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영화인이 웹툰 회사에 다니는 이유

김정민 레진엔터테인먼트 영상사업팀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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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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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대] 영화인이 웹툰 회사에 다니는 이유
김정민 레진엔터테인먼트 영상사업팀 프로듀서
영화인이 왜 웹툰 회사에 다니고 있을까. 명함을 내밀 때 많이 듣는 질문이다. 유료 웹툰 사이트로 유명한 레진코믹스라는 회사에 몸담게 된 지 몇 개월. 영화 프로듀서인 나는 왜 이곳에 오게 됐을까.

영화 시장에 대한 많은 속설 가운데 가장 강렬한 것은 '흥행은 하늘만이 안다', '영화 대박은 도박이다'라는 말일 것이다. 올해만 해도 유명 감독과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하는 대작 영화들이 흥행에 참패하고,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았던 작품들이 관객의 호응을 얻으면서 영화 시장은 예측 불가능한 도박이라는 세간의 속설은 또 한 번 증명되는 듯 보인다. 어떤 시나리오가 좋은 감독과 좋은 배우를 만나 관객들의 사랑을 받게 될 지 그 미래를 알 수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 출발해야 하는 기획 프로듀서의 입장에서,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일은 종종 기나긴 블랙홀처럼 느껴진다.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어느 행성에 가야 인류가 생존할 수 있을지 희박한 정보만으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우주비행사들과 다를 바 없다.

예측하기 힘들고 변화무쌍한 이 필드에서 '도박'이 아닌 '전략'을 세우기 위해, 어떤 이정표를 가지고 계속 일을 해야 할까 고민하던 와중에 받은 하나의 제안이 레진엔터테인먼트였다. 바로 레진코믹스에서 연재하는 수백 편의 웹툰을 바탕으로 영화를 만드는 일이다.

웹툰을 영화로 재창작 하는 것은 단순하고 쉬운 작업은 아니다. 독자에게 다음 화를 궁금하게 만들어야 하는 웹툰 연재의 스토리텔링과 두 시간 안에 압축된 플롯을 선보여야 하는 영화의 스토리텔링은 그 구조가 판이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많은 콘텐츠가 넘쳐나지만 돈을 지불할 정도로 매력적인 콘텐츠는 찾아보기 힘든 디지털 환경 속에서 숱한 독자들이 기꺼이 유료 결제를 하는 원작 IP가 무궁무진하다는 점은 좋은 아이템에 목마른 PD로서는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레진엔터테인먼트가 영화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소식을 들은 많은 업계 사람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우리를 '한국의 마블'이라 부른다. 아직은 먼 미래이고 갈 길이 너무나 험난하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콘텐츠 그 자체에 집중하는 사람들이고, 좋아하는 콘텐츠에 대해 '덕질'하는 자신의 모습을 남들에게도 알리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이다. 그런 순수한 열정이 통하는 '성공한 덕후'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지 않은가.

여성이 남성에게 적극적으로 구애를 한다는 설정으로 기존 로맨스 장르의 문법을 뒤집은 영화 '밤치기'를 부산국제영화제에 선보이며 첫 스타트를 끊은 신생 영화제작사 레진엔터테인먼트. 큰 작품이든 작은 작품이든 창작자의 색깔이 뚜렷한 재미있는 작품을 만든다는 신념과 열정으로, 대박을 노리는 한탕주의가 아니라 꾸준히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 나간다는 마음으로 콘텐츠 업계의 치열한 경쟁을 돌파해 볼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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