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지 협소·24시간 안정적 가동 긍정적
발전소 주변 지진 유발 연관성 밝혀야
발전소 주변 지진 유발 연관성 밝혀야
![[이덕환의 과학세상] (629) 지열발전소](http://contents.dt.co.kr/images/201712/2017120602101476788001[1].jpg "[이덕환의 과학세상] (629) 지열발전소")
지열은 지구 내부의 뜨거운 열기를 말한다. 실제로 지구 중심부의 온도는 섭씨 6000도가 넘는다. 태양의 표면과 맞먹을 정도다. 원자로에서 일어나는 것과 똑같은 핵분열과 엄청난 중력에서 방출되는 열 때문이다. 지열은 지표면을 따뜻한 온돌로 만들어서 지구를 생명이 번성할 수 있는 특별한 행성으로 만들어준다.
어차피 우주 공간으로 빠져나갈 지열을 이용해서 전기를 생산하겠다는 발상은 훌륭한 것이다. 펄펄 끓는 온천수가 무한정 쏟아져 나오는 그린란드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지층이 안정된 한반도의 사정은 만만치 않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1킬로미터를 내려가도 온도가 25도 정도 올라갈 뿐이다. 발전기를 가동시킬 정도로 뜨거운 온천수가 용출되는 지역은 없다. 지열 빈국인 우리는 지상으로부터 물을 주입하는 '인공저류층생성기술'(EGS)을 써야 한다. 그나마도 포항·광주·울릉도 정도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포항지열발전소는 녹색성장을 추구하던 2012년에 공사를 시작했다. 800억의 비용으로 4천 가구가 사용할 6.2MW의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목표였다. 지하 4킬로미터까지 내려가는 '주입정'과 '생산정'을 뚫어야 한다. 주입정을 통해 주입한 물이 160~180도의 지열에 의해 가열된다. 생산정을 통해 지하에서 만들어진 수증기를 회수해서 발전기를 돌린다. 발전기에서 배출된 수증기는 응축시켜서 다시 주입정을 통해 지하로 내려 보낸다.
지열발전소의 공사는 작년 6월에 끝났고, 시험 가동을 거쳐 12월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작년 12월부터 시험 가동을 위해 물을 주입하면서 이상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물을 주입할 때마다 지열발전소 주변에서 규모 2.2~3.1의 지진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결코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었다. 지열발전소 지역은 1978년 기상청이 지진 관측을 시작한 후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적이 없는 곳이기 때문이다.
주입정으로 주입된 물이 수증기로 변한 후에 고스란히 생산정으로 올라오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상당한 양의 뜨거운 물이 지하의 토양 속으로 스며들게 된다. 오랜 세월 동안 외부와 철저하게 차단되어있던 땅속의 지질 환경에 상당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된다.
지반이 연약한 퇴적층에서는 문제가 더욱 심각할 것이 분명하다. 퇴적층에서 관찰되는 액상화 현상까지 확인된 포항은 처음부터 EGS형 지열발전소에 적절한 곳이 아니었을 수 있다는 뜻이다. 포항지진의 진앙이 지열발전소로부터 불과 1.1킬로미터 떨어진 곳이라는 사실도 심상치 않다. 미국의 원유 채취용 유전에서 규모 5.6의 지진이 일어난 경우도 있다. 지금까지 알려져 있지 않던 새로운 단층과의 관계도 확인이 필요하다.
포항은 물론 광주와 울릉도의 입지도 재검토해야 한다. 지열발전소는 단단한 암석 지대에 건설하는 것이 상식이다. 그래야만 외부에서 주입한 물에 의한 영향을 최소화시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친환경의 화려한 구호에만 현혹될 일이 아니다.
태양광·풍력·조력·지열이 친환경이라는 주장은 위험한 것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주민들에게 심각한 혐오 시설이 돼버렸다. 설치 과정에서의 환경 파괴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태양광 시설의 재활용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조력발전소가 해안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심각하다. 원전은 위험하고, 석탄화력은 더러워서 포기해야 한다는 신재생 마피아들의 집단이기적이고 편협한 주장은 믿을 것이 아니다. 물론 신재생을 포기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신재생이 유일한 대안이 될 수도 없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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