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제재무시 구글 재연 우려
"규제, 국내업체에 역작용 올수도"
당초 방침에서 미미한 변화조짐
"규제, 국내업체에 역작용 올수도"
당초 방침에서 미미한 변화조짐
[디지털타임스 강은성 기자]페이스북의 접속경로 임의변경에 따라 일부 이용자가 인터넷 접속장애를 겪은 사태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현장조사를 벌였지만 올해 안에 결론을 내리지 못할 전망이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에 대한 직접적인 행정처분을 내리기보다 시간을 두고 자율협상으로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는 눈치다. 대놓고 방통위 제재를 무시한 '구글 사태'가 재연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27일 방통위는 페이스북에 대한 처분을 연내 내리지 않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연내 페이스북에 대한 직접 징계를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지만, 방통위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깊게 고민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페이스북 문제는 해를 넘겨야 할 것 같다"면서 "규제를 한다는 것은 상당한 역작용을 불러오는 데다, 특히 변화가 극심해 예측이 불확실한 인터넷 산업 분야에 대한 규제는 더욱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문제는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페이스북은 KT에 일종의 캐시서버(동일 콘텐츠를 미리 저장해 트래픽을 줄이고 접속 속도를 개선해주는 서버)인 FNA를 두고 이와 관련 수백억원 가량의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타 사업자는 KT의 FNA를 통해 중계접속으로 자사 이용자들에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런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상호접속 고시를 개정하면서 KT는 그간 '무정산(접속료를 지불하지 않음)'이었던 FNA 중계접속 경로에 대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상호접속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와 관련 KT와 페이스북 사이에 '이견'이 생겼고 결국 중계접속자였던 SK브로드밴드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하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방통위는 접속경로 임의변경으로 인해 이용자에게 '현저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행정제재를 전제로 한 사실조사를 진행, 이달 초 각 상임위원에게 조사결과를 보고했다. 하지만 과징금이나 시정조치 등 엄격한 행정조치를 내릴 것이라던 애초 방침에는 미묘한 변화가 생긴 것으로 감지된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속도가 느려진 것이 이용자 이익 저해 행위라고 규정하려면 구체적인 기준에 입각해 판단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상당히 고민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체 얼마나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이용자 이익 침해인가, 국제 표준을 그대로 준용할 것인가, 국내 상황을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하냐는 식으로 기준 하나하나를 만드는 것조차 상당한 고민이 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페이스북에 제재를 가했을 때 역으로 우리나라의 삼성이나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해당 국가에서 반덤핑이나 역관세 처분 등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 "외국 기업을 정부가 직접 제재하려면 상대 국가가 '통상 이슈'로 걸고넘어지더라도 이를 모두 되받아칠 수 있을 만큼 철저한 논리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이 길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과기정통부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의 경우 국내 클라우드컴퓨팅산업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을 추진할 때 주한미국상공회의소를 통해 상당한 통상압박을 받기도 했다. 이때 앞장서 입법을 저지했던 것이 당시 구글코리아의 염모 대표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방통위도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2010년 불거진 구글의 스트리트뷰 개인위치정보 무단수집에 관한 행정제재가 방통위에는 뼈아픈 기억이다. 당시 방통위는 미국 본사까지 찾아가 행정조사를 벌였지만, 제재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마저도 구글 측은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 약관 또는 서비스와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소송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연방 또는 주 법원이 전속적인 관할을 가진다'며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해 방통위의 면을 구겼다.
만약 페이스북에 대한 행정제재를 내릴 경우 페이스북이 미국법 적용을 주장하며 빠져나가게 되면, 페이스북을 제재하기 위해 곁들인 수많은 '규제 근거'는 고스란히 남아 오히려 국내 포털, 콘텐츠 업계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현재 페이스북코리아는 한국법을 존중하겠다면서 세금 납부 의사를 밝혔고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던 망사업자(ISP)와 이용대가에 대한 협상도 재개한 상황이다. 방통위가 기왕이면 '매'를 들지 않고 사업자 간 자율로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는 이유다.
