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계획기간 한달 앞두고
t당 2만8000원까지 치솟아
유럽보다 약 3배 수준 거래
정부 5개월간 손놓고 방치
"내년물량이라도 임시배정을"
t당 2만8000원까지 치솟아
유럽보다 약 3배 수준 거래
정부 5개월간 손놓고 방치
"내년물량이라도 임시배정을"
■ 이슈분석
정책 불확실성에 '탄소배출권' 가격 폭등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온실가스 배출권 가격이 폭등하는 등 연말 배출권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정부가 당장 내년부터 시작되는 2차 계획기간(2018∼2020년)을 한 달 앞두고 배출권 할당량조차 결정하지 못한 탓에 배출권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12월이 됐지만 기업들은 배출권 부족 때문에 내년 사업 계획조차 제대로 세우지 못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온실가스배출권 거래 가격은 연중 최고치인 t당 2만8000원이었다. 2015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시장 개장 초기의 t당 1만원과 비교하면 3배 가까운 수준으로 폭등한 것이다. 앞서 정부는 적절한 배출권 기준 가격을 1만원이라고 제시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제가격과 비교하면 배출권 가격은 배출권 할당 지연에 따른 '이상 급등' 현상으로 분석된다. 1일 기준 온실가스 할당 배출권(KAU)가격도 t당 2만3500원으로 유럽연합(EU) 배출권거래시장(ETS)가격(9700원)대비 2.4배 수준이었고, 특히 상쇄배출권(KOC)가격은 t당 2만6000원으로 EU의 상쇄배출권(CER)가격(217원)보다 10.9배나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배출권 거래 절벽 속에 내던져진 기업들은 내년 배출권 물량을 구하지 못하면 부과될 시장 가격의 3배에 달하는 과징금 폭탄을 우려하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2015년부터 본격 시작된 배출권 거래제에 따라 기업들은 배출권 보유량만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거나, 아니면 시장에서 매입해야 한다. 에너지다소비 업종을 중심으로 배출권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배출권이 남는 기업들이 시장에 내놓기를 꺼리면서 수급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익명의 한 배출권 전문가는 "기업별 배출권 할당을 당초 6월에 하기로 했었는데 지난 5개월간 정부는 무엇을 했으며 왜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구조적 요인을 따져봐야 한다"며 "정부의 정책 수행 능력이 사업 시행을 한 달 앞두고 2차 계획기간의 할당량조차 내놓지 못하는 수준이어서는 국민 불신이 더 깊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배출권 이상 급등의 원인은 향후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시각과 2차 계획기간의 배출권 할당지연에 있다. 배출권 총괄부서가 기획재정부에서 환경부로 변경됐지만, 업무 이관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관련, 올 하반기에 관련 부처를 아우르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어서라도 2차 할당량을 내놨어야 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연말에 내년 물량이라도 임시 배정하고 내년 중 2차 감축 로드맵을 마련할 방침이다.
A기업 재무담당 임원은 "내년에 모자라는 배출권이 60억원에 달하는데, 필요한 배출권을 못 구해 시장 가격의 3배인 180억원의 과징금을 물어야 할 지경"이라며 "이 같은 간접비는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어서 배출권을 구하기 위해 브로커까지 알아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B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정책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기업들만 덤터기를 쓰고 있다"며 "배출권 부족 기업이 올해 배출권 시장 평균 가격 2만1036원의 3배를 과징금으로 내면 전체 과징금 규모가 최대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했다.
유종민 홍익대(경제학)교수팀이 6192개 기업들의 패널 자료를 실증분석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의 효과' 논문에 따르면 제도가 도입된 2015년의 경우 전체 온실가스 저감 규모 900억t의 약 22%(200억t)에 달하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배출권 거래제 도입에 따른 저감 효과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 제도를 위한 중장기 투자가 절실한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온실가스 감축 투자를 감행하려면 3년∼5년 뒤를 내다보고 시설 투자를 해야 하지만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있는 셈이다. 기업들은 정부가 보유한 배출권 예비분 1430만t을 풀어 가격을 안정화하거나 유럽 등에서 배출권을 사올 수 있도록 시장 상황을 개선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탄소배출권 전문가는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는 내년에 기업들이 적극적인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연말에라도 긴급 대책을 세워 제도적 불확실성을 완전히 걷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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