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기부 장관 경제인식 우려되는 이유

이병태 KAIST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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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12-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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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중기부 장관 경제인식 우려되는 이유
이병태 KAIST 경영학과 교수
문재인 정부의 조각은 아이러니하게도 정권이 가장 분명한 정책적 색채를 드러내고자 하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임명에서 많은 논란을 양산하고 매듭지어졌다.

그 중기부의 출범식에서의 문재인 대통령과 중기부 초대 장관의 발언은 이번 정부가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을 분명하게 들어내고 있다. 대통령은 출범식에서 "재벌 대기업 중심의 경제는 더 이상 우리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 극심한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대다수 국민의 삶을 고단하게 만들었다"며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의 책임을 대기업에 전가하고 있으며 중소기업을 경제의 중심에 두겠다고 선언했다. 또한 홍종학 신임 장관은 중기부가 중소, 벤처, 소상공인의 수호천사가 되겠다며 첫 번째 문제로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의 기술탈취라고 지적하고 있다. 모두 경제를 대기업과 영세기업의 이분법적 대립구조로 보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우선 우리나라가 과연 재벌중심 경제이고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가 바람직한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 최근 OECD의 창업현황 보고서는 우리 경제의 문제점은 문재인 대통령의 인식과 정반대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이 보고서의 기업규모별 고용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250인 이상의 대규모 사업장의 고용비중이 12.8%이고 9인 이하의 영세사업장의 고용인원이 43.4%로 국민 대다수가 영세사업장에 종사하고 있는 나라다. 250인 이상의 대형사업장에 고용비중이 이렇게 낮은 나라는 우리와 그리스뿐이다. 러시아는 70%, 미국은 60%, 일본은 50%, 그리고 대다수의 유럽 선진국가들은 40% 이상의 고용을 250인 이상의 대형 사업장이 담당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산업구조가 얼마나 영세기업 중심으로 기형적으로 편중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월드뱅크(World Bank)의 조사에 의하면 고소득 국가의 고용구조는 중소기업의 고용이 적고 대기업이 높은 쪽이 특징이지만 우리는 극적으로 예외인 나라인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인구 20명당 자영업자가 1명씩 있는 골목 시장의 나라가 한국이다.

우리나라가 OECD의 선진국에 비해 고용이 불안하고 대기업 고용비중이 적은 것은 대기업 또는 히든 챔피언이라고 불리우는 중견대기업의 수가 너무 적고 영세기업이 과도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일본의 GDP의 3분의 1인 우리나라의 기업체 수가 일본과 같다. 특히 고용의 70%를 차지하는 서비스업에 대기업의 수가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중견기업으로 세계시장에서 자신의 제품과 기술로 선두 점유율을 차지하는 소위 히든 챔피언의 수에서 우리나라는 독일, 룩셈부르크, 스위스, 오스트리아 등의 30분의 1 수준으로 자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중견기업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 소수의 대기업과 절대다수의 국제 경쟁력 없는 영세기업으로 허리가 없는 빈약한 경제구조의 원인이다.

의료의 산업화를 막고 있는 병원의 비영리화나 공공성 강조, 은산분리의 교조적 적용, 끊임없는 관치의 영역을 벗어나지 못하는 통신과 금융, 주택 건설의 정책만 보아도 대기업 때문이 아니라 정부와 정치권이 시장의 자율과 구조 조정의 장애요인이다.

대기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기술 탈취론도 근거가 희박한 비난이다. 2010년의 기술탈취에 대한 법개정 이후 지난해까지 공정위에 제소되어 제재를 받은 건수는 고작 5건이고 그 중에서 과징금이 부여된 건 수는 1건에 불과하다. 정말 우리나라의 대기업이 기술탈취를 하고, 중소·벤처기업이 글로벌에서 탐내는 기술을 갖고 있다면 국내 대기업과 인수를 협상할 이유가 없다. 구글, 아마존, 애플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기업들도 혁신 기술을 확보에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의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문제는 기술의 탈취 가능성이라기보다 혁신기술의 부재가 문제의 핵심이다. 벤처라고 해도 미국이나 선진국에서 성공한 사업을 국내에서 하겠다는 복제형 벤처가 만연한 것이 현실이고 이것이 한국과 이스라엘의 창업이 다른 이유다.

정부가 수호천사가 되겠다는 것은 결국 시장의 개입을 노골화하겠다는 것과 동일하다. 그 후유증은 막대하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자율적 협상의 결과를 갑질의 의심을 갖고 들여다 보고, 대기업의 기술 협상을 탈취의 범죄 혐의를 갖고 감시하는 순간 대한민국 대기업들은 국내 협력사 보다는 해외 거래선을 찾게 되고 지금도 대기업들은 논란과 사회적 비난의 가능성이 두려워 그러한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중기부가 수호천사가 되려는 순간 기업들은 혁신보다 로비경쟁을 하게 된다. 어느 나라도 중견기업 신생기업을 위해 기존 기업에 시장을 내어주는 경우는 없다. 기업의 성장은 혁신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지 정부의 보호를 통해 글로벌 기업이 탄생하지는 않는다. 우리사회가 반재벌, 반기업 정서가 팽배한데 최고 권력자들마저 이러한 시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은 정권의 힘이 실린 중기부의 출범과 함께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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