는 SEC에 공시한 영국 지역 매출의 17%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매출을 공개한다고 해도 구글이 벌어들이는 수익의 '빙산의 일각'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우선적으로 해외기업에 제대로 과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국내 기업들이 아무리 뛰어난 기술로 글로벌 시장을 누벼도 국내에서 발목이 잡힌다면 토종기업의 성공사례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진현진기자 2jinhj@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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