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 입은 벤처·중기 불이익 우려
조사 통해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업체 기술 보호막 역할 등 기대
조사 통해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업체 기술 보호막 역할 등 기대
(3) 창업가보호법
# 대학생 스타트업 기업인 '드림스폰'은 2015년 2월 6일 교육부 산하기관 한국장학재단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드림스푼은 준정부기관이 요청한 미팅을 거절할 명분도, 용기도 없었다. 만남을 거절할 경우 소위 '괘씸죄'에 걸려 앞으로 있을지 모를 정부 지원길이 막힐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드림스폰 측은 영문도 모른 채 미팅에 나갔고, 장학재단 관계자는 밑도 끝도 없이 질문을 퍼부었다. '장학금 데이터 관리는 어떻게 하고 있나?', '장학금을 어떤 방식으로 알려주면 대학생들의 반응이 좋나?' 등을 캐물은 장학재단은 이듬해 드림스폰의 서비스를 그대로 베낀 장학금 포털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 과정에서 장학재단은 드림스폰에게 협약·기술 인수조건을 제시하지 않았고 저작권료도 주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가 '제2의 벤처육성'으로 국가경쟁력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국가가 청년 벤처 창업가들의 기술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도용하는 일까지 발생하고 있다. 공공·정부기관 관계자가 업무 성과나 승진 등 다양한 이유로 민간기업의 기술 편취를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작 피해를 입은 벤처·중소기업은 정부와 마찰을 빚을까 우려해 참고 넘어가기 일쑤다. 정부기관 때문에 일어나는 기술 도용 및 피해 실태를 파악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김수민(사진) 국민의당 의원이 최근 발의한 '국가정보화 기본법 개정안(일명 창업가보호법)'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법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식재산 및 지식재산권에 대한 보호 실태를 매년 조사해 국회에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
현행법은 국가기관 등이 국가 정보화를 추진하면서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의 지식재산에 대한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침해를 당하기에 앞서 미리 예방하는 법적 장치가 없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김수민 의원은 "소규모 스타트업들이 창업 초기에 공공기관과 불미스러운 일로 마찰을 빚게 되면 향후 정부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일이 어려워지거나 업계에서 평판이 나빠질 우려가 있어 참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면서 "정부가 먼저 피해 실태조사에 나서면 소규모 업체들에게 일종의 보호막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관련 실태조사 결과가 쌓이면 이를 토대로 관련 내부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 공공기관이 스스로 기술 도용을 예방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해당 국가기관이 행동수정을 하지 않아도 인사고과 등에 불이익을 받지 않아 사실상 기술도용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김 의원은 "시장에서 창업자들이 일할 수 있도록 조력하는 것이 정부의 본래 역할인데, 오히려 정부기관이 주축이 되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며 "공공기관이 스스로를 과대평가하고, 옳고 그름의 판단을 객관적으로 하지 못하는 상황을 원칙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행정시스템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도록 유연하게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혜원기자 hmoon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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