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무역액 1조달러 회복
수출실적 16.5% 늘어난 5248억
일각 "반도체 착시현상" 지적도
"자동차·건설 살아야 경기 회복"
4차 산업혁명 유망 제품 극소수
주요기업 발빠른 사업전환 필요
수출실적 16.5% 늘어난 5248억
일각 "반도체 착시현상" 지적도
"자동차·건설 살아야 경기 회복"
4차 산업혁명 유망 제품 극소수
주요기업 발빠른 사업전환 필요
결산 2017 산업계
문재인 정부 출범과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설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 미국의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요구 등 올 한해는 경제·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디지털타임스는 가전,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철강, 해운·물류, 정유·화학 등 기존 주력 산업은 물론 신재생에너지와 공유경제 등 미래 성장산업까지 산업영역별로 올 한해를 결산하고 이를 거울로 내년 한 해를 전망하고자 한다.
올해 산업계는 모처럼 호황을 맞았다. 역대 최고 실적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를 비롯해 주력 수출품목의 전반적인 호조로 3년 만에 무역 1조 달러를 회복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대기업들의 실적은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률은 2014년 이후 최고 수준인 3%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이 같은 호황이 반도체 착시현상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메모리반도체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상승과 국제유가 상승 등 외부 요인에 따른 실적 호조일 뿐, 미래 유망 사업에서의 성과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도 있다. 지금의 산업 구조로는 환율과 보호무역, 중국의 '굴기(우뚝 섬)' 등 외부 압박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3년 만의 수출 호조…반도체 착시현상 지적도=지난 14일 우리나라 무역액은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1조 달러를 돌파했다. 아울러 11월까지 연간 누계 기준으로 5248억 달러의 수출 실적을 달성해 전년 동기보다 16.5% 늘어난 사상 최대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주요 대기업들도 실적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3분기 사상 최대인 매출 62조원, 영업이익 14조5000억원을 기록했고, SK하이닉스도 창사 이래 사상 최대인 매출 8조1001억원, 영업이익 3조7372억원을 3분기에 거뒀다. LG전자의 경우 올해 2조60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둬 올해 또는 내년에 기존 사상 최대였던 2009년(2조6807억원) 기록을 갈아치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포스코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년 전망도 밝다. 한국무역협회는 내년 우리 수출은 올해보다 4.7% 증가한 6020억 달러, 수입은 6.3% 증가한 5080억 달러로 무역액이 전년보다 5.4% 증가하면서 2년 연속 1조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업계에서는 삼성 등 국내 4대 그룹의 주력 계열사의 영업이익이 내년에도 두 자릿수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호황이 소위 '반도체 착시 현상'이라는 지적도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반도체가 수출에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만 해도 9%에 불과했지만, 올해 11월 기준으로 이 비율은 16.8%까지 치솟았다. 수출 증가에 대한 품목별 기여도를 역시 반도체가 42.9%로 압도적이다.
기업 실적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성장세가 두드러지게 줄어든다. 한국거래소가 최근 코스피 525개 상장사의 1~3분기 누적 실적을 분석한 결과 우리 기업들의 올해 영업이익은 작년보다 26조1000억원이나 늘었지만, 여기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빼면 영업이익이 단 1000억원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반도체 호조는 점유율보다 가격 상승의 요인이 크다. D램은 연초와 비교해 85% 급증했고, 낸드플래시 역시 약 32%가량 늘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 점유율은 70%대로 예년과 큰 차이가 없다.
전문가들은 또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작은 반도체보다 인력 채용이 많이 필요한 자동차나 건설 등의 경기가 살아나야 실질 경기 회복 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제품 경쟁력은 '글쎄'=4차 산업혁명으로 떠오르고 있는 유망 산업에 대한 혁신 부재도 잠재적인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4차 산업혁명 주요 품목의 수출동향과 국제경쟁력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의 주요 품목으로 꼽히는 7개 제품 가운데 무역특화지수(TSI)가 높거나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6% 이상인 제품은 리튬이온 이차전지와 평판디스플레이뿐이었다.
대표적인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전기차의 경우 최근 가파른 수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아직 세계 시장 점유율은 4.4% 수준(8월 말 기준)에 머물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26억2800만 달러 어치의 전기차를 수출해 우리나라보다 7배가량 많았고, 독일도 12억9200달러로 4배 수준이었다. 스위스의 금융그룹인 UBS가 국가별 4차 산업혁명 적응력 순위를 조사한 결과(2016)를 보면 한국은 139개국 중 25위였다.
반도체 역시 메모리에 비해 시스템 쪽 경쟁력이 턱없이 낮다. 무역협회는 시스템반도체의 현시비교우위지수(RCA)를 집계한 결과, 우리나라의 시스템반도체 경쟁력이 2011년 1.79에서 작년 1.50으로 낮아졌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주요 대기업 오너들이 4차 산업혁명 관련 사업으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며 "전통 산업에서의 기득권을 버리는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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