강은성기자 esther@
27일 방통위는 페이스북에 대한 처분을 연내 내리지 않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방통위가 연내 페이스북에 대한 직접 징계를 내릴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지만, 방통위는 좀 더 시간을 두고 깊게 고민한다는 방침이다.
방통위 고위관계자는 "페이스북 문제는 해를 넘겨야 할 것 같다"면서 "규제를 한다는 것은 상당한 역작용을 불러오는 데다, 특히 변화가 극심해 예측이 불확실한 인터넷 산업 분야에 대한 규제는 더욱 신중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페이스북 문제는 지난해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앞서 페이스북은 KT에 일종의 캐시서버(동일 콘텐츠를 미리 저장해 트래픽을 줄이고 접속 속도를 개선해주는 서버)인 FNA를 두고 이와 관련 수백억원 가량의 이용대가를 지불하고 있었다.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타 사업자는 KT의 FNA를 통해 중계접속으로 자사 이용자들에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런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상호접속 고시를 개정하면서 KT는 그간 '무정산(접속료를 지불하지 않음)'이었던 FNA 중계접속 경로에 대해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에 '상호접속료'를 추가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와 관련 KT와 페이스북 사이에 '이견'이 생겼고 결국 중계접속자였던 SK브로드밴드의 접속경로를 임의로 변경하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
방통위는 접속경로 임의변경으로 인해 이용자에게 '현저한' 피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하고 행정제재를 전제로 한 사실조사를 진행, 이달 초 각 상임위원에게 조사결과를 보고했다. 하지만 과징금이나 시정조치 등 엄격한 행정조치를 내릴 것이라던 애초 방침에는 미묘한 변화가 생긴 것으로 감지된다.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속도가 느려진 것이 이용자 이익 저해 행위라고 규정하려면 구체적인 기준에 입각해 판단한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 그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상당히 고민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대체 얼마나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이용자 이익 침해인가, 국제 표준을 그대로 준용할 것인가, 국내 상황을 어느 정도 반영해야 하냐는 식으로 기준 하나하나를 만드는 것조차 상당한 고민이 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특히 "페이스북에 제재를 가했을 때 역으로 우리나라의 삼성이나 현대차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해당 국가에서 반덤핑이나 역관세 처분 등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 "외국 기업을 정부가 직접 제재하려면 상대 국가가 '통상 이슈'로 걸고넘어지더라도 이를 모두 되받아칠 수 있을 만큼 철저한 논리를 마련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이 길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과기정통부 전신인 미래창조과학부의 경우 국내 클라우드컴퓨팅산업 활성화를 위한 특별법을 추진할 때 주한미국상공회의소를 통해 상당한 통상압박을 받기도 했다. 이때 앞장서 입법을 저지했던 것이 당시 구글코리아의 염모 대표였던 것으로 알려진다. 방통위도 이 같은 상황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2010년 불거진 구글의 스트리트뷰 개인위치정보 무단수집에 관한 행정제재가 방통위에는 뼈아픈 기억이다. 당시 방통위는 미국 본사까지 찾아가 행정조사를 벌였지만, 제재에 어려움을 겪었고 그마저도 구글 측은 '구글이 제공하는 서비스 약관 또는 서비스와 관련해 발생하는 모든 소송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카운티의 연방 또는 주 법원이 전속적인 관할을 가진다'며 국내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해 방통위의 면을 구겼다.
만약 페이스북에 대한 행정제재를 내릴 경우 페이스북이 미국법 적용을 주장하며 빠져나가게 되면, 페이스북을 제재하기 위해 곁들인 수많은 '규제 근거'는 고스란히 남아 오히려 국내 포털, 콘텐츠 업계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현재 페이스북코리아는 한국법을 존중하겠다면서 세금 납부 의사를 밝혔고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던 망사업자(ISP)와 이용대가에 대한 협상도 재개한 상황이다. 방통위가 기왕이면 '매'를 들지 않고 사업자 간 자율로 문제를 해결하길 바라는 이유다.
강은성기자 est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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