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부 교수
![[시론] 되돌아 본 2017년, 자동차 격변의 해](http://contents.dt.co.kr/images/201712/2017121802102351607002[1].jpg "[시론] 되돌아 본 2017년, 자동차 격변의 해")
아침에 일어나면 AI비서가 오늘 하루의 일정을 알려준다. 영월 친구의 집에 방문하니 준비하라고 하고 미리 목적지로의 몇 가지 이동방법에 대해 알려주고 의견을 구한다. 워낙 개인의 취향을 다 파악하고 있어 수정할 것이 거의 없다. 약간의 수정을 하면 미리 이동수단을 예약한다. 집을 출발하면 곧 차가 도착한다는 메시지가 오고 10인승 버스에 두 명이 타고 온다.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들이다. 교통신호는 차가 거의 막힘이 없게 물 흐르듯이 가도록 해 준다. 차가 고속버스터미널에 도착하면 고속버스로 환승하고 영월로 간다. 점심을 먹고 가재골입구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가서 내리면 조그만 마을 주민용 소형 전기자동차가 충전을 마치고 기다리고 있다. 이 차들은 다 자율주행으로 움직이고 결제는 이미 이뤄져 있다. 돌아올 때도 유사하다. 사고도 없고 기다릴 필요도 없이 쉬며 이동할 수 있다.
이런 미래가 올 때 완성차업체, 부품업체의 역할은 어떻게 변해 있을까. 현재의 업체들 중에 누가 더 성장하고 누가 사라질까. 자율주행은 누가 주도할까. 완성차업체일까, 구글이나 애플일까. 아니면 인텔이나 앤비디아일까, 아니면 우버나 중국의 디디추싱일까. 자동차는 누가 구매하고 운행할까. 개인일까, 공유업체 아니면 자동차딜러일까. 자동차 분야에 새로 뛰어드는 다양한 업체들은 기존의 자동차업체와 다르게 재정적으로도 풍족하고 빠른 변화에 익숙하다. 자동차분야의 미래는 확실하지 않고 결국에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적절하게 한 업체들이 변화를 주도하고 시장을 지배할 것이다.
변화가 빠를 때는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변화 방향을 예측하고 적절한 예산을 확보하고 유능한 인원을 투입해야 한다. 이미 기존 자동차분야 업체들은 미래를 위한 변화를 시작했다. 독일의 완성차 업체들은 새로운 기술에 투입할 막대한 예산을 확보하고 있는데 예를 들면 VW은 앞으로 5년간 자율주행과 전기자동차 분야에 40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을 자랑하는 일본의 도요타는 아키오 도요타 회장이 직접 앞장서서 현재가 사느냐 죽느냐 수준의 위기라면서 변화를 외치고 경영진을 새롭게 구성하고 있다. GM은 유럽의 오펠을 팔고 공유업체인 리프트에 5억달러를 투자하고 차량공유 앱 메이븐을 인수했다. 포드도 리프트와 협조를 시작했고 원스탑 모빌리티 서비스 제공을 위한 플랫폼을 출시했다. 다임러는 이동경로 설계, 예약, 다양한 교통수단의 통합결제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북미 지역으로 확대했다. 미국의 델파이는 자율주행 부문 소프트웨어 회사 앱티브(Aptiv) PLC와 기존의 파워트레인 부문 회사 델파이 테크놀로지스 PLC로 나눠 뉴욕증권시장에 상장했다.
자율주행 분야 업체 간의 협력도 활발하다. 엔비디아는 GPU의 강자로서 인공지능컴퓨터인 '엔비디아 드라이브 PX 페가수스(Pegasus)'를 개발했는데 차 번호판 정도의 크기임에도 초당 320조회의 계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보쉬와 협력하고 있으며 벤츠, 폭스바겐, 아우디, 도요타, 포드, 볼보, 테슬라, 오토리브와 함께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한쪽에서는 인텔이 모빌아이를 인수한 후 BMW를 중심으로 콘티넨탈과 델파이, 피아트크라이슬러 등과 공동으로 2021년 실용화를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모빌아이의 컴퓨터 비전 인공지능 기술은 이미 여러 업체의 ADAS 시스템에 실용화됐다.
중국업체들의 변화도 눈여겨봐야 한다. 길리(吉利)그룹은 볼보를 인수한 후 고급차 브랜드 링크 앤 코를 만들고 미국에 공장을 짓고 영국에도 전기택시 공장을 짓는 등 해외 수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말레이시아의 국민차 기업 프로톤, 미국의 스타트업 테라푸지아를 인수했다.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인 중국 비야디(比亞迪·BYD)는 승용차뿐만이 아니라 상용차수출에도 적극 나서 미국 내 전기버스 생산량을 현재의 10배로 늘릴 계획이며 일본과 한국 및 영국으로도 진출했다.
이런 변화의 시기에 한국의 현대기아차는 상대적으로 신중하게 움직이고 있는데 좀 더 적극적으로 관련 업체와의 다양한 협력관계를 모색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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