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력·협상력 가늠 시험대 올라
중국 전문가들은 '경제협력' 강조
"사드 앙금 털어낼 기회로 삼아야"
중국 전문가들은 '경제협력' 강조
"사드 앙금 털어낼 기회로 삼아야"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취임 후 첫 중국 방문에 나선다. 하지만 방중 전에 한·중 정상회담 후 공동성명은커녕 공동언론발표조차 진행하지 않기로 양국이 합의했다. 중국 측이 집요하게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문제 해결을 요구함에 따라 양측간 갈등을 노출하지 않으려는 조치로 해석된다. 때문에 이번 방중이 문 대통령의 외교력과 협상력을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중국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순방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사드·북핵 문제 해결에 조급증을 내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전문가들은 '10·31 한중 관계개선 협의' 이후 사드의 단계적 철수, 3불(미사일방어체계·한미일군사동맹·사드추가배치 등 불가) 1한(사드 운용 제한) 등 중국의 압박은 국내 여론의 화살을 한국에 돌리기 위한 전략으로 진단했다. 따라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사드를 거론할 경우 문 대통령은 우리 정부의 입장을 확인하는 선에서 에둘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양갑용 성균관대 중국연구소 교수는 12일 "중국 입장에서 '사드는 불가하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한국과 합의했다고 받아들일 수 없는 노릇 아니냐"며 "중국 내 반발 여론을 무마시키려면 한·중 정상회담에서 오히려 큰 목소리를 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정부)는 사드에 대해 우리 입장만 이야기하면 된다. 다만 사드·북핵·한미동맹 등 건건이 대응하지 말고 중국을 유인할 수 있는 큰 '선물'을 내놓을 필요는 있다"고 밝혔다.
이정남 고려대 중국연구센터장은 "중국도 사드 문제를 피하고 싶을 것이고, 우리도 일촉즉발의 한반도 위기 속에서 확답을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문 대통령이 중국 CCTV와의 인터뷰에서 말한 '역지사지'도 같은 맥락"이라고 분석했다.
이용화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정상간 만남에서 (중국이) 사드를 언급하지 않을 것 같다"며 "다만 향후 중국은 자국 내부 분위기 변화에 따라 사드 카드를 언제든 꺼낼 수 있는 만큼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순방에서 '한중 관계의 복원'을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이 센터장은 "이번 순방을 통해 양국이 정상화의 길로 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데 의미를 둬야 한다"며 "극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사드로 인해 생긴 앙금을 털어내는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도 "그동안 한중 관계에서 획기적인 해결책이 나온 사례는 없었다"며 "이번 순방에서 양 정상은 구체적 약속보다는 '향후 불미스러운 일이 없도록 하자'는 수준의 레토릭을 구사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 "정상회담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모멘텀으로 자꾸 보려하다 보면 결과물에 실망할 수 있는데 정상회담 자체를 과정으로 봤으면 한다"는 익명을 요구한 전문가의 의견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한·중 양국이 이번 순방을 통해 경제협력 부문에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했다.
이 교수는 "중국이 정경분리로 가겠다는 기조가 형성돼 있는 만큼 한중 FTA(자유무역협정) 서비스부문 합의나 한·중 기업 공동 해외진출 등 일정한 성과를 낼 것 같다"고 말했다.
박미영·김미경기자 my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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