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반세계화 움직임 확대
국가간 잇단 해킹 공격 초래
독일, 사이버공격 공식화 예고
경쟁국 보안제품 규제 현상도
"우리, 국가주도 해킹대응 필요"
국가간 잇단 해킹 공격 초래
독일, 사이버공격 공식화 예고
경쟁국 보안제품 규제 현상도
"우리, 국가주도 해킹대응 필요"
2017 글로벌 IT부문 결산
2017년은 지난 수십 년간의 흐름이었던 세계화가 후퇴하고 국가주의 바람이 불며 '글로벌 사이버 보안전쟁 시대'의 서막이 열린 해다. 사이버 공격이 원전 시스템 등을 포함해 국가 주요 인프라를 순식간에 마비시킬 수 있을 만큼 지능화되고, 비용적으로도 핵무기보다 효과적 수단으로 인지되며 국가 차원에서 사이버전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또 미국과 영국에서 국가 보안을 명분으로 러시아 보안 솔루션 사용을 금지한 가운데 내년에는 경쟁국의 보안 제품을 규제하는 현상도 더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화의 후퇴…불확실한 국제정세=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시작으로 지난해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로 불거진 반세계화 흐름이 국가 간 해킹공격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올해 들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파리기후변화협약, 유네스코(UNESCO) 등 국가 간 협약과 국제기구에서 잇달아 탈퇴했다. 특히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공식 수도로 선언하며 중동 정세는 혼란에 빠지고 있다.
또한 스페인(카탈루냐·바스크), 영국(스코틀랜드) 등에서 발생했던 분리독립 움직임은 국제 정세를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스티븐 D 킹 HSBC은행 수석경제자문은 최근 우리 사회가 반세계화·보호주의·국수주의로 돌아서고 있다고 분석한다. 그는 최근 출간한 저서 '세계화의 종말'을 통해 "세계화가 몰락하고 자급자족 경제의 부활로 그동안 가라앉아있던 경제적, 정치적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가 지원 해킹의 증가=악성코드 탐지전문업체 옵스왓은 최근 '글로벌 사이버 보안 위협 트렌드 6선'을 발표, 1순위 위협으로 '국가 지원을 받는 해킹의 증가'를 꼽았다. 경제적 수익 창출보다는 주요 기반시설 공격 및 서비스를 중단시키는 것이 특징이다. 그동안 미국,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 열강 및 독재 국가들이 정부 차원의 사이버 무기 개발과 국가 이익을 위해 해킹 조직을 육성해온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올해 사례로는 우크라이나를 노린 러시아발 '페트야 랜섬웨어', 세계에 공포를 안겨준 북한발 '워너크라이 랜섬웨어' 등이 대표적이다. 시만텍, 파이어아이 등 글로벌 보안업체와 각국의 정보기관들은 이 공격들이 해당 정부의 지원을 받은 해커세력이 수행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워너크라이의 경우 미국 NSA(미국국가안전보장국)가 해킹을 위해 윈도 취약점을 노리고 개발한 해킹 도구 '이터널블루'가 유출된 것이 발단이었다.
◇사이버 해킹 피해국에서 공격 국가로 변신=사이버 공격 피해를 받아온 국가들까지 발 벗고 사이버 공격 역량 강화에 나서고 있다. 우선 유럽연합(EU)을 주도하는 독일은 사이버 공격을 공식화할 수 있도록 내년 헌법 개정을 예고했다. 클라우드 비트 독일 국무장관은 "사이버 공격을 막기 위해 정부가 공식적으로 관련 조직을 선제공격할 수 있는 법적 변화가 필요하다"며 "늦어도 내년 말까지 헌법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 또한 지난 11월 영국을 상대로 선거개입과 해킹을 한 러시아에 보복공격을 공식 경고했다. 중국과 남중국해 갈등을 빚으며 해킹 공격을 받아온 베트남 또한 비공식적으로 후원하는 해킹그룹 'APT 32'를 통해 올해 들어 라오스, 캄보디아, 필리핀 등 주변 국가를 공격하고 있다. 보안업체 볼렉시티의 분석에 따르면 APT 32는 최근 대통령 공식 홈페이지를 포함한 필리핀 정부기관 사이트 100개 이상을 공격해 훼손했다.
◇한국도 사이버전 역량 강화 시급=우리나라도 올해 중국발 '사드보복'으로 인한 해킹 피해를 받았다. 정부에 따르면 외교부를 대상으로 올 1~7월에 8263건의 사이버 공격 및 해킹시도가 탐지됐는데, 중국발 공격이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실제 사드가 국내로 반입된 지난 3월 중국 해커조직 '홍커연맹'은 한국에 대한 사이버 공격을 예고, 당시 주중 한국공관들의 홈페이지가 사이버 공격 등의 이유로 접속이 안 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임종인 고려대 사이버보안정책센터장은 "모든 것이 인터넷과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사이버 영토가 중요해지면서 각국 정부가 해커 용병을 고용하는 한편 사이버사령부를 확대 개편하고 있다"며 "국가 주도의 해킹은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있어 막기가 힘들고 피해도 큰 만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경탁기자 kt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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