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 460개 모델서 '키로거' 발견
키보드 탐지해 비밀번호 등 탈취
스파이웨어도 발견… 보안 심각
노트북 '대목시즌' 피해 주의보
키보드 탐지해 비밀번호 등 탈취
스파이웨어도 발견… 보안 심각
노트북 '대목시즌' 피해 주의보
11일 보안업계에 따르면 HP 노트북 시리즈인 '엘리트북' '프로북' '파빌리온' 등 총 460개 모델에 내장된 키보드 소프트웨어(SW) 드라이버에서 키로거가 발견됐다.
키로거는 사용자의 키보드나 터치패드 움직임을 탐지해 아이디·패스워드·계좌번호·카드번호 등 중요한 정보가 입력되는 값을 탈취하는 악성코드다. 사용자의 중요 데이터를 컴퓨터에 비암호화한 상태로 저장한 후 공격자에게 전송하는 방식이다. 삼성 노트북도 지난 2011년 키로거 설치 논란이 일었는데 당시 삼성전자는 직접 반박에 나섰다. 삼성의 적극적 해명으로 키로거 설치는 사실무근으로 판명됐지만 논란만으로 브랜드 가치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ZwClose라는 닉네임을 사용하는 보안 전문가는 지난 8일 자신의 블로그에 "HP 노트북 터치패드 드라이브 '파일(Synaptics.sys)'을 통해 계정정보와 신용카드 등을 포함한 중요 데이터를 해커에게 도용당할 위험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이 전문가는 관련 문제점을 지난달 HP에 알렸으며, HP 제품보안대응팀(PSRT)이 심각성을 인지, 현재 공식사이트를 통한 드라이버 업데이트 패치 파일을 제공 중이다. 이와 관련해 HP 측은 별도의 사과문 없이 "이번 보안 패치는 가능한 한 빨리 처리돼야 한다"면서 "HP는 고객에게 안전한 제품을 제공하기 위해 SW 제품의 보안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HP 노트북은 올해 들어서만 '오디오 드라이버 키로거(Conexant HD, 5월)', 'HP 터치포인트(스파이웨어, 11월)'가 발견되며 제품 안정성과 보안성에 문제를 드러냈다.
이 회사는 노트북뿐 아니라 기업용 제품을 포함한 54개 프린터 모델에서도 지난달 22일 '펌웨어(하드웨어 제어 및 구동 SW)' 고위험 취약점이 발견, 긴급 패치파일을 배포했다. HP는 세계 노트북 및 프린터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한편 레노버도 지난 2014년 8월부터 2015년 6월까지 '요가' 시리즈 등 일부 노트북 모델에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스파이웨어 '슈퍼피시'를 설치해 판매한 혐의로 미연방통신위원회(FCC)로부터 350만달러(38억원)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이처럼 공개적으로 알려진 문제점은 빙산의 일각으로 실제 소비자들의 피해는 훨씬 심각할 것이라는 게 보안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희조 IoT·SW보안 국제공동연구센터장(고려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악성코드가 제품에 설치돼 판매되는 경로는 보안성과 호환성 테스트를 위한 SW를 실수로 상용제품에 탑재하는 경우와, 제조사가 의도적으로 집어넣는 경우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들은 제품 브랜드를 믿고 사는 것인데 악성코드가 설치돼 있으면 황당한 상황일 수밖에 없다"면서 "제조사 입장에서도 복잡한 개발·생산 단계를 거치며 모든 취약점을 파악하기 힘들 수 있는 만큼 결국 보안업계에서 이를 최대한 파악하고 소비자들에게 알리는 게 현실적인 방법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경탁기자 kt8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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