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에 직간접 압력받아
일부 유관기관·공기업 등 곤혹
"신입 채용 땐 구조조정 불가피
향후 노-노 갈등 유발 악순환"
일부 유관기관·공기업 등 곤혹
"신입 채용 땐 구조조정 불가피
향후 노-노 갈등 유발 악순환"
11일 관가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유관기관과 공기업들이 과기정통부로부터 2018년 새해 업무계획에 '일자리 늘리기'를 포함하라는 직간접적 지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비단 과기정통부 뿐만 아니라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등에서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도 확인됐다.
한 정부 유관기관 인사부서에 근무하는 A씨는 "부처에서 신입 직원 채용인원을 이번에 늘리라고 지시를 받았는데, 현재 여건상 신입직원을 많이 뽑을 수 있는 형편이 안된다"면서 "지금도 기관의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 이를 정규직화 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신입직원까지 확대해 채용하면 1~2년 이내에 회사 경영 구조가 상당히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A씨가 근무하는 공공 관련 기관은 과기정통부 업무 특성상 연구와 기술개발, 산업계 지원 및 모니터링 등이 주 업무다. 중장기 업무 계획이 중요하고 단기적으로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는 쉽지 않은 기관이다.
이 때문에 이 기관은 정부에서 매년 실시하는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양호' 등급인 B 등급을 받는 것이 최선이다.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은 매년 정부의 경영평가를 받는다. 평가 등급에 따라 직원의 임금 수준에 즉각 영향을 미친다. A~ C 등급은 등급별로 성과급이 차등지급되며 D~E 등급을 받으면 기관장 경고, 해임 건의까지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규직 전환과 신입직원 채용 확대를 단행하면 1~2년 안에 경영 평가 상태가 확연히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 A 씨의 우려다. 그는 "하지만 정부 방침상 뽑지 않을 수도 없어 각 방면의 비용 절감 방안을 내부적으로 끊임없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기업 고위관계자 B씨는 "신입 직원을 뽑기 위해 기존에 근무하던 직원에 대한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전한다. B씨는 특히 "신입직원 충원을 위해 단행하는 구조조정이라고 밝힌 적은 없지만 이미 노조원들은 분위기를 알고 있다"면서 "구조조정 대상 직원들도 아직 한창 일할 나이이고 가장들인데, 청년 실업 해소를 위해 몸담았던 직장에서 쫓겨나게 생겼으니 분위기가 매우 험악해지면서 노-노갈등이 유발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타 부처 공기업들은 정부 사업을 많이 하기에 정부의 사업량을 늘리는 방안이라도 찾고 있지만, 우리 같은 과학, ICT 분야는 정부 사업이라고 할 만한 게 많지 않다"면서 "이 상태라면 적자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강은성기자 esth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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