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한’ 보편요금제에 알뜰폰 고사위기

'월2만원 음성200분·데이터1GB'
알뜰폰업계 "경쟁력 약화" 토로
과기정통 "도매대가 특례 검토"
내년초 알뜰폰 별도대책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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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한’ 보편요금제에 알뜰폰 고사위기
[디지털타임스 강은성 기자]월 2만원에 음성 200분, 데이터 1GB를 제공하는 보편요금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했다. 소비자 단체는 환영하는 분위기이지만 '경쟁 활성화를 통한 요금인하' 정책으로 탄생한 알뜰폰 업계는 요금 경쟁력 약화로 고사 위기에 처했다.

지난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5 차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이하 협의회)'를 서울 역삼동 국가과학기술회관에서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완전자급제에 대한 논의를 일단락하고 보편요금제 도입을 새롭게 논의했다.

보편요금제는 그동안 이동통신 3사가 고가의 스마트폰 단말기를 판매하면서 이용자에 고가 요금제 판매를 유도하고 할인 혜택도 고가 요금제에만 집중됐던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논의되는 저가형 요금제다. 현재 이통3사에서 제공하는 데이터중심요금제 중 가장 저렴한 것은 월 3만2890원에 유무선 음성 무제한, 데이터 300MB 제공으로 3사가 약속이나 한 듯 판박이로 판매하고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이통3사 어느 곳을 찾아가도 동일한 요금제이기 때문에 통신사를 굳이 고를 이유가 사라진 셈이다. 이통3사 역시 경쟁사로 고객을 빼앗길 까 일부러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고객 유치 작전에 나설 필요도 없다. 이 때문에 소비자·시민단체는 정부가 '시장개입'이라는 강수를 동원해서라도 보편요금제를 반드시 출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이통 3사는 보편요금제가 요금결정권을 침해한다며 반대 의견서를 당국에 제출했다"면서 "요금 결정권이라는 것이 이통 3사가 마치 담합을 한 듯 똑같은 요금을 출시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라면 이런 결정권이 과연 존중받아야 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관련 법안을 마련하고 보편요금제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과기정통부도 같은 의견이다.

과기정통부는 지난 22일 회의에서 "앞으로 5G 환경에서는 데이터 수요가 더욱 증가할 텐데, 이용자의 통신비 부담이 가중되지 않으려면 당연히 보편요금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보편요금제 정책이 그동안 꾸준히 '경쟁 활성화'를 통한 요금인하 정책을 펼쳐왔던 정부의 정책 기조와 배치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2010년 전기통신사업법 제38조를 신설해 이동통신 도매제공 사업을 신규 허가하고 통신요금 경쟁 활성화를 위해 알뜰폰 사업을 적극 장려했다. 이에 따라 현재 저가형 요금제는 이통 3사가 아닌 알뜰폰 업체를 중심으로 경쟁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지난 9월 기준으로 알뜰폰 가입자는 739만3004명으로 전체 이동통신가입자의 11.87%를 차지했다. 알뜰폰에 대한 이용자 인지도가 확대되면서 올해 알뜰폰 가입자 성장률은 지난 2016년 말에 비해 8.07%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25% 선택약정요금 할인율 상향이 시행된 이후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는 3개월 연속 순감소하고 있다. 윤석구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장은 "지난 9월 번호이동 가입자가 336명 순 감소했는데, 11월 말 기준 번호이동 순감소는 4634명으로 10배 이상 늘었다"면서 "이는 알뜰폰 업계가 현재 심각한 위기에 처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보편요금제까지 출시되면 알뜰폰 사업자들은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한 알뜰폰 업체 대표는 "보편요금제가 출시되면 사실상 사업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크다"면서 "조만간 (알뜰폰 사업을 폐지할 지)결단을 내려야 할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저가요금제에 대해 경쟁정책 철회가 아닌, 시장실패에 의한 개입이라고 강조한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이통사들의 경쟁이 고가요금제에만 치중돼 상대적으로 저가요금제에서의 혜택은 늘지 않는 등 (저가요금제 영역은)소비자의 선택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않는 '시장실패 영역'이 됐다"면서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상당히 신중하게 이뤄져야 하지만, 자본주의의 부작용으로 발생하는 '시장 실패' 영역은 적극적으로 정부가 개입해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 또한 있기에 저가 요금제 이용자들을 위한 보편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당장 직면한 알뜰폰 업계의 어려움에 대해서는 '특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전 국장은 "보편요금제 법안에 알뜰폰 사업자들의 도매대가를 특례로 제공하는 방안도 포함돼 있다. 현재 종량제는 정부 산정으로, 정액제는 양자 간 협의로 이뤄지는데 이런 부분에 개선점이 없는지 고민해보려 한다"면서 "또 전파 사용료를 감면해 주고 알뜰폰 유통망 확대와 홍보 등에 정부가 적극 나서 알뜰폰 업계의 어려움을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기정통부는 알뜰폰 업계와 이통사 간의 간담회를 개최해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 초 알뜰폰 관련 특별 대책을 내놓는다는 방침이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도 "알뜰폰은 보편요금제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알뜰폰 수익은 결국 도매대가에 달렸는데, 이를 계속 이통사에만 내리라고 강요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다른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면서 "내년 초 알뜰폰에 대한 별도 대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은성·정예린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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