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동 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장
![[디지털산책] 망중립성 원칙 흔들려선 안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12/2017120602102251607001[1].jpg "[디지털산책] 망중립성 원칙 흔들려선 안된다")
2012년 11월 시행된 우리나라의 '망 중립성 및 인터넷 트래픽 관리에 관한 가이드라인' 및 2014년 1월부터 시행한 '통신망의 합리적 관리 이용과 트래픽 관리의 투명성에 관한 기준'에 따르면, ISP의 트래픽 관리 합리성은 다음 세 가지를 기준으로 판단된다. 트래픽 관리에 관한 정보를 사전에 (혹은 부득이한 경우 사후에) 충분히 고지했는지(투명성), 혼잡을 야기하는 특정 콘텐츠가 아닌 다른 콘텐츠를 통제하거나, 그 특정 콘텐츠를 필요 이상으로 통제하는지(비례성), 유사한 콘텐츠임에도 특정 서비스가 제한되는지(비차별성). 이 기준에 망의 특성, 서비스 제공 방식, 주파수 제약 등 다양한 기술적 특성을 고려하여 정부가 ISP 트래픽 통제의 합리성을 판단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이러한 규칙들은 이미 일반적인 인터넷접속서비스에만 적용되며, 특정 트래픽 전송 품질을 보장하는 관리형서비스(Managed service)에는 적용되지 않고, DDoS와 같은 사이버 공격 혹은 정상적인 트래픽이라도 공평한 이익에 저해가 될 경우 언제든 ISP가 트래픽을 통제할 수 있다고 예외 상황을 허용해 두었다. 즉, 이미 우리나라의 망 중립성 제도는 사실상 ISP에게 상당히 유연한 트래픽 관리를 허용하고 있으며, 이번 FCC 정책 변화가 망 중립성 자체에 관한 우리나라 원칙을 크게 위협하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한다. 그러나, 공정거래 차원의 판단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돼, 통신사가 자사에 유리한 목적으로 경쟁을 저해하거나 소비자 이익을 감소할 경우 강력한 제재를 가할 수 있다는 원칙을 천명해야 할 것이다.
망중립성 원칙은 구글(유튜브), 페이스북, 아마존, 넷플릭스 등 콘텐츠 사업자들이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어 왔다. 앞으로도 다양한 유형의 콘텐츠사업에 투자가 유도되고 신생업체들의 창업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어쩌면, ICT 산업에서 콘텐츠부문 만큼 다양한 분야의 고용효과가 높은 사업부문도 없을 것이다. 통신업체의 기간망투자를 촉진하고 그에 맞는 사업성도 보장돼야 하지만 국가전체의 경제력을 관리하는 국가입장에서는 막대한 시설투자여력이 부족한 중소규모 콘텐츠사업자들이 이번 FCC 정책의 변화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건전한 망중립성 기조를 유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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