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룡 금융투자협회 정보시스템실 부장
![[발언대] 블록체인 혁신 네가지 과제](http://contents.dt.co.kr/images/201712/2017120402102269039001[1].jpg "[발언대] 블록체인 혁신 네가지 과제")
과거 물물교환 시대의 단순한 거래는 당사자간 직접대면 방식으로 별도의 신뢰 비용이 발생하지 않았으나, 사회 경제구조가 급변하고 다양하고 복잡한 거래가 발생하면서 거래 참가자간의 신뢰를 보장하기 위한 제3의 기관(TTP: Trusted Third Party)들이 생겨나게 됐다. 그러나, 이들을 운영하기 위한 비용은 거래 참가자들이 부담해야 하며, 혹시라도 제3의 기관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모든 참여자들이 거래를 할 수 없게 되는 위험도 내재하고 있다. 이러한 비용 부담과 위험을 해결하기 위해 제3자 개입 없이 이해 당사자간 거래를 신뢰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술이 블록체인이다.
전 세계적으로 광풍이라 불릴 만큼, 국내는 물론 글로벌 금융회사들이 연합체를 구성하고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연구가 한창이고, 각 금융기관들은 이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개발, 기술선점을 위한 노력을 경주 중이다. 우리나라 역시 은행, 증권, 보험 등 각 업권별 협의체가 만들어져, 업권 특성에 맞는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 중에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은 금융투자업권으로 2016년 10월 26개 증권회사 및 선물회사 등이 포함된 금융투자회사가 컨소시엄을 발족하고, 2017년 10월 세계 최초로 블록체인 기반의 공동인증 서비스('체인아이디(CHAIN-ID)')를 상용화했다.
'체인아이디'는 중앙집중화된 기관이 아닌 블록체인 컨소시엄 참여사들이 합의를 통해 인증서를 발급하고, 인증서의 유효성을 검증한다. 또한, 금융소비자는 발급받은 인증서를 간단한 확인 절차만 거치면 별도의 등록절차 없이 모든 참여회사와의 거래에서 사용이 가능하다. 블록체인의 특성을 활용한 '체인아이디'를 통해 참여사는 인증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고, 금융소비자는 금융거래를 더 편리하게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4차 산업혁명시대에 우리나라가 블록체인을 통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산적한 과제들이 있다.
첫째, 블록체인을 적용하기 위한 현행 법제도 정비가 시급하다. 제3의 기관인 중앙집중기관 만이 특정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법규 등으로 제한돼 있는 분야들이 많아 블록체인을 적극적으로 금융산업에서 활용하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둘째, 앞으로 자산 거래 등에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에서 사용하는 컴퓨터 명령어로 프로그래밍된 계약인 '스마트 계약'에 대한 법률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스마트 계약의 효력, 성립시기, 해석 등에 관해 법률적으로 규정하고, 기존 법제와의 관계 등에 대해서도 빠르게 정비돼야 한다.
셋째, 블록체인 활성화와 균형적 규제개선을 위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 지금은 산업별로 블록체인을 관리하는 담당기관과 부서가 다르고, 다양한 규제가 혼재돼 있어 신속한 의사 결정과 일관된 정책방향을 유지하기 위한 체계의 마련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은 새로운 금융서비스의 인프라로서 금융거래를 단순화하고 효율성을 제고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만큼 기존 금융회사 및 규제기관, 혁신기업 간의 공고한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블록체인 분야는 이제 막 열리기 시작하는 신세계(新世界)이다. 한국이 블록체인 혁신을 위한 제도 및 환경을 신속히 정비해 무한한 발전 가능성이 있는 신세계를 선점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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