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훈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디지털산책] 비트코인 본질적 이해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12/2017121402102251607002[1].jpg "[디지털산책] 비트코인 본질적 이해 필요하다")
수년 전만 하더라도 소수의 사람들만 관심을 가졌던 비트코인에 대해서 이제는 주부들과 학생들까지 이야기를 하고, 투자까지 한다고 하니 정말 격세지감을 느낀다. 그러다보니 과도할 정도로 많은 돈이 몰렸고, 가치는 급등을 했으며, 그냥 내버려둬도 된다고 생각했던 금융당국에서 규제안을 고민할 정도에까지 이르게 됐다. 여전히 비트코인의 미래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는 가운데, 가상화폐의 본질 보다는 투기적 수단으로서만 이슈화가 되는 것이 무척 안타깝다.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은 비트코인 그 자체보다 더욱 우리의 사회를 혁신할 가능성이 높다.
비트코인은 기존의 가상화폐와는 달리 발행하는 곳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강력한 암호화 기반기술을 중심으로 설계가 되어 기술적으로는 매우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기에는 지면이 부족하므로 안전한 암호화기술에 바탕을 둔 중앙통제가 불가능한 전 세계에서 활용가능한 디지털 화폐 정도로 알아두자.
그렇다면 비트코인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일부 사람들에게나 쓰이고, 투기적 수단으로 머물고 말 것인가? 아니면 인터넷처럼 전 세계의 사람들의 공용 인프라가 될 정도의 혁명적 변화를 일으킬 것인가? 이를 어느 정도라도 예측하기 위해서는 화폐의 역사와 본질에 대해서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화폐는 사실 첫 번째 동전이 발명되기 훨씬 이전부터 존재해왔다. 화폐로 이용되는 것들의 일반적인 특징은 뭘까? 화폐로 삼기 쉬운 것은 잘 변하지 않으며, 휴대가 간편하고, 크기나 무게가 균일해서 계량하기가 쉽고, 지나치게 쉽게 누구나 생산해서 공급할 수는 없어야 한다. 화폐의 역사에서 금속화폐가 대세를 오랫동안 차지한 것은 금, 은, 동, 철과 같은 금속이 위에서 언급한 내구성, 이동성, 희귀성 등이 다른 것들보다 우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금속화폐도 여러 정부에서 제조원가를 낮추기 위해 액면가보다 적은 주조화폐들이 대량으로 발행하면서 전 세계에서 이를 믿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나온 제도가 일정한 순도의 주조화폐를 바꿀 수 있는 태환지폐를 사용하자는 본위제도다. 18세기에는 민간은행 설립이 붐을 이뤄 민간은행이 발행한 예금증서인 태환지폐가 난립하자 이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해 1833년 영국에서는 영국은행의 은행권에 법적인 지위를 부여했고, 이 때부터 여러 국가에 현대적인 모습의 중앙은행들과 지폐 중심의 제도가 정착하게 됐다. 또한 20세기 들어 두 차례에 걸친 세계대전과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부침으로 더 이상 금태환을 중심으로 하는 금본위제를 지탱할 수 없었던 미국이 중심이 되어 금본위제를 폐지하고 각 국가별 관리통화 체제로 바뀌면서 각 국가가 통화량 조절을 통해 통화 신용정책을 수행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핵심기능이 된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우리가 그렇게 철석같이 믿는 동전이나 지폐라는 화폐가 전 세계의 경제규모를 얼마나 설명하고 있을까? 니알 퍼거슨에 따르면 2006년 전 세계에 존재하는 현금의 규모는 473조 달러 정도라고 한다. 아마도 현재는 그 때보다 10년이 넘었으니 그 보다 훨씬 큰 규모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당시 실제 전 세계에 유통되거나 보관된 동전과 지폐를 모두 모아보면 얼마나 될까? 놀랍게도 불과 50조 달러 정도에 불과하다. 450조 달러가 넘는 돈이 단지 은행의 계좌에 표시만 되는 것들이다. 컴퓨터 스크린과 컴퓨터 서버에 가상적인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양이 90%인 셈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비트코인과 솔직히 뭐가 다른가?
개인적으로 현재의 비트코인은 저신뢰국가의 중앙화폐 이상의 신뢰를 받고 있고, 아직 달러나 금에 대한 믿음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듯하다. 그렇기에 미래에 대해서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그러나, 중국정부의 불허결정에도 잠시의 출렁임이 있었을 뿐 빠르게 그 가치를 다시 되찾아가는 과정이나, 단점을 보완하는 수 많은 서비스나 생태계가 등장하고 있으며, 비트코인의 약점을 상쇄하는 대안들도 등장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중장기적으로는 현재의 투기판과도 같은 상황을 극복하고 인터넷처럼 혁명적인 변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국면에 실효성 없는 과도한 규제를 남발하는 것은 단견이다. 그렇다고 국가경제에 위협을 줄 수 있을 정도로 거래규모가 성장한 마당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뒷짐을 지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투기심리는 낮추되, 혁명의 씨앗은 자르지 않을 수 있는 적절한 정책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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