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시론] VR 서비스, 넛지효과 필요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12/2017121202102351607001[1].jpg "[시론] VR 서비스, 넛지효과 필요하다")
이렇게 사람의 자발적인 행동을 이끄는 넛지효과는 디자인, 마케팅, 광고, 컴퓨터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남자화장실 소변기 안에 그려진 파리그림이나, 물 부족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정수기 물통 디자인, 전기 사용 시간을 알려주는 타임 스위치 등은 사람의 자연스런 행동을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이 넛지효과가 디지털 미디어에도 적용될 수 있다. 최근에 많은 디지털 서비스, 디지털 미디어가 나오지만 정작 지속적인 인기를 끌고 시장에서 안정되게 자리 잡는 서비스는 많지 않다. 초기에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시장을 이끌어 갈 것으로 기대되었던 스마트워치, 구글글래스는 사용자들에게 외면돼 시장에서 사라지거나 존재감이 미미하다. 3DTV가 처음 나올 당시 패러다임을 바꿀 새로운 미디어 혁명이라 불리며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사용자에게 선택받지 못하고 주류미디어에서 사라지고 있다. HDTV도 몰입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여겨졌지만 시장에서의 점유율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마음의 점유율인 마인드 셰어(mind share)도 낮아지고 있다.
이런 서비스들의 공통점은 사용자에게 자연스럽게 다가가 사용, 활용, 수용을 유도한 것이 아닌 사업자의 관점에서 억지로 수요를 시장에서 만들어냈다는 점이다. 사용자 가까이에 다가가 사용자가 자연스러운 선택을 하여 사용, 수용,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아니었던 것이다. 스마트해진 디지털 시대의 사용자들에게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느껴지게끔 하는 것이 아니라, 옆구리를 슬쩍 찌르듯이 가까이 다가가 기업이나 상품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만들어 지속적 사용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의 가상현실 서비스도 이 넛지효과 측면에서 설명될 수 있다. 가상현실 기술은 다양한 영역에서의 활용이 기대되며 체험형 테마파크 VR 콘텐츠, 교육·정보 VR 콘텐츠, 문화 관광 VR 콘텐츠, 공연·영상 VR 콘텐츠 및 공공성 높은 지역 문화 콘텐츠를 소재로 한 VR이 보급되고 있지만 실제 사회에서 확산이나 사용자에 의한 기술수용은 미미한 편이다. 여러 기기의 높은 가격에다 제한된 사용성, 부족한 콘텐츠는 VR의 확산에 걸림돌적인 요인들이다. 가장 중요한 행동유도성 측면에서 가상현실이 사용자에게 자연스러운 사용 동기를 부여하지 못하고 있다. 사용자가 가상현실을 반드시 사용해야만 하는 강렬한 동기가 부족한 것이다.
현재까지는 가상현실이 일상의 기기나 대중적 서비스가 아닌 마니아층이나 소수의 얼리어답터의 전유물로 남아있다. 전용 콘텐츠를 즐기면서 생생함이나 현존감은 분명 새로운 사용자 경험이지만 수 분 내외의 짧은 분량을 즐기려고 휴대폰을 연결하고 착용하며 경험하는 준비과정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상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니즈를 충족하고 자연스런 행동을 유도해내지 못한다면 가상현실도 사용자의 관심에서 사라져 버리고 말 것이다. 실제로 가상현실 기술 자체는 1990년대 출현했고 상용화된 기술은 이미 2000년 초반에 가능해졌다. 그간 이렇다 할 발전이 없었던 것은 가상현실에 대한 넛지효과 혹은 행동유도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가상현실이 주류서비스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개입적이고 작위적인 방법보다 사용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흥미로운 콘텐츠와 자연스러운 서비스가 필요하다. 사용자의 관점에서 생각하고 사용자가 진정 필요로 한 부분을 충족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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