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시론] 포털은 `신성불가침` 영역인가](http://contents.dt.co.kr/images/201712/2017121302102351607001[1].jpg "[시론] 포털은 `신성불가침` 영역인가")
'신성불가침(神聖不可侵, sacred and inviolable)'은 거룩하고 존귀해 함부로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 권한이 천부적(天賦的)인 것이어서 어떤 인간적인 권세도 넘볼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대 사회의 신전이 그렇고 중세 교회가 그러했다. 때문에 이들의 권력은 한 시대를 통째로 지배할 정도로 막강했다. 이에 불복하거나 견제하는 것은 절대 금기시됐다.
하지만 18~19세기 이후 인권이 확장되고 민주주의 제도가 정착되면서 대부분 나라에서 신성불가침 영역은 거의 사라졌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 우리는 새로운 신성불가침 영역을 보고 있다. 바로 인터넷 포털이다. 이미 거의 모든 삶이 인터넷 아니 포털에 수렴되고 있다. 문화 행위 뿐만 아니라 많은 정치·경제활동들이 인터넷 공간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언론 역시 마찬가지다. 인터넷 미디어들이 전통 미디어(legacy media)들을 위협하고 있고, 기존 미디어들도 인터넷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미 인터넷 포털은 모든 미디어들의 생사여부를 결정짓는 절대 권력자가 됐다. 때문에 인터넷 포털에 대한 도전은 자신의 생사를 거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무소불위의 권력을 구가했던 신문사들이 제대로 된 뉴스 콘텐츠 사용료조차 요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반증해 준다.
최근 들어 인터넷 포털의 위력은 더욱 막강해지고 있다. 인간의 판단능력을 초월하는 빅 데이터(Big data)나 인공지능(AI)의 등장 때문이다. '알파고'에서 보았듯이, 기계적 합리성에 근거한 판단결과나 정보들을 의심하거나 거역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실제 사람들은 인터넷 포털이 제공하는 정보를 점점 더 맹신하고 있다. 인터넷 포털은 모든 생활의 가치와 중요성을 결정하는 절대 권력자 즉, 빅 브라더(Big Brother)가 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바로 포털의 절대 권력이 이른바 '기계적 합리성 혹은 중립성'이라는 가면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포털사업자들은 검색 엔진 중심의 구글과 달리 기존 언론사들의 뉴스와 콘텐츠를 매개로 이용자들을 끌어들이는 구조로 되어 있다. 때문에 순수한 정보제공사업자라고 할 수 없다. 즉, 어떤 콘텐츠를 어떻게 배치하고 사람들의 주목을 끌게 할 것인가가 중요한 전략이라 할 수 있다.
뉴스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뉴스를 어떻게 배열하고 구성하는가는 우리나라 인터넷 포털의 성패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다. 즉, 뉴스를 거르고 배열하는 기존 언론사들의 게이트키핑(gate keeping)행위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에서는 거의 논란이 되지 않는 포털사업자의 언론행위가 문제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조사결과들이 밝히고 있듯이, 우리 국민들 대부분이 인터넷 포털을 언론사라 생각하고 있고 그 영향력 또한 막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이라는 이유로 많은 규제에서 벗어나 있고 그 비판이 적지 않다.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최근에 포털사업자들이 알고리즘을 통해 뉴스 제공 객관성을 제고하고 공정성을 담보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기계적 혹은 수학적 합리성에 기초한 알고리즘이 진정 객관적인가 하는 것이다. 즉, 알고리즘 운영 메커니즘 자체가 객관적이고 중립적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그 이유는 어떤 요소들을 포함시키고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인간의 몫이기 때문이다.
작년 말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가짜뉴스(fake news) 숙주로 지목됐던 Facebook이 '우리는 미디어기업이 아니라 기술기업'이라고 변명했다 큰 비난을 받은 바 있다. 그러자 알고리즘에 '콘텐츠 진정성(authentic)'이라는 요소를 추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진정성이라는 요소자체가 매우 주관적이고 추상적일 수밖에 없고, 전체 알고리즘 내용도 공개하지 않아 실효성에 대해 의문이 제기됐다. 심지어 '알고리즘 자체가 페이크 뉴스의 반향실(echo chamber)이 되고 거짓정보 확산의 연료가 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한마디로 기계적 합리성에 의해 뉴스 가치를 결정하고 배열한다는 것은 뉴스를 배열하는 가치내재적 행위를 은폐하는 것일 수 있다. 그 결과 컴퓨터와 인터넷이라는 정보기술에 대한 절대적 맹신만 확대 재생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러한 절대적 맹신으로 가장 큰 이득을 얻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고대, 중세시대 신성불가침의 혜택을 독점했던 집단이 누구인가 생각해보면 답은 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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