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시론] 지속적 경제성장, 교육수준이 관건이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711/2017112302102351607001[1].jpg "[시론] 지속적 경제성장, 교육수준이 관건이다")
총국내국민소득(GDP)은 지출이나 수요가 아니라 그 나라에서 생산해 낸 부가가치의 합이고, 그것의 증가율이 경제성장률이다. 부가가치는 기업가가 위험을 안고 수요자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예견해 근로자, 자본, 원자재를 효율적으로 결합해 시장에 경쟁력 있는 제품을 생산해야 창출된다. 따라서 생산에 기여하지 못하는 지식은 일자리를 얻는데 도움을 줄 수 없고, 부가가치를 창출하지 못하므로 생산 국민소득 증대 및 성장률에도 기여할 수 없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생산국민소득 관점에서 경제성장률의 주요 결정요인은 생산요소인 자본과 노동, 그리고 총요소생산성이다. 이 세 가지 요인으로 분석하는 성장회계방정식에 따르면, 수출을 통해 한국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제조업에서 1996~2014년까지 부가가치 증가율은 6.16%인데, 이는 각 투입요소의 기여율인 자본 4.48%, 총요소생산성 1.76%, 노동 -0.08%을 합한 값이다. 이에 따르면 부가가치 증가율에서 자본과 총요소생산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71.8%, 28.2%이지만 노동은 마이너스이다. 즉, 한국의 경제성장 기여율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자본이고, 그 다음이 총요소생산성, 노동이다.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의 같은 기간 성장률의 기여도 비중을 보면, 노동의 기여율은 마이너스로 공통이지만 총요소생산성 기여률이 차지하는 비중이 90% 이상이다. 한국은 선진국에 비해 생산요소인 자본의 기여율이 높아 고비용 성장 구조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IMF가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하면서, 한국경제가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도록 조언하고 있다는 점도 이와 관계가 깊다. IMF는 대표적인 구조적 문제로 인구구조, 생산성향상, 저성장, 노인빈곤, 소득 양극화 등을 들고 있는데, 그것들은 총요소생산성의 경제성장률 기여도를 선진국만큼 상승시켜야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총요소생산성을 결정하는 요인은 제도, 이념, 교육, 기능 등 다양하지만, 경제학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요인은 근로자들의 질로, 여기에 총요소생산성을 결정하는 요인들이 다 포함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근로자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은 예산으로 나타난다. 문재인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8년 예산은 전년 대비 7.1% 증가한 429조이며, 보건·복지·노동 분야가 전체 예산의 1/3로 전년 대비 12.9%, 일반 지방행정, 교육 및 국방은 각각 10%, 11%, 6.9%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예산 편성의 내역을 보면, 인원확충, 처우개선 등의 양적 확대를 위한 것이지, 행정, 교육, 국방의 질을 구조적으로 개선해 총요소생산성의 성장률 기여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기 위한 예산 항목을 찾기 어렵다.
한국도 포함된 OECD 35개 회원국에서 많은 사람들은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고 경영자는 회사에 적합한 역량있는 인재가 부족하다는 일자리 미스매치가 심각한 세상이다. OECD는 회원국의 이러한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마련을 위해, 성인 역량을 평가하는 항목으로 세 가지의 인지 기능 -문해력, 수리력, 문제해결 능력-분석틀을 사용해, 2013년에 최초로 '성인(15 ~65세)역량의 국제 비교평가'(PIAAC)를 발표하게 된다.
이 분석틀에 의거해 OECD가 발표한 '기능 전망 2017년(Skill Outlook)'을 보면, 근로자의 인지 기능에서 최고 평균 점수를 받은 국가는 일본과 핀란드이고, 최저 평균 점수를 받은 국가는 이태리, 그리스, 터키, 칠레다. 한국의 경우, 총요소생산성을 결정하는 근로자의 인지 기능은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이는 그간 강조되어온 한국적 교육의 성취도란 것이 사실상 기업이 요구하는 기능과 동떨어진 결과물임을 보여 주고 있다. 이를 개선하려면, 시대의 변화에 따라 기업이 근로자를 고용할 때 요구하는 기능을 가르치지 못하는 낙후된 교육 시스템은 혁신돼야 한다.
지속적 경제성장의 열쇠는 근로자의 질이고 그것은 내실 있는 교육의 질과 직결돼 있다. 한국적 입시경쟁에 매달리고, 역사 교과서 등 이념 논쟁의 현장이 되어 있는 우리의 교육제도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혁신하려는 장기적이고 진지한 노력이 없는 한 경제의 지속적 성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교육백년지대계라는 말이 경제논리에서도 참인 것이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