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시론] 경제위기 극복 새 정책비전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12/2017122802102351607002[1].jpg "[시론] 경제위기 극복 새 정책비전 필요하다")
하지만 모건스탠리와 삼성증권 등 시장전문업체들은 현재 진행 중인 한국의 반도체 산업호황이 내년 하반기에 끝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업체들의 투자에 따라 공급부족과 공급과잉의 사이클을 그리는 특성이 있는데, 최근 세계 반도체 기업들의 공격적인 증산(增産) 경쟁으로 반도체 호황을 이끌었던 공급부족이 상당 부분 해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을 맹추격하고 있는 중국 반도체 기업들은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 '반도체 굴기(屈起)'를 내세운 중국은 2026년까지 무려 200조 원을 반도체 생산시설에 투자할 예정이다. 중국의 반도체 기술수준이 우리의 턱밑까지 따라왔고, 세계 1위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를 비롯해, 오포, 비보, 샤오미, 레노버 등 중국 제조기업들이 탄탄하게 수요를 받쳐 주고 있어 중국의 반도체 강국부상은 시간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반도체 산업뿐만이 아니다. 최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18년 산업전망'에 따르면 중국기업들의 경쟁력이 급격하게 상승함에 따라 올해 자동차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디스플레이, 2020년에는 석유화학과 조선 등으로 타격을 받는 우리의 주력산업 범위가 점점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그 근거로 중국의 관련 생산시설 완공계획을 들고 있다. 예를 들어 LCD 시장의 경우 중국기업들이 내년부터 2020년까지 추가로 가동하는 LCD 공장이 7개나 된다.
완공되는 중국공장은 LG 디스플레이 생산시설의 50%에 해당하므로 국내 디스플레이 업체가 가격경쟁력과 물량공세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최근 조사에서도 국내 경제전문가의 68%가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위기가 향후 5년내에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제위기의 주요원인으로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 경제를 이끌어 온 자동차, 철강, 반도체, 조선, 석유화학과 같은 주력산업의 몰락을 뽑고 있다.
지금 한국경제는 혁신능력과 성장활력이 떨어지는 구조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주력산업은 중국의 맹추격에 경쟁우위를 잃어가고 있으나 새로운 성장동력을 담당해야 할 신규산업에 대한 그림이 보이질 않는다. 지금의 위기는 20년전 외환위기나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질적으로 달라 고환율과 저금리 정책으로는 극복할 수 없는 산업구조적인 위기다.
안타깝게도 현 정부는 이러한 경제위기 대응에 대한 절박감을 보여 주지도 않고 해법을 위한 정책비전을 제시하지도 못하고 있다. 오히려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통상임금 범위확대, 법인세 인상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과는 정반대의 정책으로 가고 있다. 지금이라도 대통령 공약에 연연해 하지 말고, 산업구조 위기를 극복할 새로운 경제비전에 근거한 5개년 경제정책과 예산구조를 새로 짜야 한다. 주력산업 분석을 통해 미래의 먹거리 산업이 될 분야로 투자를 유도하고 한계기업의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구조를 혁신해야만 우리 경제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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